강준만 교수의 <입시전쟁 잔혹사>(인물과 사상사)를 보니, 대한민국 사교육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50년대부터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 아닌가.
<1955~1956년경 국민학교 5,6학년 학생들은 월 100여 시간의 과외수업을 받느라 아침 6시에 등교해 저녁 7시가 되어서 교문을 나와야 했다. 그런 과중한 과외공부로 인해 '국민학교 아동보건 이상론' 까지 나왔다. 서울 돈암 국민학교 6학년 학생이 등굣길 노상에서 졸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자 그것이 과외 때문이냐 평소건강 때문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정도였다.>(본문 93쪽)
위의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사회에 적용시켜도 손색이 없다. 좀 다른 게 있다면, 1950년대의 사교육 열풍은 서울이나 대도시 중심의 학생들에게 해당된 것이란 것이다. 그에 반해 오늘날의 사교육은 부유하건 가난하건 대도시건 중소도시건 구별 없이 학생이 있는 가정에는 거의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나름의 교육열 덕분에 '해방당시에는 문맹자 77%였는데 지금은 80년대 이후 출생의 경우 대졸자가 77%'라고 하니 양적 발전을 따지자면 우리나라 따라갈 나라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빛이 너무 강렬했기에 그만큼 그늘도 깊은 것인지 정말이지 굴절된 교육의 폐해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은 성적순이고, 남을 제치고 이겨야 살고, 명문대 입학하려면 강남으로 이사 가야 되고 10분만 더 공부하면 마누라가 바뀐다니' 이렇게 비교육적인 말이 어디 있는가. 자명하게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각자 개인이 느끼는 만족도에 따라 다르다. 남을 제치고 이겨야 살기보다 협동할 때 오히려 그 협동하는 가운데서 진짜 실력과 신뢰가 쌓여 상생 할 수 있다.
강남으로의 이사? 그간의 실적과 대학들의 학생선발 기준으로 봐서는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경쟁이라는 회초리로 아이들을 볶아서 일류대 보내면 부모는 만족감을 느낄지 몰라도 학생본인은? 학생본인도 과연 행복할까. 그리고 그 학생에게 과연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하는 열망이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공부 잘해 일류대 들어간 한 무리의 학생 군을 표본 추출하여 그들의 졸업이후의 삶에 대해 누가 연구할 생각은 없는지, 하고 있는지.)
일찍이 교원 노조가 있었더라면....
<교원 노조 운동은 1960년 7월 17일 '한국 교원노동조합 총 연합회'를 결성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통일된 체제를 갖추었다. 이때 노조에 참여한 교사는 1만 9883명이었다. 이후 2만 명을 비공개로 받아들여 전체 교사 10만 가운데 4만 명가량이 노조에 가입했다. ... 그러나 교원노조운동은 1961년 5.16쿠데타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5.16주체세력은 교원노조를 혁신계 단체로 간주하여 5월 17일부터 1500여명에 이르는 교원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이후 28년간 교원노조는 교육계의 금기가 되었다.>(본문 105~106쪽)
89년 5월 선생님들이 교원 노조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 무심한 대중들은 선생님들이 왜 스스로 노동자로 자처 하냐며 이해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었다. 교사들 중에도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다 항변한 사람도 있었었다. '노동자라니, 신성한 교직에다 어디 감히.'
보통사람들이고 선생님들이고간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결국은, 박정희가 18년 장기 집권 동안 교원노조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게 하고 그 다음 군사정부 역시 그것을 따랐기에 그렇게 된 것이었겠다. '28년' 이라는 장장 한세대의 기간 동안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니. 그렇지 않고 일찍이 교원노조가 제대로 키워져서 교사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교육이 이렇게 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교육과 부동산은 이란성 쌍생아, 오직 내리막길이 있을 뿐...
이 책 <입시전쟁 잔혹사>에는 책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 입시가 낳은 각종 잔혹함이 총 망라되어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의 매관매직부터 치맛바람, 기러기 아빠, 우골탑, 각종 기상천외 과외, 원정출산, 노래방 도우미를 해서라도 사교육을 시켜야 되는 슬픈 모정까지 입시와 관련된 사건사고 이속에 다 있다.
강 교수는 이 뿌리 깊은 입시전쟁의 해결책으로 '일류대의 소수 정예가 대안'이라고 하였지만 내 생각은 부모들이 욕심을 버리고 자녀들에 대한 투자를 거두어들이는 게 우선해야 된다고 본다.
'남들 다 시키는데 내 자식만 안 시키면 내 자식만 손해 아닌가.' 이런 경쟁심으로 이때까지 버텨 왔겠지만, 이젠 방향을 바꿀 때도 된 것 같다. 부동산이고 입시사교육이고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나 이젠 아닌 것 같다. 부동산이 어느 모로 봐도 하락세이듯 사교육 또한 무너질 일만 남았다고 본다.
학생들의 '인내력'에도 부모들의 '경제력'에도 임계점이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요즘 기숙학원 광고에는 '신앙과 과외까지 책임져 준'다는 문구가 등장할까. 신앙에라도 의지해야 할 만큼 아이들의 정서는 불안한 것이고 정규 시간 열강을 해도 과외로 다시 보충을 해야 한다면 학생의 향학열은 거의 바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부동산은 작금의 경제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경착륙 아닌 연착륙을 유도 해야겠지만 사교육은 두려울 게 뭐가 있나. 사교육은 당장 그만두어도 손해 날 일 전혀 없다. 오히려 가계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