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막장 드라마는 중간부터 봐도 이해가 된다"고.

 

막장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절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내의 유혹>이다. 특히 <아내의 유혹>은 그동안 일일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속도전으로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사실, '드라마가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아내의 유혹>의 내용도 봐줄만 하다. 아니,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 조강지처 대 내연녀 구도가 지겨울 만큼 지겨운 지금-시청자들도 왠만하면 불륜 드라마 한 편 쓸 정도-이기에 더 강력한 캐릭터와 구도가 필요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화려한 종영을 마친 <조강지처 클럽>도 시청률 1위로 축하해준 시청자 아니겠는가.

 

그래서 분명 작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아주 강력한 포스를 지닌 내연녀 캐릭터를 창조하겠노라. 그리고 신애리(김서형)라는 여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단지, 가난에 벗어나고자, 자신의 아이에게 아빠를 만들어주겠다는 일념 하에 파렴치한 행동은 온몸으로 하는 그러한 여성.

 

그리고 우선 그러한 강한 독기가 절로 뿜어져 나오는 신애리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실상 드라마에서 그토록 소리를 질러대며 고성방가를 했던 여성도 진즉 없었으니. 그리고 연이어 또 한 명의 악녀가 탄생되었다.

 

착하디 착했던 구은재(장서희)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민소희로 둔갑해 남편 정교빈(변우민)과 신애리를 향한 복수의 칼을 들었다. 그리고 남편을 이내 다시 유혹해 신애리를 내쫒고, 천지건설을 무너뜨렸다. 천지건설 정하조(김동건)와 한때 사랑했던 여인 민 여사(정애리)와 손을 잡고.

 

이 복수극에서 <아내의 유혹>은 절정을 맞이했다. 극의 전개 면에서, 시청률 면에서도. 그동안 온갖 갖은 구박과 모멸감을 받던 그녀가 점 하나 찍고 나타나 벌인 복수극. 점 하나 찍고 민소희로 모든 출연진들이 굳게 믿는 황당한 설정쯤은 눈감아 줄 수 있었다.

 

왜? 정교빈과 신애리를 향한 복수가 통쾌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정상적이든, 극단적이든 강력한 포스에 이끌리 수밖에 없는 시청자로서는 욕을 하면서도 통쾌했고 재미있었다. 문제는 복수가 끝난 이후에 문제가 드러났다. 막장 드라마의 한계, 인기 드라마 연장의 폐해라고 할 수 있을까.

 

민소희 컴백은 <아내의 유혹>의 결점!

 

제작진, 혹은 신문매체에서는 '<아내의 유혹>, 민소희 컴백, 복수 3시즌'이라는 타이틀로 화려한 복수극 3막의 서막을 올렸다. 그런데 여기서 시청자들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적어도 막장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봤던 시청자로서.

 

순간,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이경규씨가 만든 <복수혈전>이 생각났다. 복수의 복수는 낳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하는 듯 이제 와서 민소희(채인영)가 컴백해 구은재를 상대로 신애리와 손을 잡고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민소희가 등장함으로써 기존의 캐릭터의 매력적인 면들이 감소되고 있어 <아내의 유혹>의 총체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아내의 유혹>이 5월 달까지 방송이 된다고 하니 방송분량을 늘리기 위해서 민소희가 살아 돌아온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나, 살아오지 말았어야 한다.

 

사람이 죽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특히 수영도 못하던 구은재가 살아 돌아온 것은 주인공의 복수극이 남아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적어도 시청자들도 구은재의 복수극을 함께 통쾌해 하며 시청해왔다.

 

그런데 민소희의 등장은 억지스러움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소희 또한 물에 빠졌다가 그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음에도 다시 살아나 우울증에 자살을 몇 번 시도했다 정도로 모든 설명을 간략화 시키더니 건우(이재황)를 향한 사랑은 거의 정신병자 수준에 과도한 집착으로 승화시켜버렸다. 물론 죽기 전까지도 오빠를 향한 사랑이 대단했지만 이제 거의 정신병자 수준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악녀 삼인방이 모인 <아내의 유혹>은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고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 패스 수준에 가까운 신애리,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역할놀이에 빠졌던 구은재, 과도한 집착이 스토커 수준을 뛰어넘어 정신병자 수준으로 승화된 민소희까지.

 

그야말로 종합병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상태를 감정받아야 할 인물들이 많다. 하늘이 고모(오영실)가 지적장애를 앓고 있지만 그녀보다 더한 여성들이 앞서 이야기한 삼인방이다. 그리고 이제 구은재와 민건우의 사랑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민소희가 벌일 악행을 생각하면 이제 지겨워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계속되는 악행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이제 지겹다고 하소연 한다. 아니, 정말 지겹다. 사실상 은재의 복수에 넘어가는 정교빈과 신애리가 어설프게 행동해 매회 당하는 모습도 반복해서 보다보니 조금씩 싫증이 났는데 이번에 역으로 또 구은재가 복수를 당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극치를 보여줄 심산이 아니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캐릭터들의 변질, 매력 감소!

 

더 큰 문제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다른 캐릭터들의 변질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과연 인기가 종영 때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물론 단연컨대 보던 습관 때문에 인기는 종영까지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그마저 공감하던 시청자들까지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캐릭터의 변화를 준 사람은 첫 번째 악녀 신애리이다. 신애리의 경우 근본부터 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로 치밀한 전략과 잔머리가 최고였다. 그런데 구은재에게 복수를 당하고 나서부터 신애리는 악만 써대는 악녀로 전락했다.

 

그 이후부터는 하는 일들마다 실수연발이다. 무언가 어설퍼 구은재의 계략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었다. 물론 구은재 복수로 인해 우리는 신애리가 바보가 되어가는 줄 잠시 잊고 있었다. 허나 생각해 보면 복수가 시작되면서 신애리는 바보였다.

 

금괴를 훔치고, 프랑스 화장품을 속여 팔고, 갖은 들통 날 거짓말을 하는 등 구은재에게 역으로 당할 일들을 족족 만들었다. 그리고 복수가 끝이 난 뒤에는 자신이 바보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시금 재산을 찾기 위해 백미인(금보라)의 땅문서를 훔치는 일은 자신이 곤란해질 것이 뻔한 일들임에도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치밀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신애리가 주었던 카리스마, 묘한 악녀의 매력이 사라져버렸다. 정교빈 또한 마찬가지다. 워낙 캐릭터가 유약한 면이 있긴 했지만 구은재를 민소희로 알고 교제를 하고난 뒤로 구은재의 계략에 너무나 어처구니없이 당하는 꼴이 극의 긴장감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구은재이다. 구은재가 복수가 끝나자 그저 사랑스러운 건우의 여자로 전락해 버려 신애리와 민소희의 악행에 당하는 구은재 모습은 이제 <아내의 유혹>에 흥미를 반감시키기엔 충분하다.

 

이러한 부분들은 <아내의 유혹>을 지탱해주었던 힘을 잃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민소희 등장으로 끊임없는 복수가 펼쳐져지는 모습도 시청자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담으로 눈 먼 딸의 복수, 정하조의 복수에 이어 하늘이 고모의 복수까지도 연장을 하려면 수도 없이 연장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연장을 위해 민소희를 등장시켰든 그렇지 않듯 지금으로서는 중요치 않다. 태생이 비정상적인 드라마였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넘치면 부족한만 못하니, 작가가 그 정도를 지켜주길 바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내의 유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