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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했던 잎샘추위가 저멀리 달아났습니다. 시샘도 어느 정도지 자리를 펴고 살 수는 없는 것이지요. 잎샘추위가 떠난 자리를 차지한 것은 꽃들입니다.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탐스러운 모양과 은은한 향기로 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목련, 개나리 처녀가 아니라 개나리 총각으로 유명한 개나리,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주인 없는 집에 목련이 피었다가 몇 송이만 남고 다 떨어졌습니다. 대부분 꽃들이 그렇지만 목련은 더 지는 모습이 더 안타깝습니다. 탐스러움과 은은한 향기는 없어지고 조금은 추하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주인 없는 집에 핀 목련이라 더 쓸쓸합니다.

 

 

5년 전 살구나무를 심었습니다. 5년 동안 한 번도 열매를 맺지 않았는데 올해는 열매를 맺을지 궁금합니다. 살구꽃이 피었는데 언뜻 보면 매화와 비슷합니다. 옛사람들은 살구꽃을 급제화(及第花)라 하여 관직에 나아가는 상징적 의미의 꽃으로 생각하였다지요. 옛날 과거의 전시(殿試)는 해마다 2월(음력) 열렸답니다. 이유는 살구꽃이 이 때가 만발했기 때문입니다. <고향의 봄> 노랫말에도 살구꽃이 나오지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동백꽃은 따뜻한 남쪽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붉은 꽃망울을 볼 때마다 어찌 저토록 붉은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백꽃은 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떨어질 때까지 고이 간직합니다. 겨울바람을 이겨낸 동백나무이기에 첫 모습을 마지막까지 간직할 수 있겠지요.

 

 

봄처녀인데, 왜 개나리 처녀가 아니라 '개나리 총각'일까요? 궁금합니다. 차를 타고 고속도로와 국도를 다니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개나리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꽃입니다. 흔한 꽃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지요. 흔한 꽃이기에 누구나 볼 수 있고, 쉽게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고고한 자태를 뽐내지도 않고,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꽃이 개나리가 아닐까요?

 

 

따뜻한 봄날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 피어난 노란 민들레를 보면 낮은 자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을 뽐내기보다는 납작 엎드려 자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지나가는 길손에게 밟혀 피어보지 못할 수 있지만 민들레는 자랑하지 않습니다. 옛 사람들은 배가 아프면 민들레 새잎을 씹어먹기도 하며, 뱀에 물렸을 때 뿌리를 다져서 발랐다지요. 또 꽃을 그늘에 말렸다가 피가 부족하거나 결핵에 걸렸을 때 먹었다고 합니다.

 

 

잎샘 추위가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이미 겨울은 봄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습니다. 목련, 살구꽃, 동백꽃, 개나리, 민들레는 따뜻한 봄이 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겨울아,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이다.


태그:#동백꽃, #살구꽃, #목련, #개나리,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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