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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의 주실마을 출신인 청록파시인 동탁 조지훈(1920∼1968)은 혜화전문학교 시절 무섬마을의 김난희와 결혼, 처가(김뇌진 가옥(민속자료 제118호)) 마을의 경치에 반해 이곳을 무대로 시 '별리(別離)'를 썼다.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말 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 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님아…

무섬마을
▲ 무섬교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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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에 가서 내성천(乃城川)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시가 뭐 별것 이간, 가슴 속 깊은 느낌을 눈물로 쓰면 되지.'라고 말하던 선배 오맥균 시인이 생각난다. 

무섬마을
▲ 무섬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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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과 그의 시를 생각하면서 오랜 만에 무섬마을에 갔다. 봄바람이 좋았고,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외나무다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들 연우를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무섬
▲ 무섬마을 무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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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들을 한집한집 둘러보고서, 마을 우측의 초가집들도 살펴보았다. 더 나가니 새롭게 '무섬 마을 자료관'이 건립되고 있었다. 터를 넓게 잡은 것으로 보아 현재 지어진 2동의 건물 옆에 나중에 더 증축을 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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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로 나와 나도 외나무다리를 조심스럽게 왔다갔다 해본다. 아슬아슬함이 있기는 하지만, 넘나들기 쉽지 않다. 약간 무섭기도 하고 어지러워 이내 다시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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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면 시심을 도독여 <고향, 그리움>이라는 제목의 시를 한편 완성한다.

무섬의 봄은
바람이 되어 나를 감싼다.

봄바람 맞으며 옛날로 돌아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며
어릴 적 무지개 빛 꿈을 곱씹어보지만,
모래알처럼 산산이 흩뿌려진 我는
시냇물에 실려 저 멀리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돌아갈 수 없는 날들이여!
눈이 튀도록 그립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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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에 있는 전통마을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 이름이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동쪽 일부를 제외한 3면을 감싸고 돌며, 내 안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톱 위에 마을이 돌출한 반도형상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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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상으로는 매화꽃이 피는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 형국이라 하여, 풍기읍 금계리, 부석면 남대리와 함께 지역에서는 길지 중의 길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사람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무섬자료관
▲ 무섬마을 무섬자료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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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지역의 명문가인 반남박씨(潘南朴氏) 입향조 박수가 처음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뒤, 그의 증손녀 사위인 선성김씨(예안김씨) 대(臺)가 영조 때 다시 무섬에 들어왔다. 이 무렵부터 반남박씨와 선성김씨가 함께 세거해 오늘날까지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남아 있다.

모두 40여 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가옥 가운데 38동이 전통가옥이고, 16동은 100년이 넘은 조선시대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그야말로 마을 전체가 고택과 정자로 이루어져 있고, 안동의 하회마을과 지형적으로도 비슷해 천혜의 자연조건을 자랑한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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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과는 상대적으로 일반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아 옛 조선선비의 숨결과 기품을 흠씬 느껴볼 수 있는 것도 무섬마을만이 가진 특징이다.

문화재도 많아 김규진 가옥(金圭鎭 家屋), 김위진 가옥(金渭鎭 家屋), 해우당 고택(海遇堂 古宅), 만죽재 고택(晩竹齋 古宅) 등 9점이 경상북도 문화재자료와 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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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한말과 일제 때 이미 민립학교인 '무섬의숙'이 있어 지역 민간교육을 선도하기도 했으며, 그 영향 때문인지 독립운동가, 양심적 지식인 등이 상당히 많이 배출된 마을이기도 하다.

아울러 문수면발전협의회가 주관이 되어, 정월에 여는 '무섬마을 달집태우기' 행사와 10월 '영주시 선비문화축제' 기간에 열리는 '외나무다리축제'는 지역민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외나무다리 건너기 체험행사는 지난 2007년 건설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의 한곳으로 선정된 길로, 체험행사는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키기 위하여 재현되고 있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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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축제는 단순히 나무다리를 건너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마을 대항 씨름대회와 농악한마당, 사또행차, 과객 맞이하기, 쟁기지고 소몰고 건너기, 소풀지고 장분이 지고 건너기, 소 갈비짐 지고 건너기, 말타고 장가가기, 전통혼례식, 장례행렬(상여메기), 참석자 전원 다리 건너기 체험 등으로 다채롭게 거행 된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길이는 150m로 뭍과 섬을 잇고 다리의 높이는 하천바닥에서 60cm, 폭은 30cm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재현되어있다.

무섬마을
▲ 무섬마을 무섬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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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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