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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늦게부터 내린 봄비가 새벽까지 이어지더니 아침에는 맑게 날이 개어 있었습니다.

전날 밤 신데렐라처럼 종이 울리기 전에 도서관을 나섰지만 비가 많이 내려, 자전거를 타고 산고개를 넘어올 때 간만에 꽤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안경에 가차없이 내리치는 빗방울 때문에 앞이 안보일 정도로 봄비에 흠뻑 젖기도 했지만, 도서관 앞 주차대에 세워둔 자전거 체인이 누군가에 의해 빠져있어 그것을 바로잡는데 손에 기름을 흠뻑 묻히기도 했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는 자전거, 바지, 가방에 묻은 모래와 흙을 털어내고 샤워를 하고 때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나니 어느새 자정에 가까워져, 창문을 두드리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22일 세계 물의 날에 대한 단상들을 블로그에 정리해봤습니다.

 

일찍부터 정리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당일 새벽에서야, 물위기 대책은 없고 물 민영화에 여념없는 정부를 꼬집는 포스팅을 끝내고 뻘짓을 하다 새벽 3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블로그 중독자'의 2008 올블로그 어워드 발굴왕!!

 

요사이 미치듯이 새벽까지 '글쓰는 기계'를 가동해 피곤하긴 하지만, 이렇게 밀린 숙제를 정리하고 나면 참 후련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과 놓치고 빠트린 것이 많은 부족함에 몇 번씩 훑어보게 되지만 말입니다.

 

암튼 황금같은 주말이지만 백수(백가지 근심) 블로거에게는 주말과 평일의 경계 구분은 없다시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블로그 때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 앞에서 불공을 드리다 점심을 먹고 어린 조카에게 노트북을 내어주었다가, 조카가 놀다 지쳐 낮잠을 자는 동안 다시 열심히 불질을 하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가고 맙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블로그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도, 정작 하고 싶은 숙제나 이야기들을 놓치고 가는 것도 많아 쉽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머리속에는 오만가지 소재와 주제들로 가득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블로그에 풀어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잠깐 잠이 들었다 깨면 또 다시 블로그를 마주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자신을 일찍이 '블로그 중독'이라 자가진단을 내린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2008 올블로그 어워드 발굴왕>도 블로그에 미치지 않고서야 얻을 수 없는 영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한 때 즐겨보던 무한도전이나 1박2일, 패밀리가떴다 등 연예오락프로그램에는 눈길조차 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세상이 하도 수상하고 어지럽고 나쁜 소식들만 넘쳐나고 있어, 그들의 몸개그와 복불복에 헛웃음을 짓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그 시간에 '불편한 불질' 포스팅을 하거나 책을 읽는게 제게는 '실용' 그 자체인 겁니다.

 

또 하나 KBS-YTN 등 방송언론을 장악한 정권이 언론악법 개정, 사이버통제 등 언론-표현-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들을 너무나 교활하게 해대고 있어서 WBC건 오락프로건 볼 틈이 없습니다. 잠시 경계를 풀고 여유를 부리는 사이에 오만가지 것들이 주체할 수 없을만큼 밀려와 우리의 삶을 오염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상한 TV는 켜지도 보지도 않습니다.

죄송하지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블로그,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떴다, #올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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