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신 : 19일 오후 5시 40분]"국방부 장관이 하루 만에 승인한 것, 인혁당 사건 떠올리게 한다"국방부의 '불온서적' 단속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군 법무관들의 법률대리인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가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방법원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의 징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 변호사는 "징계위에서 내린 파면 결정을 국방부 장관이 신속하게 하루 만에 승인한 것은 (유신시절) 인혁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동안 헌소 제기한 군 법무관들을 대상으로 범죄 행위에 준하는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해선 민형사상의 모든 조치를 취해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최강욱 변호사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국방부의 징계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동안 국방부의 입장을 생각해서 언론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국방부가 6개월 동안 조사해서 새롭게 밝혀낸 사실이 단 하나도 없다.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6개월 전에는 몰랐던 사실인가? 그 사람들이 파면에 해당하는 중대한 잘못을 했는가? 국민의 한 사람이 자신의 법률가로서 양심을 걸고 기본권을 행사한 것이 그것이 비위 행위인가? 그것이 잘못된 건가?
(헌소를 제기한) 군 법무관들은 법률가들이고 양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젊고 용기 있는 이들이 법조인으로서 첫 직장인 군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았던 그 위헌적인, 몰상식적인 상황에 대해서 헌법 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가장 정상적이고 온건한 방법을 택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법률가로서 자괴감이 든다."
- 군 당국이 법무관들에게 끊임없이 회유와 협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는데? "소송 과정에서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겠지만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들이 있었고, 그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직책을 넘어서는 불법을 저지른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 구체적인 증거를 말해줄 수는 없나?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법률적인 과정이 진행되면서 밝혀가겠다. 다만 어제 두 법무관에 대한 파면이 결정된 이후에 군 법무관들의 내부 게시판에는 파면 조치의 어이없음에 대해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육군본부에서는 그것도 소환해서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협박과 회유가 아니고 뭔가? 두 법무관들의 조사를 담당했던 동료 법무관들이 양심의 가책 때문에 울면서 전화를 하고 있다."
- 국방부는 파면당한 두 법무관이 군 통수계통 문란케 하고 군 위신을 실추시켰으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이 징계 사유라고 밝히고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국방부는 군 법무관들이 국방정책의 합헌성을 주장해야만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2005년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을 예로 들면 당시 이 사건을 직권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복무와 관련된 고충사항을 진정이나 집단서명, 기타 법령으로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군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군인복무규율이 군내 인권보호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판단, 필요시 외부에 알리는 것을 허용하도록 개정할 것을 권고한 적도 있다. 군대이니까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이다.
또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하는데, 파면당한 박 아무개 대위는 이번 일을 겪으며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증이 생겼다. 약을 바르려니 머리를 짧게 깎고 외출할 때는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징계위에서는 조사과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삭발하고 벙거지 모자를 착용한 상태로 근무에 임했다고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식이다."
- 과거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는가? "국방부에서는 내부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것이 징계사유라고 하는데, 과거에도 국방부 장관이나 사단장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소송이 있었지만 법무관이 파면된 경우는 없었다. 국방부가 1967년 사례를 들고 있다는데 이게 얼마나 빈약한 논리인가? 예전에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압력이나 회유 정도는 있었지만 징계까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언론에 보도되어서 장관이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 "파면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포함해서 법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하겠다. 국방부 항고 심사위원회에 항고하게끔 되어 있으니 결과는 빤히 예상하지만 절차상 규정되어 있으니 이것도 하겠다. 반드시 이번 기회에 무엇 때문에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국방부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겠다."
[2신 수정: 19일 낮 12시 20분]국방부 "1967년(박정희 정권 치하)에도 군 법무관 10명 파면" "1967년도(박정희 정권)에 군 법무관 10여명이 군 법무관 임용에 관련되어 개정안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파면된 전례가 있다."'불온서적 헌법소원' 군 법무관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하면서 국방부가 밝힌 말이다. 군사독재 치하의 전례를 들어 2명의 군 법무관을 파면한 것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다.
