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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5시즌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또 다시 한번 인기를 누리고 있다. 5시즌 1회부터 심화되가는 경기침체를 반영하며 직장인의 애환을 본격적으로 담기 시작했던 <막돼먹은 영애씨>가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사실상 <막돼먹은 영애씨>가 5시즌까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유는 참으로 많다.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채널 드라마에서 자극 대신 공감을 얻는 사실이 그러하다. 대부분 선정성을 앞세워 섹시코드의 드라마가 넘치던 케이블 채널에서 유일하게 섹시 코드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내세웠다는 점이 다른 케이블 드라마와 차별화를 꾀했다.

 

더 나아가 100% 공감이라는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는 막장 드라마가 인기를 주름잡는 공중파가 본을 받아야 할 상황까지 돼버렸으니 <막돼먹은 영애씨>의 인기비결이 궁금해진다. 그것도 예쁜 주인공 하나 없고, 톱스타가 없는 상황에서 케이블 채널의 독보적인 드라마로 입지를 다진만큼 그 인기비결이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톱스타 없어, 현실감이 묻어나는 영애 씨!

 

<막돼먹은 영애씨>의 인기비결은 단연 주인공 이영애이다. 동명이인 톱스타 이영애가 아닌 뱃살이 출렁이며, 보험 삼을 만한 남자친구도 없는, 그렇다고 잘나가는 직업을 가지지도 않은-계약직으로 전락해버리기까지 한-골드미스 이영애.

 

그래서 늘 집에서는 엄마의 결혼 잔소리와 회사에서는 덩어리라 불리며 고군분투하는 그녀. 여타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여주인공은 아니다. 이런 캐릭터라면 청순가련, 혹은 섹시한 여 주인공의 친구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 아닌 상식이었던 불문을 깬 장본인 이영애. 그래서 시청자들로부터 그녀는 동변상련의 처지를 느끼게 하면서 극중 영애의 막돼먹은 세상과의 싸움에 시청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이영애 캐릭터를 아주 능청스럽게, 천연덕스럽게 해내고 있는 김현숙이 영애라는 캐릭터를 더욱더 숨쉴 수 있게 만들었다. 그녀가 극중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참으로 리얼하다. 가령 버스에서 만난 치한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주고, 바바리맨을 만나서도 핸드폰 사진을 찍겠다며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직장 상사의 농담과 아유에 커피에 침을 뱉거나, 입에 넣은 얼음을 커피에 넣는 등 소심한 복수를 하는 그녀의 모습.

 

조금은 과장된 거침없는 행동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느끼게 하면서 한편으로 직장에서 소심한 복수는 시청자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일들을 보여주어 현실감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백마 탄 왕자의 로맨스는 여지없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흔히 드라마 속에서 백마 탄 왕자와의 로맨스가 대리만족을 시켜주었다면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연하남과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는 온데간데없이 현실만이 남아있어 참혹한 이별을 맞는다.

 

그리고는 영애 씨 사랑은 개나 주라며 오직 일에만 몰두하더니 계약직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정규직이 되보겠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요즘의 현실과 맞닿아있어 더욱더 공감을 이끌어 낸다. 국민 10명 중의 4명이 계약직이라고 하니 <막돼먹은 영애씨>의 영애씨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러한 캐릭터이다.

 

영애 씨 뿐만 아니다. 예전 아름다운 사람들의 직원 현 그린기획 직원들인 돌아온 이혼녀 영애의 단짝 친구 지원도 얼굴은 예쁘지만 사생활에서는 더럽고, 직장에서 꼭 저런 밉상인 동료가 있음을 보여주는 정지순, 성적 비하 발언을 일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장이었던 유형관까지.

 

영애의 집도 마찬가지이다. 정년퇴직한 아빠, 날로 드세져 가는 엄마, 철없이 애를 덜컥 갖은 동생 영채, 철부지 막내동생 영민이까지. 주변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혹은 '아 내 모습이구나'하고 무릎을 탁 칠만한 캐릭터들이 넘쳐난다.

 

판타지는 가라! 우리에겐 리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만드는 이야기들은 판타지가 아닌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즉,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또한 철저하게 현실감이 묻어난다. 주인공이 예쁘지 않다는 설정을 내세워 그녀가 막돼먹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는 그야말로 눈물겹다.

