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안학교 이야기를 소개한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를 읽다가 20년 넘게 달린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78만 킬로미터라는 내용을 보았다. 일본에 있는 유명한 대안학교인 '키노쿠니 학교' 호리 신이치로 교장선생님이 타는 '미쓰비시 파제로'의 주행거리가 78만 킬로미터라는 것이다.
"애마 파제로는 여전히 현역이다. 주행거리는 78만 킬로미터에 이르렀다. 어느새 달까지 왕복 거리를 넘어선 셈이다. 와우! 당분간은 애마를 탈 수 있을 듯하다." (책 240 쪽)"내 애마는 미쓰비시의 파제로, 8년째 타는 차인데 주행거리가 26만 킬로미터이다. 연평균 주행거리가 3만 2천 킬로미터를 넘는 셈이다. 개교 직전 일 년 동안에는 4만 5천 킬로미터나 달렸다." (책 21쪽)첫 번째 인용문은 2008년에 쓴 글이다. 두 번째 인용문은 1994년에 쓴 글이다. 1994년에 8년째 타는 차였으니 1986년식이라는 이야기이다. 호리 신이치로 선생이 올 해도 이 차를 계속 타고 있다면 23년째 미쓰비시 파제로를 타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안학교 '키노쿠니'를 소개하는 이 책은 <자유와 교육이 만났다, 배움이 커졌다>라는 제목으로 민들레에서 번역 출간하여 국내에 소개하였다. 영국 섬머힐의 자유교육 이념을 바탕으로 세계의 여러 대안학교에서 장점을 가져와 세운, 숙제도 시험도 성적표도 없는 자유로운 학교 이야기다.
호리 선생님은 미쓰비시 자동차가 튼튼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대안학교를 준비하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과, 지난 22년 동안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가를 말하기 위하여 자동차 주행거리를 공개한 것뿐이다.
나, 역시 미쓰비시 '파제로'가 튼튼한 차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국산 자동차도 성능이 좋아졌으니, 좀 더 오래 타는 것이 환경친화적인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16년 된, 내 차는 18만 킬로미터나도 1994년 1월에 출고된 프라이드 베타를 16년째 타고 있는데, 출퇴근 거리가 짧고, 자전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주행거리는 고작 18만 킬로미터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젠 차 바꿀 때도 안 되었느냐?"하는 이야기를 무지하게 듣는다.
아마, 호리 선생님도 20년 넘게, '파제로'를 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귀에 딱지가 생길 만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면서, 첨엔 일본차라서 성능이 좋아 이렇게 오래 타는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정말 오래 타는 차는 얼마나 타는지 궁금해졌다.
최고 오래 타는 차는 도대체 몇 킬로미터까지 탈까?
여기 저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
중고자동차 사이트 게시판에서 우리나라에도 달까지 왕복한 차량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50만, 60만 km가 넘게 탄 택시가 적지 않고, 100만 km가 넘은 무쏘도 있고, 150만 km 넘게 운행한 버스도 있었다고 하니 놀라울 뿐이다.
워낙, 사람들이 자동차를 자주 바꾸니, 최소한 10년이라도 타자고 자동차 10년 타기 운동도 생겼다. 요즘은 자동차 성능이 많이 좋아져서 10년 이상 타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
자동차, 최대한 오래 타는 것이 환경친화적전에, 에너지와 관련된 책을 읽다 연비가 좋지 않은 차라도 어차피 만들어진 차라면 오래 타는 것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동차를 1년 평균 2만 킬로를 탄다고 가정하면, 10년 동안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보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꼭 필요해서 차를 구입한다면 구입할 때는 연비가 좋은 차를 골라야 한다. 그러나, 한 번 구입한 차는 비록 연비가 좀 나빠도 최대한 오래 타는 것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방법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