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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휴회중인 3월 현재 여야는 '경제 회생'을 위한 추경예산안 계획을 짜느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29조 5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잠정 확정하고 4월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도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민주당은 16일 정부·여당과 달리 22조 규모의 추경안을 확정했다.

 

당 민주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은 17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결정한 추경 규모는 22조"라며 "경제 회생 효과와 국가 부담능력 두 가지를 기준으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추경안에 반대해 오던 민주당이 자체 마련한 추경 규모를 정확하게 밝힌 것은 처음이다.

 

김 의원은 "현재 국가부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속도가 대단히 빨라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초반부터 방만하게 나가게 되면 끝날 때쯤 상당히 재정악화가 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김 의원은 국가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먼저 국가운영비를 줄여 국채발행을 5조원 가량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과거의 노인당' 돼선 안된다

 

김 의원은 또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안을 신중히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과세를 정상화시키는 게 맞지만, 당내 반대 의견도 꽤 있다"면서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에 더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확산되는 점을 경계했다.

 

당장 민주당 앞에 떨어진 4월 과제는 추경과 감세안,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문제지만, 김 의원의 시선은 좀 더 멀리 가 있다. 현재 김 의원은 4월 재보선 뒤 '탈태환골'할 민주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당 비전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 의원은 당이 준비하는 '뉴민주당 플랜'에 온힘을 쏟고 있다.

 

"당 지지율이 화석화돼 가고 있다"며 솔직한 걱정을 털어놓은 김 의원은 뉴민주당의 가치를 '민주·평화·개혁'에서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따뜻한 공동체'로 옮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의 노인당으로 남아선 안 된다"면서 부자와 대기업, 강남을 끌어안는 포용적 자세로 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뉴민주당 플랜'이 채택된다면 '정통 민주개혁세력'을 표방해 온 민주당은 창당 이래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산층과 서민'-'성장과 번영'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과제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 4월 국회에서 추경 편성을 놓고 예산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민주당은 '슈퍼 추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인데.

"어제(16일) 오후 민주당도 추경안을 확정했다. 전체 22조 규모다. '슈퍼 추경' 얘기가 나오는데, 규모만 갖고 한나라당과 싸울 필요는 없다. 경제 회생 효과와 국가 부담 능력 두 가지를 기준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대규모 추경 편성이 국가재정 악화를 갖고 올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현재 국가부채 규모가 크지 않지만, 속도가 대단히 빨라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반부터 방만하게 나가게 되면 끝날 때쯤 상당히 재정악화가 돼 있을 거다."

 

- 한나라당은 일부 국가기금을 추경에 사용하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무슨 기금을 쓰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국채 발행이나 국유재산 매각이다. 하지만 국유재산 매각은 시점이 좋지 않다. 제 값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면 국채 발행이 유일하게 남은 방법인 것 같다."

 

- 여야 모두 추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재정 악화에 대비해 민주당이 생각한 대안은 뭔가.

"국채 발행은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정부가 국가운영비(기관운영비)를 줄여서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또 내년부터 시행되는 감세안은 적어도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전까지는 유예해야 한다. 그러면 국채 발행 규모가 5조원 정도 줄어든다. 또 일자리와 서민구제 원칙만 서게 되면 우리가 예상한 추경 22조로 한나라당과도 충분히 상의해 가면서 할 수 있다." 

 

- 정부와 여당은 쿠폰 지급 등 다양한 서민구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도 따로 마련한 방안이 있나.

"우리가 만든 안도 있다. 충분히 협의해 가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은 노령연금 도입으로 폐지된 노인 교통비 지원, 지역아동센터 지원 등 방안이 있다. 서민구제 방안은 여야가 서로 비슷할 거라고 본다. 다만 규모를 얼마나 투입하느냐가 문제다.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쿠폰 지급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재보선을 앞두고 쿠폰을 지급하는 등 선심성 예산으로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감세안 유예, 한나라당 의원들도 동의할 것"

 

- 정부가 제출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안이 4월 국회에서 논란이 될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정부 의도는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서 정상화 해보자는 거다. (사견임을 전제로) 과세는 정상화시키는게 맞다. 근본적으로 우리 당내 반대도 꽤 있다. 그런데 문제의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나는 오히려 보유세를 중과해야 한다고 본다. 20~30억원 하는 집 1채를 갖고 있는 사람은 몇 십억이 남아도 면세해주고, 작은 집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잘못이다. 조세제도 정상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 정부의 양도세 중과 폐지안이 부동산 투기 재현으로 이어지지 않겠나.