 

사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느낀다. 세상이 참으로 불공평하다고. 그것은 여자들에게 더욱더 잔인하다. 우리도 흔히 말한다. "여자는 예쁘고 봐야 해"라고. 아무리 사회생활 열심히 해도 얼굴이 예쁘면 용서되는 것이 많다. 그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학창시절에 일명 '날라리'로 불리던 그 애가 어느 날 사모님이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그보다는 잘났고 공부 잘하는 애들보다 못난 나는 그저 그런 회사에 취직해 여전히 생계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막돼먹은 영애씨>에서는 잘 보여주고 있다. 즉 영애 씨가 막돼먹은 것이 아닌 막돼먹은 세상을 향해 하이킥을 날리는 영애 씨의 모습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영애 씨는 예쁘지도 S라인 몸매도 아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덩어리'로 불리며 간판, 전단지를 만드는 디자이너이다.

 

그저 그런 회사에 다니는 딸이 노처녀가 되가는 모습에 늘 엄마는 구박이다. 무조건 선을 보라 떠밀고, "작작 좀 쳐 먹어!"라며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를 외쳐대는 엄마의 구박에 영애 씨는 늘 괴롭다.

 

그리고 거리에 나가면 왜 그리 S 라인이 많은지 옷을 살 때도 44사이즈는 엄두도 못 낸다. 그래도 영애 씨는 꿋꿋하게 버텨나간다. 여기에 사랑은 늘 자신만 피해간다. 연하남과의 달콤한 로맨스는 살벌한 스토커로 전락해버리게 되고, 첫 사랑과의 재회는 역시나 배신남은 이혼 후에 좋다고 쫒아다니더니 결혼은 싫다고 떠나버린다.

 

현재는 그저 그런 회사에서도 계약직으로 전락해 여자 상사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덩어리'라는 별명을 뻔뻔하게 부르며 상사의 아들 학교의 교통정리까지 맡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특히 드라마에서 쏘아붙이는 영애 씨의 거침없는 대사에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데는 그럴만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애 씨의 대사에 '삐' 하고 울리는 순간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서글퍼진다.

 

이러한 현실적인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이뿐인가. 변변한 직업도 없고, 돈도 없어 월세가 몇 달치 씩 밀린 친구 지원. 그저 믿는 거라고는 얼굴 하나뿐인데 같은 회사 상사였던 윤 과장과의 로맨스는 종국에 돈 있는 여자를 찾아 떠나가고 돈은 많은데 나이 많은 아저씨와의 로맨스도 결국 드센 누나들 때문에 이별한다.

 

결국 영애 씨와 마찬가지로 지원도 변변한 사랑도 해보지 못한 채 돌싱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경제가 않은 탓에 아름다운 사람들을 그린기획에 넘긴 유 사장은 팀장이 되어 이사의 눈치를 살피는 신세가 되었다.

 

또한 윤 과장은 미용실을 가지고 있는 은실이와의 결혼은 결국 은실이 모든 돈을 가지고 도망가 그녀를 찾아 헤매며 지순과의 동거를 다시금 시작한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일상은 달콤하지도 않을뿐더러 평탄한 사람들이 없다.

 

그런데 <막돼먹은 영애씨>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에 시청자들은 동감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1시즌 때부터 5시즌까지 줄곧 이어져 우리는 여전히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시즌제와 막장 드라마 소재 없어 인기

 

그런데 이것을 가능케 한 데는 뒷받침되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시즌제' 덕분이다. 대부분의 인기드라마는 '연장'이라는 방법으로 인기를 이어간다. 단기적인 광고수익 때문이겠지만 <막돼먹은 영애씨>는 단기적인 방법보다 시즌제를 통해서 기회의도를 고수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시즌제의 문을 연 최초의 드라마이다. 물론 공중파에서 몇 번 시도를 했지만 정확하게 시즌제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즌제를 시작해 5시즌까지 이어온 <막돼먹은 영애씨>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본보기로 삼을만 하다.

 

그리고 이 덕분에 드라마의 내용도 늘어지거나 지루해지지 않았다. 한 시즌에 16부작을 만들면서 당초 기획의도를 벗어나지 않고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소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인기요인 중의 하나이다.

 

불치병, 출생의 비밀, 불륜이 등장하지 않아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노처녀 영애 씨의 사랑과 이별, 직장인들의 삶과 애환, 집안에서 아웅다웅하는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 모습을 충실하게 보여줌으로써 이제껏 시청자들이 볼 수 없었던 부분의 내용을 담아 인기를 얻었다. 이러한 모습이 지속되는 한 <막돼먹은 영애씨>는 장수프로그램으로 10시즌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어디선가에 막돼먹은 세상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영애 씨를 응원하고 싶다.

 


#막돼먹은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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