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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 텃밭에 열무, 배추, 시금치 씨앗을 뿌렸습니다.

사나흘 지나니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어느새 텃밭은 푸른 봄의 빛깔로 채색되었습니다. 아직도 듬성듬성한 곳에는 씨앗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것들보다 늦게 싹을 틔웠을 뿐, 여전히 그들은 온 힘을 다해 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늦게 피어난 것은 먼저 올라온 것들보다 조금 더 늦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뿐 다른 존재가 아닙니다. 아니, 늦게 싹을 틔운 것이 있어 농부는 천천히 솎아 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봄햇살 반가워라, 솟아오르듯 피어나는 작은 새싹들을 보는 것은 희망의 메시지를 듣는 것 같습니다. 눈은 새싹의 기특한 모습으로 행복하고, 마음은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행복합니다.

 

저 작은 것이 자라 식탁을 풍성하게 해준다 생각하니 고맙습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도 없을 터이니 결국 그들은 곧 나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때론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상처따윈 뒤로하고 늘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그것이 새싹의 힘입니다.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고 떡잎을 내기까지 그들은 우주의 섭리를 거스르지않고 순응했을 것입니다. 우주의 섭리에 순응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겨우내 자신을 품어준 씨앗보다 더 커버린 몸, 씨앗의 모습은 없어졌지만 그 안에 씨앗이 있습니다. 그들도 꽃을 피우면 자신이 태어난 씨앗을 또 맺을 것입니다. 하나의 씨앗에서 수백 수 천의 씨앗이 다시 맺혀질 것입니다.

 

 

씨앗이 흙을 만나 새싹이 되기까지는 여러가지 험난한 과정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온 힘을 다해 피어날 뿐, 주위의 상황에 대해 불평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습니다. 주변상황으로 인해 상처를 입더라도 그냥 상처입은 채로 피어나고, 상처입지 않은 꽃들과 다르지 않은 꽃을 피워내는 것입니다.

 

자연에게는 좌절 혹은 절망이 없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온 힘을 다해 피어나고, 그래도 안되면 그냥 죽어버림으로 남은 이들에게 그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 온 힘을 다해 피어나려고 했으나 결국 죽어버린 자연이 있다.'

 

그러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우쳐 주는 것이지요.

 

 

'긍정' 혹은 '희망' 같은 좋은 말들이 많습니다.

어떨때는 너무 그 단어들이 범람하는 것 같아 식상스럽다가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활기차게 해준다는 것까지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작다고 깔보지 말란 말야!"

 

그 작은 새싹들이 그렇게 말하는듯 했습니다.

이 세상에 작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작은 것들,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것들이 있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처럼 우리 사는 세상도 작은 자들이 있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을 깔보고 업신여길 것이 아니라 소중히여기며, 그들을 돌봐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서로가 사는 것입니다. 나 혼자만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순간, 우리는 나 조차도 못사는 길을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태그:#새싹, #작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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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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