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20일) 서울에 있는 모 방송국 시사프로그램 피디로부터 손 전화로 연락이 왔다. 학생교복을 아이템으로 프로그램을 제작중인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해당 프로그램 스크립터를 통해서 기초자료는 확보를 한 터라 나에 대해서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었다. 21일 오전에도 다시 확인전화를 하면서 필요한 몇 가지를 주문했다. 약속은 일요일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로 했다.
마침 경북 경주에 촬영을 마치고 창원으로 온다는 연락이었다. 지난 2005년에 나는 딸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에 교복공동구매추진위원장을 3년 정도 자진해서 맡으면서 열심히 활동을 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관계자들이 도움을 주곤 했지만 교복공동구매추진은 순전히 나 혼자서 했다. 서류 하나 만드는 것, 통신문 만들고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인근 초등학교에 일일이 안내장을 돌리기까지 했다. 공동구매를 시작하자 교복값을 전년도에 비해 약 60%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계약을 했다.
같은 품질에 엄격한 검수과정을 거치면서 학부모들의 호응도도 높았다. 처음 시작했지만 공동구매 비율이 70%에 육박할 만큼 성공적이었다. 교복에서 체육복까지 공동구매를 시작하면서 지역에는 모범사례로 이곳저곳에 많은 자문도 해 주었다. 바로 이때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 대리점에서 나를 상대로 1억3900만원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들어왔다. 지역언론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사안이었다. 방송국에서 아마도 이 점 때문에 나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인터뷰 약속장소를 내가 활동하는 단체 사무실로 했기 때문에 나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향했다. 인터뷰에 필요한 자료들을 들추어보고 당시 신문기사를 챙겨보기 위해서 일찍이 사무실로 나갔다. 그런데 느닷없이 약속시간이 다 되어서야 해당 프로그램 피디로부터 전화가 아니라, 문자로 사정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사정이 생기면 계획이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언론개혁단체에서 활동하는 나로서는 방송국의 시스템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취재원에 대한 예의가 영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또는 제보를 해서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방송국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취재원과 약속을 잡은 것인데 이렇게 사전 연락도 없이 약속시간에 전화도 아닌, 그것도 문자로 일방적으로 취소를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일이 있든 없든 간에 휴일 하루를 어디 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약속 때문에 잡혀 있어야 하는 내 개인 사생활에 대한 미안함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미안해서 그런지 전화로는 전달하지 못하고 문자로 연락했다는 것은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는 것이다. 만약에 문자 확인을 못했다면 어떻게 할 참이었는지 궁금하다.
셋째, 이러한 일이 방송국에서는 그냥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다. 명색이 한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에서 취재원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부족하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질을 떠나서 충분히 비판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부 시스템의 부재이기도 하지만 거대방속국의 오만함이 묻어 있는 일이기도 하다. 최소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하루 전이라도 연락을 취해서 상대방에게 붙잡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은 방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
넷째, 만에 하나 서울에서 내려온 방송국 스텝진들에게 촬영약속 시간에 문자로 개인사정으로 촬영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면 과연 해당 방송국의 반응은 어떨까 생각을 해본다. 방송국 관계자 여러분 화면상에는 보이지 않지만 취재과정의 성실함과 겸손함이 결국은 해당프로그램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오늘 아침 담당피디와 전화를 통해서 문자로 촬영이 취소되었다는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으로 끝맺음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자 개인으로서 사과는 하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못하겠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
혹시 이 기사를 담당 피디나 관계자가 읽는다면 해당 프로그램 담당 데스크 이름으로 공식적인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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