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기를 낮추면 정말 길이 보인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왜 삼보일배를 하는지 알겠더라. 힘들어 보니까 더 간절해진다. 3불정책은 절대로 지켜내야 한다."

 

30일 오후 창원교육청 앞에서 만난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27일 오전 경남 거창을 출발해 창원까지 걸어서 왔다. 31일 오전 창원을 출발해 진해까지 걷는다.

 

그는 '3불정책'(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본고사) 폐지 반대를 내걸고 닷새 동안 경남 일대 111km를 걷고 있다. 매일 저녁 해당 지역에서는 학부모와 교사들을 만나 '사랑방 좌담회'를 열고 있다.

 

박 교육위원은 걸으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3불정책 폐지, 대책없는 입학사정관제, 지방교육이 죽습니다"는 제목으로 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다. 그는 전단지를 통해 "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입시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고, 본고사를 부활하려 하고 있다"면서 "준비도 없이 입학사정관제도를 시행하여 지방의 일반계 고교는 심각한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냥 전단지를 나눠주면 사람들이 잘 읽어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3불정책 폐지 반대를 위해 걷고 있다고 하니 사람들이 전단지에 관심을 보이던데 힘들어 보니까 간절함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아 알린다는 취지로 걷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저녁마다 학부모와 농민, 교사들과 좌담회를 열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어제 함안에서 한 학부모를 만났더니, 그곳 어느 학교가 기숙형 자립고가 되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고교등급제가 된다면 학교 등급이 낮을 것이기에 자녀를 보낼 수 없고 등급이 높은 고교를 찾아 보내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교육위원은 "학교간 실력 차이가 있다는 사실은 엄연히 인정하지만, 대학 진학에 있어 내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역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지금 정부 정책의 목표가 지역균형발전 아니냐. 농․산․어촌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그런데 학생마저 고교등급제 등으로 도시로 빼앗기고 나면 침체를 더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3불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 내신등급 적용은 농산어촌 학교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죽어가는 지방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박 교육위원은 "걸으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니 고교등급제를 해야 하는 주장을 깨기가 힘들어 지더라"면서 "하지만 고교등급제를 하면 지방교육을 죽게 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곳곳을 걷고 있는 그는 도로 옆에 버려진 쓰레기가 심각하다고 느꼈다면서 "차장 밖으로 쓰레기 좀 버리지 맙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박 교육위원은 강창덕 경남민언련 대표, 진선식 창원 문성고 교사 등과 함께 마산 내서에서 창원교육청까지 걸었다.


태그:#3불정책, #박종훈, #고교등급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