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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말 아내의 다이어트 운동본부가 발족을 했다. 운동본부라고 해봐야 아내와 내가 고작이다. 아이들(중3딸과 초3아들)은 엄마의 다이어트엔 별로 관심이 없어서다.

 

사실 우리 집 극비 1호 사항은 '아내의 몸무게'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알고 있는 사람은 나와 아내밖에 없다. 나름대로 보안은 잘 유지되고 있다. 보안이 새나가면 아이들이 무심코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80년대까지 대한민국에 유난히 금지곡이 많았다면, 우리 집엔 금지곡이 하나다. 바로 '곰 세 마리'.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이 노래는 우리 집 상황과 정반대다. 실제로는 '엄마 곰'이 충분히 삐칠 수 있는 상황이다. 웃자고 이야기 하는 거지만, 그 정도로 아내의 다이어트는 절실하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제일 큰 이유는 '건강 유지'다. '자신 있는 옷 입기'는 두 번째다. 아내는 고혈압 기가 약간 있다. 역시 복부비만이 문제다. 가난한데 건강까지 시원찮으면 안 된다는, 그래서 행복한 노후가 힘들 거라는 예측에 대해 우리 부부는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발족된 것이 '강명희 다이어트 운동본부'였다.

 

먼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나름 과학적인 방법을 찾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입수했다. '먹는 양 줄이기'나 '운동하기' 등의 평범한 방법을 좀 더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했다.

 

다이어트 이유는 '건강 유지'와 '자신 있는 옷 입기'

 

그래서 살을 빼는 것보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몸의 체온을 1도만 올려도 '기초 대사량'이 15~20%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을 건졌다.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많은 양을 움직이지 않아도 에너지 소모가 잘 되는 체질인 걸 알았다.

 

그래서 체온을 높여주는 음식을 프린팅 해서 냉장고에 붙였다. 생강, 우엉, 마늘, 당근, 고추 등의 항목이 담겼다. 체온을 올려주기 위해선 역시 운동이 최고라는 사실도 함께 적혔다. 기초 대사량을 올리려면 몸에 근육이 발달되어 있어야 하는 것도 함께 담겼다.

 

막연한 다이어트보다는 원리를 알고 나니 길이 보인 듯했다. 운동본부의 성공이 밝아 보였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뜻대로 되던가. 모두 느끼는 거지만, 실천 부분이 만만찮았다. 나름 '만보계'를 구입해 운동량도 체크하고, 다락에 넣어 두었던 체중계도 잘 보이는 곳에다가 비치를 했다. 체온을 올려주는 음식인 생강을 물로 다려서 먹곤 했다.

 

발족된 지 약 4개월이 지난 오늘 저녁에 아내가 체중을 쟀다. 아내가 말했다.

 

"야, 아직도 그대로네. 아니 좀 더 쪘나."

 

이것 참 난감했다. 거창하게 시작했던 운동본부의 활약이 빛도 보지 못하고 문을 닫게 생겼다. 하지만 아내와 나는 멈출 수가 없다. 다이어트가 몸매관리의 문제이기만 하다면 멈출 수 있지만, 건강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아내와 나는 탁구를 시작했다. 아내의 직장에 탁구대가 있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하곤 했다. 저녁에는 거실에서 '다이어트 체조' 비디오테이프를 보며 아내는 맹훈련 중이다.

 

"하나 둘 셋 넷..."

 

아내가 살이 쪄서 따라 하기 힘든 동작 부분에 가면 아내는 속상해 하곤 했다. 혼자 하기 외로울까봐 간혹 나도 옆에서 동참을 했다.

 

문 닫게 생긴 다이어트 운동본부...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사실 아내는 첫 아이를 임신하기 전까지 상당히 날씬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아내가 살이 찐 것은 상당 부분 나의 책임도 있다. 나이 들어도 같이 살 사람으로서 더 책임이 있다 하겠다.

 

하여튼 운동본부의 대표로서 여러분에게 이렇게 주문하고 싶다.

 

"이렇게 힘든 고난의 길(?)을 잘 가도록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비법이 있다면 우리 본부로 소개도 해주시고요."

덧붙이는 글 | * 사진 올리기가 되지 않아 편집 수정란으로 보냅니다. 참고하셔요.^^


태그:#더아모의집, #송상호, #아내의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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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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