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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대구에서 박현경, 김여진 두 여자분이 오셨습니다.

모티프원을 들어서면서 말했습니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터를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이제 막 30대를 맞이한 분과 거기에서 2년이 빠지는 분이었습니다. 한 직장에서 6년간 일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사표를 내고, 이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첫날, 모티프원으로 여행을 온 것입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녀는 모티프원에 들어서자마자 이렇게 제게 힘겨운 숙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이 두 분은 이날 밤 모티프원의 서재에서 스스로 삶의 방향의 전환에 관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길잡이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모티프원을 찾았던 사람들이 남기고간 30여권의 방명록이었습니다. 그 속에는 모티프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되돌아본 각자의 과거와 미래의 희망과 결심들이 빼곡히 담겨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밤늦도록 이 방명록들을 모두 통독했습니다. 스스로도 자신들의 얘기를 남겼습니다. 각자의 어께에 얹힌 자신들의 인생의 무게에 대해 그리고 어디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해 고백한 것들이 새롭게 그 갈림길에선 사람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된 것입니다.

 

 

다음날, 레트로핏인터내셔널의 전재홍대표가 왔습니다. 전대표는 무기체이지만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는 자동차의 매력에 빠져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미국 미시건주의 디트로이트로 갔습니다. 세계 자동차공업의 중심지인 그곳에서 영어를 학습하면서 주변에 산재한 자동차관련회사를 섭렵했습니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경영을 공부하면서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석사학위논문을 그의 관심사와 접목한 일본의 캥핑장 운영의 현황에 대한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쓰면서 캠핑카에 대해 탐구했습니다. 졸업 후 6년간 일본의 캠핑장에 근무하면서 캠핑트레일러의 수입과 운영에 관한 일을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귀국해서 자동차 캠핑문화에 대한 혁신을 도모하는 일을 하면서 빈티지 캠핑 트레일러를 활용한 스몰비지니스에 대한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전대표가 모티프원을 찾은 것은 몇 가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저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습니다. 그 중의 하나는 영국 유학중에 만나 결혼한 일본인 부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일본의 친정집에서 두 살 된 아들을 돌보면서 출산휴직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부인의 거취문제였습니다. 무지양행의 마케팅을 담당했던 안정된 일본의 옛 직장으로 복귀하느냐, 아니면 직장을 퇴직하고 남편의 나라인 한국으로 이주하느냐에 관한 고민이었습니다.

 

한 가정의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 보험문제, 부인의 전혀 다른 환경에서의 적응의 여부 등 고려되어햐 할 적지 않은 문제가 있지만 저는 최종적으로 가족이 한 지붕아래에서 지내는 '행복한 가정'의 실현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부인께는 한국으로의 이주가 인생의 터닝포인터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즉 무지양행의 안정도 좋지만 남편의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면서 한국의 문화를 익혀서 일본에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전문가'로 거듭날 것을 권했습니다.

 

일본을 잘 아는 그녀가 몇 년간 치열하게 한국을 경험하고 공부한다면 충분히 한국의 진출을 노리는 많은 일본 기업과 미디어들을 위한 코디네이터업무와 일본여행객들을 위한 독창적인 한국여행상품기획, 일본매체를 위한 한국문화와 정세에 관한 자유기고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현경, 김여진님은 전재홍대표의 지금까지의 인생의 선택에 관한 사실 뿐만아니라 그 부인의 거취에 관한 선택의 문제를 함께 토론하면서 스스로도 전날 모티프원에 들어서면서 말했던 '내 인생의 터닝 포인터'에 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현경, 김여진님에게는 아프리카에서 20일간 저와 함께 여행을 했던 스위스의 44살 하디아주머니에 대한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하디아주머니는 부부가 함께 스위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20마리 정도의 젖소를 키우면서 우유를 팔고, 목장 옆의 작은 밭을 도회지 사람들에게 주말농장으로 제공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촌부村婦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일이 한가한 겨울을 틈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으로 영어를 공부하기위해 왔습니다. 그리고 어학연수가 끝날 쯤에 아프리카남부의 여행길에 올랐던 것입니다.

