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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숀비치(Mission Beach)를 가는 길에 조그만 언덕에 올라 바라본 미신부룩 아일랜드(Minchinbrook Island)
 미숀비치(Mission Beach)를 가는 길에 조그만 언덕에 올라 바라본 미신부룩 아일랜드(Minchinbrook Island)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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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비치(Airlie Beach)에서 7일 동안 지내고 미숀 비치(Mission Beach)라 불리는 다음 동네로 향했다. 올라가는 도로변은 사탕수수밭의 연속이다. 더운 태양열에 바짝 말라있는 넓은 들에 심어져 있는 사탕수수가 엄청난 불길을 일으키며 타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계속 운전한다.

가는 길에 해안가 조그만 동네에 들려 샌드위치를 사서 바닷가 공원에 앉아 먹으며 출출한 배를 채운다.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가에는 악어에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영어와 중국어로 씌어 있다. 이제 말로만 듣던 악어가 있는 바닷가를 온 것이다. 시드니를 멀리 떠났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주는 표지판이다.

 호주 북부에는 악어가 많다. 따라서 악어에 희생되는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신문에 보도된다. 사진은 악어 경고판
 호주 북부에는 악어가 많다. 따라서 악어에 희생되는 관광객도 심심치 않게 신문에 보도된다. 사진은 악어 경고판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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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숀 비치도 외국에서 온 젊은 관광객과 남쪽 지방에서 따뜻한 동네를 찾아온 사람으로 붐빈다. 첫 번째 들린 캐러밴 파크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두 번째 캐러밴 파크를 가니 텐트 장소 한 자리가 있다고 한다. 이곳도 Big 4 표지판이 있는 시설이 좋은 곳이다.

미숀비치 백사장은 끝까지 걸어갈 엄두를 못 낼 정도로 매우 긴 백사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안 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곳곳에 아담한 바닷가들이 많이 보이는 아름다운 동네다.

흔히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습관적으로 하듯이 동네를 구경하려고 해변을 천천히 운전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외진 길을 따라 계속 운전하니 포장이 되지 않은 숲 속 길이 나온다. 호기심에 계속 차를 운전하니 길이 끝나면서 해변이 나온다. 호주 특유의 아름다운 해안가 옆에 차들이 많이 주차해 있다.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혹은 쌍쌍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지내고 있다. 해안을 따라 큰 바위 옆으로 돌아서니 사람들이 수영복도 입지 않고 해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누드 비치에 온 것이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누드 비치를 호기심을 갖고 거니는데 히피(?)같이 생긴 젊은 부부가 아이 두 명과 함께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를 보고는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싱긋 웃어준다. 이발도 하지 않고, 수염도 꽤 길은 모습으로 가족과 즐기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조금 더 들어가서 만난 젊은 남녀는 시드니를 떠나 이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진 않은 모습으로 우리와 대화를 나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행복이란, 평화로움이란 가진 것과 비례하지 않는 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 본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멀리 한 여인이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멀리 한 여인이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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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숀비치 개러밴 파크. 은퇴한 부부들과 외국에서 온 젊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미숀비치 개러밴 파크. 은퇴한 부부들과 외국에서 온 젊은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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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들어서니 과일을 파는 곳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비만 피할 수 있게 만든 자그마한 오두막에 과일이 종류별로 가격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다른 과일 가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소비자가 사고 싶은 만큼 사고서 옆에 있는 돈 통에 돈을 넣고 가면 되는 철저히 믿는 장사다.

바나나를 한 봉지 담아 가는 데 2불이라고 적혀 있다. 수익 일부는 암 환자를 위해 쓰인다고도 적혀 있다. 단돈 2달러를 돈 통에 넣고 싱싱한 바나나를 한 아름 들고 나오면서 미안한 생각이 안 든다. 주인도 손해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인건비 비싼 호주에서 인건비를 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남는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에 드는 간접비용만 없어도 물건 값은 많이 내려갈 것이라는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해본다.

엄청난 돈을 같은 형제끼리 총을 겨누는 데 낭비하는 한국의 현실도 따지고 보면 서로서로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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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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