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공성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개정(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법안 내용에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의 적발 및 방지에 관한 조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국가·공공단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개인질병정보요청권' 조항 때문이다.
특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질병정보 제공에 대하여서는 헌법에 보장된 사생활보호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인권침해의 소지도 매우 높다. 공성진 의원은 보험업법개정(안) 필요의 당위성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발표 자료를 내세웠다.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보험금이 한 해 2조2000억 원에 이르고, 2008년 한 해 보험사기 적발실적은 보험사기 규모의 11%밖에 안 된다"고 강조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일한 법안을 추진해 왔던 금융위원회나 경제부처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면 금감위의 자료는 어떤 것인가.
지난 3월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8년도 보험사기 적발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549억 원, 혐의자수는 4만1019명이었다. 적발실적을 보험종류별로 보면 적발금액 기준으로는 ▲자동차보험 70%(1779억 원), ▲생명보험의 보장성 보험 12.6%(322억 원), ▲손해보험의 장기보험 12.6%(322억 원)이었고, 적발혐의자수 기준으로는 ▲자동차보험 87%(3만5832명), ▲손해보험의 장기보험 7.6%(3119명),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 3.7%(1527명)이었다.
발표대로라면 보험사기적발금액이나 적발혐의자수의 대부분을 자동차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FY2007년(회계년도 2007.4.1~2008.3.31) 자료에 의하면 자동차보험료 수입은 10조 원, 지급보험금은 7조 원, 지급건수는 800만 건이었다.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측의 주장대로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보험금이 한 해 2조2000억 원'이라면 자동차지급보험금 7조 원 중 24%인 1조7천억 원이 보험사기로 지급되는 것이며, 금액상으로 보면 자동차보험금 수령자는 4명에 1명꼴로 보험사기꾼이란 이야기가 된다.
보험업법을 개정하려는 측의 주장대로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보험금이 한해 2조2000억 원'이라면 2008년 한해 보험사기 적발실적 2549억 원은 보험사기 규모의 약 1/10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자동차보험 사기적발금액이 1779억 원이었으니 그 10배인 1조7천억 원이 자동차보험사기에 의한 지급이 되는 셈이다. 즉, 자동차지급보험금 7조 원 중 24%가 보험사기로 지급되는 것이며, 금액상으로 보면 자동차보험금 수령자는 4명에 1명꼴로 보험사기꾼이란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황당한 통계를 인용하는 처사는 대부분 국민을 보험사기꾼으로 몰아가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보험사 피해만 보는 금감원... 가입자 피해는?금감원의 발표는 형평성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가입자와 보험사의 중립을 견지해야 할 감독기관인 금감원은 보험사의 피해만 일방적으로 발표해 왔다. 객관성을 가지려면 보험사의 불법이나 횡포 등에 대한 가입자 피해에 대한 통계와 내용도 동시에 발표해야 한다. 디스크나 간염 등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초기질환의 상태에서 보험에 가입하였을 경우에 보험사기로 몰리기도 한다. 보험사가 기왕증이나 고지의무 위반 등을 내세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보험자와 가입자간의 소송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재벌보험사의 막대한 자금력과 개인의 소송은 처음부터 결과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입자는 결국 변호사 비용 등을 견디지 못하여 중도에 포기하거나 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생업을 잃거나 가산을 탕진하는 경우도 생긴다.
세계 어디에도 보험사의 이익이나 필요를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하는 법을 가진 국가는 없다.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이다. 민간보험의 천국인 미국도 오랜 기간 자료를 집적해온 사설 개인정보제공업체 MIB(Medical Information Bureau)에 보험사가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개인정보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하여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은 물론이다. 공성진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은행권이나 카드회사에도 악성채무자를 근절하기 위해 공공기관은 각종 개인정보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지금도 어떻게 유출되는지 경로도 파악되지 못한 채 각종 개인정보가 홍수처럼 흘러 다니고 있다. 최근에는 한 통신업체의 수백만 건의 개인정보가 백주에 나뒹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민감한 개인의 질병정보를 입법기관인 국회가 발 벗고 나서 보험사의 손에 쥐어주라는 법을 제정하려는 형국이다.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헌법기관인 국회가 오히려 재벌보험사의 이익과 행정 편의를 위해 모든 국민을 보험사기꾼 혐의자로 몰아가는 법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3월 26일 국무총리실 주재로 각 관련부처 당국자들의 논의 결과, 금융위원회의 강력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와 법무부에 의해 본 법안의 개인질병정보 활용내용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3명의 의원과 함께 공성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개정(안)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2조2000억 원이란 근거도 없는 통계로 국민을 협박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헌법기관이 도리어 이를 침해하는 법안을 제정하려고 기를 쓰는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재벌보험사의 대변인 역할도 의정활동에 포함되는 것인가 반문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의 한 단체가 3원 26일 공성진 의원에게 질의서를 보내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명확한 답변이 없는 상태이며, 공 의원은 3월 28일 라디오 방송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송상호 기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하고 있으며 공공서비스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