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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가 받았다는 500만달러의 사용처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연씨는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해외업체 투자명목으로 썼다고 주장한 반면, 박 회장은 '김해 봉하마을 화포천 개발명목'으로 돈을 건넸다고 주장해 서로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500만 달러의 사용처가 어디냐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환 여부가 달려 있다고 보고 연씨를 소환해 박 회장과 대질심문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가 사위를 통해 박 회장의 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은 건평씨가 세무공무원이었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조카사위 연씨-문재인 "500만 달러는 박회장과 투자회사의 정상적 거래"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는 지난 2007년 1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투자를 요청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라는 투자회사를 설립한 뒤였다. 연씨가 박 회장이 설립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슈테크'에서 6개월간 이사직으로 근무했을 정도로 서로 친분이 있던 터였다.   

 

이에 박 회장은 지난해 2월 연씨의 홍콩 계좌로 500만달러를 송금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이었다. 이후 연씨는 타이, 미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업체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투자와 비용 등을 합쳐 270만달러를 썼고, 현재는 230만달러만 남아 있는 것. 

 

연씨의 대리인은 전날(3월 31일) "둘이 본래 잘 알던 사이인데다 장인(노건평씨)과도 친분이 있다"며 "박 회장이 돈도 있고 베트남에 사업기반도 있어서 (투자를) 부탁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500만 달러는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폈다. 문 전 실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500만 달러는 연씨가 설립한 투자회사와 박 회장 사이의 정상적 거래"며 "그것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투자회사의 투자지역은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해외 유망업체들"이라며 "이들 업체에 투자가 이루어질 때마다 태광실업 측에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연씨와 문 전 실장의 주장대로 500만 달러의 일부를 해외업체에 투자하는 데 사용했다면,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은 사라진다. 연씨와 박 회장만의 개인적 돈거래였다면 '권력형 비리'로 단정짓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문 전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권력형 비리라면 권력으로 뭔가를 얻을 게 있어야 하는데 이 거래는 정권 말기에 이뤄졌다"며 "따라서 이 사건을 권력형 비리라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00만 달러라는 거액의 돈을 투자받고도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아 석연치 않다.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뒷배경이 있긴 하지만, 문 전 실장의 주장대로 '정상적인 돈거래'였다면 계약서를 작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금을 받으면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한다"며 "하지만 박연차 회장의 경우 노건평씨와 잘 알고 있고,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였기 때문에 구두로만 투자를 약속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화포천 살리기에 큰 관심... 하지만 500만 달러와 무관?

 

반면 정관계 로비의혹으로 구속된 박연차 회장의 주장은 다르다. 박 회장은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 부근 하천인 화포천 개발사업을 한다면서 먼저 돈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노 전 대통령은 화포천 살리기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3월 3일 자신의 홈페이지(www.knowhow.or.kr)에 올린 글에서 "쓰레기로 오염된 봉하마을 인근 화포천을 보고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며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우선 산골짜기와 개울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치우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화포천 살리기와 관련된 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낙동강 살리기를 목적으로 설립된 환경단체 '맑은 물 사랑 사람들'의 고문직을 맡기도 했다. 또 그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오리농법쌀과 장군차 등 생산하는 (주)봉화 등을 설립했다.

 

하지만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조카사위를 통해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노 전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2007년 가을에 대통령 재단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박 회장이 '홍콩 계좌에 50억원이 있으니 찾아서 대통령 재단에 보태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내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구상과 관련된 논의가 있었다. 당시 ▲노무현 기념재단 설립 ▲정책연구소 개설 ▲출판사 설립 등이 제안됐다. 하지만 '봉하마을로 내려가 농촌살리기에만 전념하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해 이러한 제안들은 폐기됐다.

 

문재인 전 실장은 "화포천은 노 전 대통령도 관심이 많아 개인 차원으로 화포천 살리기 운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화포천 개발에 필요한 돈을 해외에 설치한 투자회사 계좌로 송금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화포천 개발명목으로 500만 달러를 건넸다'는 박 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 전 실장은 "박 회장과 강금원 회장 사이에 대통령 퇴임 후 돕자는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제의도 들어온 게 없다"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주)봉하, (주)봉하마을 사업은 강 회장이 도왔으며 박 회장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또다른 측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 "500만 달러를 투자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하면 해결될 것"이라며 "투자된 내용이 확인되기도 전에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박 회장을 면회한 뒤 '화포천 개발명목으로 500만 달러 건넸다'는 박 회장의 진술을 언론에 전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내가 확인을 소홀히 했다"며 "(박 회장 진술의) 취지 등이 확실치 않아 내일 다시 확인하려고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태그:#박연차 리스트 파문, #연철호, #노무현, #노건평,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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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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