"닫힌 사고로 생각하면 안 된다. 보유과세는 늘려가되, 거래세(양도세)는 정상화시키는게 좋다. 다만 부동산 투기를 많이 걱정한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투기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완화돼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 떨어지는데, 이게 징벌적 과세 때문에 떨어지는게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 징벌적 과세해서 부동산값이 안 올랐나? 훨씬 더 올랐다. 그래서 정부안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투기가 재현될 우려에 대해서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민주당 내에서 찬반이 엇갈리기 때문에 더 논의해야 할 문제다."

 

- 민주당이 내놓은 감세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또 부자에게 징벌적 과세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안 받아들이겠다는 얘긴데.

"왜 안 받아들이나. (한나라당이) 제발 경제 공부 좀 하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 세율이 높은게 아니다. 우리보다 높은 세율을 매기는 다른 나라는 그럼 다 부자들에게 징벌과세 하고 있나. 미국 오바마 정부는 고소득층에 대해 오히려 증세하고 있다. 우리는 증세하자는게 아니잖나. 당분간 유예하자는 건데…. 우리 감세안 유예는 한나라당에서 경제를 아는 의원들에게도 상당히 동의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 '뉴민주당 플랜'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이유가 있나.

"기초 선언은 다 돼 있다. 다만 재보선을 앞두고 있어 전국 순회토론을 못하고 있다. 재보선 이후로 순연되고 있는거다. 또 지금 100여쪽에 달하는 뉴민주당정책집을 만드는 중이다."

 

- '뉴민주당 플랜'을 고민하게 된 이유는 뭔가.

"뉴민주당 하게 된 동기는 세 가지다. 첫째는 대선·총선 참패, 달라져야 한다. 둘째는 정체된 지지율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거의 화석화돼 가고 있다. 셋째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 시대에 맞게 진화하지 않으면 절대 시대를 끌어갈 수 없다. 민주당이 과거의 노인당으로 남아선 안 된다. 민주·평화·개혁세력으로서의 자부심도 있지만 이것만 갖고는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

 

"대선 때는 '중원'을 장악해야 승리할 수 있다"

 

- 뉴민주당플랜 선언문에 담긴 핵심 가치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더 많은 기회, 더 높은 정의, 따뜻한 공동체다. 민주당이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이다. 지금 민주당은 따뜻하지만 경제에 무능한 민주화세력, 한나라당은 냉혹하지만 경제에 유능한 세력이라는 구도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가면 우리는 필패다. 영원히 정권을 못 잡는다. 그래서 우리도 성장과 번영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드러내야 한다는거다.

 

다만 한나라당이 성장만능주의에 사로 잡혀 있다면, 우리는 질 좋고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이다. 한나라당과 차이가 크다. 또 한나라당의 번영은 특권층을 위한 번영이지만, 민주당은 모두를 위한 번영을 추구한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체성을 갖고도 부자를 적대시하지 않고, 강남과 대기업을 포용하는 전략으로 가는 거다."

 

- 민주당의 지지율이 화석화됐다고 했는데, 이유는 뭐라고 보나.

"대선 때는 '중원'을 장악해야 승리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중원을 장악했다. 그런데 지금 그 사람들이 떨어져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실망해서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오지 않는다. 그게 우리 반성의 출발점이다. 우리가 뉴민주당플랜을 하고 있는 이유고. 우리에게 변화의 용기가 필요한데 대단히 어렵다."   

 

- 정동영 전 장관 출마선언으로 당이 혼란스럽다. 이에 대한 생각은.    

"경제도 어렵고 국민들 살기 힘든데, 민주당이 세력다툼이나 하고 있는 듯 비춰져서 곤혹스럽다. 정동영 장관은 진심으로 당이 어려울 때 힘이 되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본다. 정세균 대표도 당의 인재를 전국적 전략에 맞게 쓰고 싶은 게 사실이다. 나는 정동영, 손학규(같은 대선후보)를 당을 위해 써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다만 언제 어떻게 쓸지, 당과 하모니(조화)를 이뤄가야 한다. 통합과 하모니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이 부분도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지혜를 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태그:#김효석, #민주당, #뉴민주당플랜, #추경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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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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