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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일로 다가온 일제고사.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결국 시행되나 봅니다. 제 주변에는 개별적으로 그날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는 분은 계시지만 서초지역이라 그런지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습니다. 그런데 과천지역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이 있어 그 모임을 이끄시는 제갈임주님을 찾아갔습니다.

 

                                        

- 일제고사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견해가 엇갈릴 것 같은데 어머니께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제고사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지금 정부에서는 일제고사가 아이들의 학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고, 학력 저하된 학생의 수준을 알아서 교과 과정 편성이나 학습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일제고사는 전국적으로 다 보고, 2010년부터 정보 공시제에 의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그 정보를 공개하기로 되어 있는데 그것이 공개되면 전국 학교의 서열이 드러나죠. 그것이 고입, 대입에 이용될 것으로 봐요. 작년 10월에 봤던 일제고사 결과를 2월 16일 발표했는데 결과를 보면 지역 간 격차가 심해요. 강남지역 아이들은 성적이 높고, 사는 지역과 소득수준에 따라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이것이 고입이나 대입에 이용되는 거죠. 고등학교는 평준화라고 하지만 사실은 평준화가 아니에요. 사립형 특목고가 있고, 다양화된 고급 학교가 생겨나잖아요. 이 학교들이 학생들을 선발할 때, 학교 등급을 볼 거라는 거지요. 내신이 높은 것보다 학교 등급이 높은 학생을 뽑는 근거가 된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상 일제고사가 고교등급제로 이어지는 기반이 되는 거죠.

 

이번에 고려대학 사건도 그렇잖아요. 내신 좋은 아이보다 특목고 학생들을 뽑았잖아요. 지금 고려대는 그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버티고 있잖아요? 일제고사를 치면서 학교등급이 나눠지게 되고, 내신이 나쁘더라도 우수하다 싶은 아이들을 드러내놓고 뽑을 수 있죠. 또 강남에 사는 아이들을 뽑게 되는 거죠."

 

- 과천지역에는 일제고사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나요?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들은 15명 이내예요. 대부분 학부모이고, 그냥 시민은 몇 분 안 되요. 지금 1인 시위나 퍼포먼스나 선전전을 같이 하면서 회의하죠. 자기 자녀가 다니는 학교 앞에서 퍼포먼스도 하고, 1인시위도 해요.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서 학교마다 돌아다니면서 했어요. 과천중학교 앞에서 한 번 했고, 문원초등학교, 문원중학교에서 했고, 오늘은 관문초등학교에서 했고, 내일은 일제고사를 치르는 날, 모든 학교 앞에서 일인시위를 할 거예요. 오후에는 체험학습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경기도교육청에도 항의방문을 갈 계획이에요. 다른 지역 학부모님들도 결합할 거예요."

 

- 과천지역에도 일제고사 반대로 잘린 선생님이 계신가요?

 

"아니요. 없구요. 서울에서 8명, 강원도에서 4명이에요."

 

        

- 일제고사 반대운동을 하면 아이들 학교 측에서 싫어할 것도 같고, 강성엄마로 찍혀서 아이한테 피해를 줄 것 같은 부담은 안 되시나요?

 

"이미 찍혔어요. 선생님께서 '아이가 얌전해서 그렇게 안 봤는데 애가 이런 걸(체험학습신청서) 가지고 오더라구요. 전 이렇게 내는 거 반대해요. 시험 성적에도 반영 안 되는데 보게 하시죠?'라고 하셨어요. 이런저런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니까, '임실사건도 있었고 개선될 거예요'라고 하시면서 '학교 운영위원장도 되셨는데 학교에 협조적으로 해주셔야죠'라고 하시더군요. 전 '결석처리 해 주세요' 했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아직까지 불이익은 없어요."

 

- 결석처리를 왜 해요?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되잖아요?

 

"체험학습을 안 받아주고 애 편에 돌려보냈는데 어떤 분이 교장실에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일제고사를 반대해 체험학습을 낸다'라는 말만 안 쓰면 받고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교장선생님과 이야기하는 중에 다른 분이 오셔서 체험학습 신청을 했는데 그건 결재해주더래요. 그러니까 목적을 일제고사 반대가 아닌 다른 것으로 하면 해주겠다고 하셨는데 다시 담임선생님이 학부모들에게 전화를 걸어 '교장선생님께서 다시 가정에 일일이 전화를 해서 그날 결석이 없도록 하라고 했다'고 하셨대요."

 

- 이번에 '일제고사'에 반대해 과천지역에선 몇 명 정도가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나요?

 

"신청서를 낸 사람들은 초,중 해서 7명 정도 되고, 아이로 따지면 11~12명 정도 돼요. 생각보다 적어요. 만약 전교조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시험을 안 보고 체험학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셨다면 좀 더 아이들의 신청이 많았겠죠. 그리고 '체험학습'을 내는 것이 부담스러우니까 신청서를 안 내고 그냥 결석시키겠다는 부모님들도 많아요."

 

- 지금까지 일제고사 반대 1인 시위, 학교 앞 퍼포먼스, 일제고사 반대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는데 향후 일정은 어떤가요?

 

"내일 경기도교육청 항의방문이 남았구요, 일제고사를 치른 후에도 교육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모임을 꾸리려고 해요. 지금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과천지역 학교 아이들 문제도 많고, 우려되는 현상들도 많은데 부모들은 소문만 들어요. 예를 들어 싸우는 아이들이 있을 때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한 명을 전학 보내는 것으로 끝내요. 그래서 저희는 이 지역의 교육을 고민하고, 활동하려고 해요."  

 

- 할 일이 무척 많네요. 일을 할 때 함께 해주는 부모들이 많아야 힘이 날 텐데요. '일제고사' 반대모임을 하면서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절망감은 안 드시던가요?

 

"사실 힘들죠. 체험학습 신청서를 낼 즘에 사람들의 선택을 보고 힘이 빠지긴 했는데 어차피 사람들에게 행동을 강요할 수는 없잖아요. 또 '일제고사' 반대하면서 여러 편의 글을 올렸는데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관심을 보였어요. 이번 퍼포먼스 하는 것을 과천 품앗이 카페에 올렸는데 전화가 왔어요. 다음 월례회의 때 와서 일제고사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고요. 이미 시험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될 것이기에 의미 있다고 봐요. 이렇게 하나씩 천천히 쌓아나가면 되겠죠."

 

저는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니 이런 문제에서 약간 비껴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 공교육의 잘못된 점과 몸소 부딪히며 싸우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나만 편하면 되는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문제는 한 학교의 문제도 아니고, 한 지역의 문제도 아니고, 이 나라 전체의 문제입니다. 또한 교육은 아이들의 문제를 넘어 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내내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부모들이 있기에 그래도 희망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경기도 교육청#전교조#체험학습#불복종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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