 

저는 시골아주머니 하디를 남아공의 영어연수프로그램에 합류하게 한 동인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는 날 저의 의문에 답을 구했습니다.

 

"하디, 당신은 이 겨울 남편과 스위스의 아늑한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음미하는 대신 왜 남아공에서의 남편과의 별거와 머리 아픈 공부를 택하셨나요?"

 

"우리 동네에는 작은 캠프장이 있어요. 여름이면 여러 나라 사람들이 와서 지내곤 합니다. 저는 이곳에서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호기심 많고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하디아주머니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또다시 몇 번의 인생의 터닝포인터를 맞게 될 것임을…….

 

 

박현경, 김여진님이 돌아간 이틀 뒤, 최영림원장님이 오셨습니다. 최원장님은 서울에서 백림치과를 경영하는 치과의사입니다. 작년부터는 서울여자치과의사회 회장을 맡아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준영이와 신영이, 두 딸을 유학 보내고 한동안 상실감과 공허감에 시달려야했습니다. 최원장님은 이것을 등산으로 극복했습니다.

 

최원장님과 동행하신 분은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의 대장님이며 '2009 히말라야 로체남벽 원정대'의 대장을 맡은 김남일 산악인이었습니다.

 

한국의 원정대가 올 8월 16일부터 75일간 오르게 될 네팔 쿰부 히말라야 로체남벽은 아직 누구도 오르지 못한, 여전히 '신들의 땅'으로 남아있는 곳입니다.  검은 바위절벽과 낙빙, 눈사태 그리고 살인적인 강풍이 사람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8,516m의 세계 4위봉이지만 에베레스트 남서벽과 안나푸르나 남벽과 함께 악명 높은 세계 3대 거벽중의 하나입니다. 아직 신의 경계 너머에 있는 이 로체남벽을 세계의 전문산악인들은 '히말라랴 8천미터급 14봉을 훨씬 능가한다'고 말합니다.

 

최원장님은 한국등산학교를 졸업하고 특수훈련을 마친 다음 작년, 로체남벽 정찰을 위한 6,189m 임자체 원정에 의료팀의 닥터로 다녀오셨다고 했습니다.

 

최원장님의 이 놀라운 도전과 변화에 저도 저의 처도 깜짝 놀랐습니다.

 

"매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산악훈련을 주말마다 받고, 드디어 임자체에 올랐을 때 세상을 향한 새로운 의욕이 샘솟았습니다. 저의 도전과 그 과정을 프랑스와 미국에서 외롭게 공부하고 있는 딸들과 메일로 주고받으면서 공허감과 상실감은 극복되었고, 이국땅에서 준영이와 신영이의 적응에도 용기가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를 자극한 것은 두 사람입니다. 이안수선생님께서 배낭을 꾸리고 길 떠나는 그 용기와 록클라이밍rock climbing을 하셨다는 강민지선생님의 얘기가 저를 도전하게 했습니다."

 

최원장님의 말씀을 듣고서야 2년전에 우리가 나누었던 저의 처의 록클라이밍 경험에 대한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처는 최원장님을 임자체에 오르게 하는 빌미가 되었고 또다시 최원장님은 저의 처에게 꺼져가던 등산에 새로운 불씨를 던져주었습니다.

 

저의 처는 9월에 있을 한국등산학교의 입교를 결심했습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터!

그것은 '신들의 경계'를 넘고자 몸숨을 담보로 도전에 스스로를 던지는 로체남벽원정대원들이 로체남벽에서 만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견디고 있는 일상의 좀 더 가파른 절벽에서 만나는 희망의 출구입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1.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터닝포인터, #최영림, #김남일, #전재홍, #모티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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