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공식브리핑한 내용을, 외교통상부에서는 부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변인은 2일 오전(현지시각) 런던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브리핑했다.
이 대변인은 "(두 정상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UN 안보리에 회부하는 등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UN 안보리 결의 1718호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북한이 '광명성 2호'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회부 자체를 '선전포고'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안보리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인 '제재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은 폭발력이 큰 뉴스였다.
그러나 3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나온 외교통상부 차관의 답변은 이와는 달랐다.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이동관 대변인 발표대로 오바마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냐"는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존 안보리결의안 위반 차원에서 결의안을 추진해야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면서 "브리핑이 잘못된 것인지 언론 보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결의안'이라고 했을 뿐 '제재결의안'이라고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남 의원이 다시 "제재결의안이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이냐"고 묻자 "그렇게 이해된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이동관 대변인이 전했다는 것이었다.
남 의원은 이에 대해 "결의안과 제재결의안은 다른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발표로 한미간에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자, 권 차관은 "맞는 말씀"이라고 답했다.
권 차관은 이어 "기존 안보리 결의안에 제재결의안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 제재안을 위반해서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하게 될 경우, 정확하게 '제재'라고 말하지 않아도 제재 내용이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남 의원은 "유추해서 브리핑하는 게 옳은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 간에 외교적으로 논란이 될 사안이 아니"라면서 "발표문에 '두 정상이 북한 미사일에 대해 유엔결의안 위반임을 확인하고 유엔에서의 단호한 대응에 동의했다'고 한 부분에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이 포함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유엔의 결의안은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한미 양국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확인 거부
미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안(resolution on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자,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확인을 거부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의 한미정상회담 관련 보도자료(Statement Following President Obama's Meeting with President Lee of the Republic of Korea)에도 '제재결의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두 정상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들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대목뿐이었다.
오바마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익명으로 한 백그라운드 브리핑(배경설명) 자료에도 "북한의 예정된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며, 미국과 한국은 유엔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단호하게 대응할지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는 부분은 있으나, '제재결의안'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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