19일 오전 10시 30분 국방부는 불온서적 헌법소원 군법무관 징계에 관한 브리핑을 열어 "군 법무관 징계 문제는 이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브리핑에 배석한 육군 고등검찰부장 권락균 중령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국방부가 파면 결정한 법무관들에 대한 징계 사유가 복종의무 위반, 품위 훼손 등이라고 밝혔고, 같이 헌법소원을 냈다가 취하한 2명에 대해서는 경징계가 내려졌는데, 헌소 취하 여부가 징계수위에 영향을 미쳤나? "경징계하기로 한 2명은 이들이 징계위에 출석하여 헌소제기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이 고려되어서 징계위에서 결정한 것이다. 이번 파면 결정은 내부건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단적으로 헌법 소원을 제기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군 기강과 지휘계통을 문란케 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한 징계이다."
-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군인도 군인이기 이전에 사람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판단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1967년도에 군 법무관 10여명이 군 법무관 임용에 관련되어 개정안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데, 그 때도 파면된 전례가 있다. 국회와 사법부를 상대로 바로 사법심사를 건의할 경우 국민들이 군의 위신이 손상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판단된다."
- 국방부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들을 대상으로 끊임없는 협박과 회유를 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했는가? "전혀 확인하지 못했다."
- 조사를 했다는 건가? "아니다. 확인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았다. (대변인 보충 설명) 협박과 회유 주장은 징계대상 군법무관들의 법률 대리인 측에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다."
- 아직 헌법 재판소 판결이 나오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징계를 서두른 것 아닌가? "군법무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날짜가 작년 10월 21일이다. 육군에서 진상조사단이 구성되어서 1차 조사를 마쳤고, 육군 법무실에서 보강 조사를 거쳐서 징계위에 넘기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만약에 헌법재판소에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적이 위헌이라는 결론이 난다면, 애초에 이런 혼란을 야기한 정책 입안자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징계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판단과는 관련 없이 징계 대상자들이 군인사법이나 관련 법규 위반 사항이 있는가만 조사한 것이다. 별개의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변인) 공무상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은 사법적 판단을 받을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온서적' 지정은 최근 원정화 사건처럼 현역 장교를 포섭대상자로 삼는 등 북한의 대남공작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북한보다는 동맹국인 미국이 더 위험하다는 등의 답변이 나오는 가운데 장병들의 정신 전력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입안된 것이다."
- 군법무관들이 법률가적 양심에 따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는 것이 군 기강을 문란케 하고 군의 위신을 실추시켰다고 볼 수 있는가? "군인은 상관이 직무상 지시나 명령을 내렸을 경우 내부 건의절차를 밟아서, 반드시 지휘 계통을 따라 단독으로 건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군 법무관들에 대한 징계는 그런 과정을 무시한 것에 대한 징계이다."
한편, 헌소를 제기한 군 법무관들의 법률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오늘 오후 국방부의 중징계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할 예정이다.
[1신: 19일 오전 8시 10분]국방부 '불온서적' 헌소 낸 군 법무관 2명 파면
지난해 10월, 국방부가 23권의 도서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해 군내 반입금지 조치를 내린데 대해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 소원을 낸 군 법무관 7명 가운데 2명이 파면 징계를 받았다.
파면 징계를 받은 법무관들은 군인사법에 의해 현역 신분이 발탁돼 불명예제대를 해야 한다. 이 경우 10년 이상 장기복무를 했더라도 전역 후 변호사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되며,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5년간 공직 임용이 금지된다.
18일 국방부 관계자는 "이상희 국방장관이 '육군중앙징계위원회'가 헌법소원을 낸 A 법무장교와 B 법무장교에게 어제 내린 파면 결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육군중앙징계위원회는 법무관 2명에 대해 군 위신 실추와 복종의무 위반, 장교 품위 손상 등을 사유로 파면 결정을 내렸다.
법무관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청맥의 최강욱 변호사는 "국방부의 징계조치는 납득할 수 없으며, 앞으로 징계 항고와 행정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을 낸 7명의 법무관 가운데 2명은 헌소를 취하했고,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조치가 내려졌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작년 7월, 국방부가 대중성 높은 인문교양서와 대학교재, 십만권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까지 불온서적 목록에 넣은 것은 현대판 '분서갱유'라는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장하준 교수가 쓴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여러 언론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지만 '반정부반미 서적'으로, 삼성그룹의 불법탈법과 싸워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은 '반자본주의 서적'으로 분류되었다.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 역시 국방부의 불온서적 명단에 올랐다.
당시 국방부는 장관 지시로 각 군 본부 및 예하부대에 대해 '군내 불온서적 차단대책 강구'를 지시, 장병들의 소지품과 우편물 등을 검색하고 간부 숙소 등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