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이 전작 <흔들리지마>의 인기를 이어가며 아침드라마 왕국의 명성을 다시 드높이고 있다. 비록 시청률 20%를 넘지 못하고 있지만 타 방송사 작품들에 비해 시청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충분히 아침드라마로서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출연진들에 비하면 시청률은 조금은 초라할지도 모르겠다.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배우 신은경과 국민 엄마 김해숙 등이 출연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시청률은 썩 흡족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라마의 내용을 보면 아침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하얀거짓말>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듯싶다. 사실상 드라마의 내용을 따져본다면 사랑과 배신 등이 주요 소재이기 때문에 어쩌면 여타의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진부함과 식상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진하디 진한 모성애의 하얀거짓말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러한 사랑과 배신은 극을 이끌어 가기 위한 동기부여였을 뿐 주된 내용은 비뚤어진 혹은 열렬한 모성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서영은(신은경)과 강정우(김유석)는 사랑하는 연인으로 결혼까지 결심했던 사이지만 어느 날 정우는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영은은 정우의 아이를 낳지만 아이가 죽는다.
이때부터 <하얀거짓말>은 시작되지만 사랑과 배신이 전부인 드라마는 아니다. 오히려 영은의 아이가 죽은 뒤부터 드라마는 자식을 가진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영은의 아이는 죽지 않았다. 영은의 엄마 나진순(김혜옥)이 아이를 입양시키고 영은과 가족 모두에게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편, 정우가 떠난 것은 자신의 어머니 주애숙(김영란) 때문이다. 평생을 첩으로 살아온 그녀가 자식과 살아남기 위해 본부인 신영옥(김해숙)의 손을 잡아 정우가 어쩔 수 없이 영은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본부인이자 백화점 회장인 신영옥은 자신의 자식 형우(김태현)를 위해 남편을 죽이고 재산을 가로챘다. 형우는 지적장애인데 그를 위해 영옥은 자신의 남편의 생명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더욱이 평생 다른 여자와 살림을 한 남편이기에 남은 것은 증오밖에는 없었다.
특히 여공으로 일하면서 오로지 자식을 위해 돈을 벌고 남편에게 '독한년'이라는 소리까지 감수하면서 까지 그녀는 형우를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 그리고 정우와 손을 잡았지만 백화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홍나경과 결혼을 감행시킨 장본인이다.
여기에 영은은 죽은 줄만 알았던 아이 비안이가 살아오자 형우와의 결혼생활을 포기할 만큼의 모성애를 보인다. 그리고 영옥은 형우에게 백화점을 물려주기 위해 비안이를 입양하려 한다. 하지만 정우가 비안이가 자신의 자식임을 알고 끝없이 은영과 대립하며 비안이 입양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영은은 비안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듯 드라마 속에 주요 내용과 주제는 '모성애'이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의 캐릭터가 다르지만 자식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은 한결같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자기 자식을 위해 남편까지 죽이면서 비뚤어진 모성애를 보여주는 영옥이나 그런 점을 이용해 자기의 아들을 백화점 주인으로 만들려는 애숙이나 자식의 앞길을 위해 비안이가 죽었다고 말하는 진순이나 자신의 아이와 함께 살기 위해 애를 쓰는 영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짓말. 하얀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이들의 거짓말이 섬뜩할 수도 있고, 이기적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용서가 될 수 있는 하얀거짓말인 것이다.
사실, 부모의 마음을 자식이 알 리가 없다고들 이야기한다. 그것은 그만큼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식이 알지 못할 정도로 깊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실제로 어느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지 않으려 하는 이가 있을까. 그래서 <하얀거짓말>은 어머니라는 모티브를 위해서 사랑과 배신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은 전개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진실게임의 색다른 전개 방식여기에 미스터리처럼 진실게임이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하얀거짓말>이 일반 아침드라마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은와 정우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혼을 시킨 영옥.
그리고 자신이 배신을 당했다는 사실에 상처를 입은 영은은 진실을 숨기고 결혼을 감행한다. 그 사실을 알고 결혼을 막아보려 했으나 실패한 정우 또한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홍나경(임지은)에 진실을 숨긴다.
사랑과 배신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진실이 밝혀지기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문 진실게임이 펼쳐진다. 영은을 이혼시키면서 완벽하게 영은과의 과거를 숨기려는 정우, 그것을 알지만 형우와의 결혼생활에 물러설 생각이 없는 영은의 진실게임 속에 둘의 관계를 알게 된 나경이 벌이는 심리전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 비안이의 생부의 존재로 또 다른 진실게임이 펼쳐진다. 비안이의 생부가 살아있음 알게 된 영옥. 그리고 비안이를 지키려는 영은, 비안이를 보내려는 정우 사이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은 드라마의 주요 내용으로 부각되어지고 있는 상황.
현재 영옥은 은영의 아이인 비안이의 친부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부가 정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영옥. 정우가 사람을 시켜가며 은영이 남자를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연출하자 이에 격분해 비안을 입양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의도적으로 생부에게로 보내려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옥의 계획에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아들인 형우다. 형우가 은영과 비안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실되기에 영옥도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여사는 형우와 비안을 떼어놓기 위해 스케치북에 낙서를 하고, 아끼는 물고기들을 죽인 후 모든 것을 비안에게 덮어씌우고 말았다.
결국 이를 믿지 않은 영은과 영옥은 격한 대립을 하며 진실게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은이 모든 사실을 밝히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겨있어 그리 쉽사리 진실게임이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하얀거짓말은> 그동안 아침드라마에서 줄기차게 벌어졌던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으로 점철된 내용을 선보이기보다는 모성애와 진실게임을 방불케 하는 색다른 전개방식으로 아침 시청자들을 안방극장으로 모여들게 하고 있다. 흥미진진한 진실게임이 누구의 승자로, 하얀거짓말이 언제쯤 밝혀지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