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에 이르기까지 애사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일해주신 종업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현재 당면한 상황을 알려 드립니다. 모기업의 물량 감소로 인하여 4월 5일까지 업무를 이행하고 이후 홍천은 떠나야 하는 처지임을 양지하시어 남은 기간이라도 지금처럼 해왔던 마음으로 현업에 차질 없길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종업원 여러분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는 한진중공업의 하청업체인 (유)홍천 대표이사가 지난 3월 6일 노동자들에게 보낸 알림장 내용이다. 홍천을 비롯해 한진중공업의 또 다른 하청업체인 삼화개발과 성일기업이 곧 폐업한다.
한진중 사내하청 3개 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비정규직 180여 명이 일자리를 일게 된다. 비정규직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자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와 한진중공업지회는 31일 오후 부산 영도구 소재 한진중공업 본관 앞에서 '고용승계, 체불임금과 퇴직금 청산'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노조 지부에 따르면 한진중 상선부문 6개 도장업체(사내하청) 가운데 3개 업체가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것. 노조 지부는 "이 3개 업체는 친인척들이 서로 연관되어 업체를 운영해왔으며, 똑같이 2월과 3월 2개월분 임금 7억여 원(개인당 200~500만 원)을 체불하고 있고, 3월 31일 폐업을 예고하고 '퇴직금 줄 돈도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노조 지부는 "도장업체 180여 명의 노동자들은 선체와 부품에 유기용제인 페인트칠을 하는 노동자들"이라며 "20~30m 높이의 선체 외벽과 좁은 선내 탱크를 오가며 산업재해와 유기용제중독의 위험성을 감내하고, 힘들고 어려운 작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 지부는 "그러나 최근 원청인 한진중은 사내협력업체들과 계약하면서 소위 '최저 입찰제'를 실시하였다"면서 "평소보다 20% 정도 적은 금액으로 도급 계약이 이루어지자 이를 견디다 못한 업체들이 스스로 폐업을 해버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해도 지부장은 "협력업체 대표들도 그 책임이 크다"면서 "이번에 폐업하는 3개 업체의 경우는 친인척들이 운영하면서 원청인 한진중공업 탓만 할 뿐, 진작에는 자신들이 1차로 책임져야 할 임금과 퇴직금조차 '나 몰라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3개 업체가 폐업하는 대신 2개 업체가 한진중의 최저입찰제에 낙찰되었으나 기존의 인력을 고용승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지부는 "한진중 사내하청노동자들은 평소에도 정규직과의 차별로 서러움을 받고있다"며 "자신이 일하던 업체는 난데없이 '폐업'하고, 그 자리에는 다른 하청업체가 들어서면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고 걱정했다.
금속노조 지부·지회는 이날 집회를 통해 "180여명의 도장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고용승계'와 '체불임금 청산'을 원하고 있다"며 "한진중이 사내 하청노동자들을 쥐어 짜기 위해 '최저입찰제'를 계속 시행하면,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임금이 깎기거나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원청인 한진중이 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면서 "최저입찰제로 본질적인 원인을 제공한 한진중공업은, 3개 도장업체 180명에 대해 고용승계, 13억 원에 이르는 체불임금과 퇴직금 청산을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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