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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바다를 누벼야 진정한 해양강국이 됩니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 그 장터에는 해마다 매화축제와 마라톤, 그리고 벚꽃축제 등 풍광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한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영호남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섬진강과 그 강의 끝에 있는 남해안 앞바다에 대한 관심을 갖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구례와 하동이 영호남의 육지마당이라면, 남해와 여수 앞바다는 영호남의 물마당이다. 거기는 오랜 역사동안 물질이 있었고, 영호남의 어민들이 먹고 살았던 삶의 터전입니다. 그리고 이 곳은 더 거슬러 올라가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의 현장이면서 이충무공의 전사지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역사의 흔적을 지닌 유서깊은 여수와 남해 앞바다가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뱃길로 하나가 되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경에 만성적자를 이유로 중단됐던 남해 서상과 여수 터미널까지의 뱃길이 다시 열린 것입니다.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출항에 들어간 '온바다해운사'가 그 주인공인데요.

 

 

온바다 해운은 지난 2006년 설립한 이후 용훈호, 온바다호, 해동스타호 등의 선박으로 여수와 하동, 남해, 그리고 섬진강 등을 항해했고, 지금은 섬진강을 제외한 남해와 여수 인근의 섬 지역과 광양을 비롯한 향일암 등의 주요 관광지로 운항하고 있습니다. 섬 주민들의 발이자 관광객들의 가이드로 지금까지 지역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반두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었습니다.

 

온바다호는 약 71톤 규모의 차도선입니다. 여객정원은 55명이며 13노트의 속도로 남해와 여수를 약 50분이면 도달합니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2시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비하면 남해와 여수 주민들에게는 편리하고 실용적인 교통수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 대표, "해양관광을 살리려면 여객운항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기자를 만난 반 대표는 시종일관 해양관광에 대한 견해를 쏟아내고,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질타했습니다.

 

"첨단 장비를 갖춘 여객선이 온갖 제한 때문에 제 역할도 못하고 묶여 있다니..."

한숨과 함께 쏟아낸 첫 마디는 바로 규제완화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여객선의 경우 첨단장비와 안전시설을 철저히 갖추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파고와 바람 등에도 충분히 출항이 가능하지만, 지나친 규제로 인해 오히려 해양관광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그는 "과거 목선으로도 운항을 했던 시절이 있었고, 당시에는 높은 파도에도 선장의 판

단에 따라 운항을 허락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첨단 장비와 안전시설을 다 갖추고도 잦은 운항중단 등의 조치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여객선의 경우 시설과 장비, 그리고 운항규정에 따라 승인이 내려지고 있으며, 이는 어선과는 별도로 많은 인원이 승선하는 데 따른 엄격한 안전규칙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따라서 기후조건이나 풍랑예보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해상운행의 경우 태풍이 잦은 여름철을 전후해서 결항이 되거나,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은 사실이기도 합니다.

 

낚시인들 파도쳐도 어선타고 섬들 다니는데 여객선은 뒷짐만 지고..

 

그러나  반 대표는 이와 관련해 "정부의 안전규칙을 무시하는건 아니다"라며 "그러나 실제로 어선의 경우는 여객선에 적용되는 기준보다 느슨하게 적용하면서 많은 낚시인들이 어선을 이용해 섬이나 연안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여객선의 출항여부가 날씨에 국한 되는 것 또한 문제점"이라며 "최근 기상예보의 오보확률이 높은 현실에서 기상청의 예보만을 기준으로 미리 결항을 결정했다가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을 정부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지적은 어민들 또한 마찬가지인데요. 기상청의 예보로 출항을 포기했다가 예보와 달리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조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나 관계기관으로부터 보상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합니다.

 

반 대표는 이와 함께 남해안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여객규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묘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해와 여수 연안은 그야말로 옹기에 물을 담은 듯 사계절 파도가 잔잔하다"며 "관계기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이 지역에서의 해상안전사고는 전무하며, 선박이 안전장비만 갖춘다면 여수 연안의 해양관광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과거-보는 관광, 현재-체험 관광, 미래-역사관광 시대 온다"

 

한편 반 대표는 지금의 관광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는 "관광지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밥 먹는 등의 관광시대는 이제 지나갔다"며 "미래의 관광은 체험 뿐 아니라, 그 고장의 역사를 배우는 관광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단체여행의 콘셉트를 역사문화탐방 등으로 짤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특히 남해와 여수 앞바다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의 역사가 그대로 숨

쉬고 있는 곳"이라며 "1598년 11월10일, 전라 좌수영으로 여수 앞바다에서 출발한 충무공

이 3일 만에 왜교성이 있는 광양만 앞바다에서 소서행장의 퇴로를 차단하고, 5일 후인 11

월18일에는 노량으로 진격해 그 다음날 현재 남해대교가 있는 관음포 앞바다에 도착해서

일본함대 500척을 무찌르고 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했다. 이처럼 남해와 여수, 그리고 하동

군이 감싸고 있는 이 지역은 그야말로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현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 해양강국의 출발은, 바다를 마음껏 누빌 기회를 주는 것이다.

 

반 대표는 특별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이 바다를 마음껏 누리며, 요트와 배들이 남해안 연안을 누비고, 바람과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더 멀리 떠 가는 꿈을 꿉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 해양강국의 미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의 바다자원이 세계 어느나라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특히 여수와 남해, 그리고 통영과 거제를 비롯해, 부산과 울산 등은 해안선을 따라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배를 타고 이런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전히 이런 저런 규제 때문에 여객선의 야간 운항이 여의치가 않은 현실입니다.

 

따라서 외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남해안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고 하는군요. 이런 현실이 해양관광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또 해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운항 선사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온바다해운을 비롯한 선사들의 경영난은 심각한 현실입니다. 온바다 해운의 경우, 섬진강을 따라 올라가는 영호남 역사탐방 뱃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강변 정박시설을 건의 했지만, 지자체에서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선주가 일일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 동의를 구하고 개인 비용으로 정박시설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처럼 천혜의 자원을 가지고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해당 지

자체의 인식부족이 아쉽다고 토로합니다. 한마디로 한국해양관광을 살리기 위해서는 개인선사들의 발목을 잡는 이 같은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태그:#남해, #여수, #영호남, #온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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