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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교과학습 진단평가(이하 일제고사) 중 초등학교 5학년 국어 29번 문제가 시험 전에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황진우 정책실장은 3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 국어과목 한 문제와 영어 듣기평가 파일이 사전에 유출됐다"고 주장했다.

 

황 실장은 "지난 27일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OMR 답안지 작성법을 연습시키던 도중 5학년 국어과목 29번 문제가 유출됐다"며 "연습할 OMR 답안지가 없어 실제 일제고사에 쓰이는 답안지를 복사해서 나눠주는 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실은 초등학교 한 곳에서만 확인됐다. 그러나 다른 학교에서도 충분히 일어났을 법한 일"이라며 "전국의 학생들이 보는 일제고사라면 적어도 연습용 OMR카드는 제공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 확인 결과 일제고사 초등학교 5학년 국어과목 29번은 8개의 보기를 2개씩 짝지어 줄을 긋는 일종의 주관식 문제였다. 그러나 모 초등학교 학생들이 연습을 위해 받은 복사본 답안지에는 29번 문제의 8개 보기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학생들은 29번 문제의 문항이 적힌 OMR답안지로 연습했고, 4일 후(31일) 아무런 조치 없이 일제고사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어과목 문제뿐만 아니라 영어 듣기평가 파일도 유출됐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황 실장은 "지난 27일 초등학교 4~6학년 듣기 평가 파일이 담임교사들에게 미리 배포됐다"며 "교과부와 시 교육청이 일제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성적조작을 할 개연성은 무척 높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일제고사 거부하면서 학교측의 압력에 시달리는 교사와 학생들

 

몇몇 학교가 일제고사를 거부하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밤늦게까지 전화를 걸어 시험 응시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집까지 찾아와 체험학습을 가지 못하도록 종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일제고사에 반대해 '등교거부'를 하고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주명군(서울 경수중학교 3학년)은 "몇몇 선생님들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집에 밤늦게까지 전화해 시험을 보라고 설득했다"며 "오늘 아침까지 전화를 해 시험을 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진군은 "지난해 같은 반 친구가 회장에 당선됐지만 일제고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회장직을 박탈당했다"며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교사는 회장에 당선된 학생에게 (일제고사를 거부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면 회장을 하게 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30일 발표된 '일제고사 불복종 실천명단'에 있는 교사들도 학교 측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실장은 "B학교의 경우 '불복종 교사'의 교실에 교감이 찾아와 장학 활동을 하겠다며 6교시까지 수업을 감시했다"며 "오늘(31일) 아침에는 학교 측이 일제고사에 불복종한 교사들이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경찰을 동원해 막았다"고 말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전교조 서울지부 기자회견에 이어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 모임 SayNO'는 31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오답제출 등교거부 불복종 행동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교를 거부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일제고사 폐지하고 막장교육 중단하라", "청소년의 힘으로 일제고사 폐지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OMR답안지를 접어 교육청 안으로 날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SayNo'에서 '거북이'라는 필명을 쓰는 학생은 "3월에만 4명의 학생이 성적비관을 이유로 죽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아무개군(중3)은 "작년에는 압박에 못 이겨 일제고사를 봤다"며 "그러나 굉장히 후회했고, 이번에는 등교거부를 했다.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성적이 낮은 학생들에게 압박을 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제고사 대상자는 아니지만 등교를 거부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재호군(고3)은 "일제고사는 학생들 사이에 공부 경쟁을 유도해 사교육을 늘리는 역할만 할 뿐"이라며 "일제고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일제고사,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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