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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것들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 땅채송화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아름다운 것들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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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들에 봄꽃들이 피어났습니다. 봄꽃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도 "꽃이 피었구나!" 느낄 정도로 어느새 주변에 많은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많은 분들이 이전에는 전문가들이나 갖출 수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전문가용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똑딱이'로 불리는 디지털카메라(이하 디카)만으로도 전문가 수준의 접사 사진과 풍경 사진을 담는 데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는 주로 들꽃 사진을 찍고, 그 외 자연과 관련된 사진 가운데 소소한 것과 작은 것, 못생긴 것들을 주로 담아왔습니다. 그동안 들꽃 사진을 주로 담으면서 체득한 나름의 비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사진의 주제는 여러 가지입니다. 닥치는 대로 찍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평범한 사진 정도는 찍을 수 있겠지요. 자기만의 특별한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사진의 주제가 선명해야 합니다. 풍경 사진, 인물 사진, 동식물 사진, 야경 사진 등 사진의 주제는 무궁무진합니다. 다 찍을 수 있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영역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주제는 들꽃입니다만 그중에서도 이렇게 세분화시켜 나만의 들꽃 사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들꽃 중에서도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 못 생겨서 꽃 같지도 않은 꽃, 육안으로 보기 어려운 작은 꽃, 작은 물방울 속에 맺힌 꽃 등입니다.

이렇게 주제를 정하면 그와 관련된 다른 분들의 사진을 자주 봅니다. 눈에 쏙 들어오는 사진이 있으면 흉내도 내보지만, 될 수 있으면 나만의 구도를 갖고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만의 색깔을 낼 수 없습니다. 자 이제 저와 함께 출사 준비를 해볼실까요?

#1 주제를 찾는 눈을 키워라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놀라우리 만큼 들꽃들이 많습니다. 서울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소재도 볼 수 있는 눈이 없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관심을 두고 보려고 하면 보입니다. 보이긴 보이는데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는 대상과 합일되지 않은 것입니다.

보는 순간, 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여러 각도에서 그를 바라봅니다. 식물도감 같은 것을 참고해서 이름도 알면 그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꽃의 특징이 어딘지를 알게 되고, 그 특징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주제는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게 좋습니다. 오랫동안 들꽃사진을 담다 보면 담지 못한 꽃을 담고자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꽃이 피었어도 상당한 지출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포기할 때가 잦습니다. 저는 주로 산책길 혹은 출장길이나 출퇴근길에 짬을 내서 들꽃사진을 담습니다.

물론 특별한 날은 아예 마음먹고 들꽃만 찍으러 갈 때도 있지만, 일 년에 두 번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제가 움직이는 동선에서 들꽃을 찍는 것입니다. 그래야, 비용도 절감되고, 우리 주변에 이렇게 소중한 것들이 있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2 사진의 질, 빛에 달렸다

제주도에서 담은 왕벚, 역광을 이용해서 꽃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왕벚 제주도에서 담은 왕벚, 역광을 이용해서 꽃의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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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사진은 주로 역광으로 담습니다. 역광이란 빛에 투과된 꽃을 담는 것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저는 감도(ISO)는 대체로 100, 심도(Av)는 5.6이나 6.3, 노출(Ev)은 -1에 놓고 많이 찍습니다. 주변이 어두우면 감도를 높이고, 심도를 낮춥니다.

좀 더 세밀하게 찍으려면 심도를 높여주는데 11 혹은 16까지 높여줍니다. 때론 햇살이 좋은 날은 셔터속도(Tv)우선모드로 하고 1000 혹은 800으로 찍어 그늘을 이용해 배경을 검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초보자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감도, 심도, 노출 등은 빛과 사진의 상관관계를 조금만 이해하시면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빛이 많으면 셔터스피드가 빨라지고, 적으면 셔터스피드가 느려진다는 것 정도만 이해하면 빛을 이용하는 길에 다다른 것입니다.

#3 눈높이를 맞춰 주세요 

작은 꽃을 담으려면 엎드리고, 흙에 얼굴을 맞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 꽃마리 작은 꽃을 담으려면 엎드리고, 흙에 얼굴을 맞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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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은 수평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지어는 들꽃보다 더 낮은 곳에서 그를 바라보면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됩니다. 들꽃 사진을 찍을 때, 엎드려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들꽃과 수평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수평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들꽃 주변을 어지럽히는 다른 풀들을 제거하고 싶은 욕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에 최소한의 것(예, 부러진 나뭇가지 같은 것)만 치우고 사진을 담습니다.

#4 가급적 초점은 수동으로

여름이면 서울하늘에서도 흔한 꽃이다. 성내천에서 담았다.
▲ 개망초 여름이면 서울하늘에서도 흔한 꽃이다. 성내천에서 담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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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초점으로 하면 사물의 가장 앞부분에 초점이 맞아서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질 않습니다.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면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또렷하게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사진의 질은 같은 구도와 같은 주제라면 얼마나 선명하게 흔들림없이 찍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예상 외로 사진을 선명하게 찍는 것은 어렵습니다. 사진을 선명하게 담으려고 셔터를 누를 때 숨을 잠시 멈추기도 합니다. 그래서 간혹 들꽃사진을 담고 숨을 헉헉거리며 몰아쉬기도 한답니다.

#5 찍는 만큼 사진 실력은 '업'

사진을 잘 찍으려면 많이 찍어봐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을 담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됩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에 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잘 찍은 사진들을 감상하고, 사진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하지요.

'백문이불여일찍!', 필자가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냥 막 찍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면서 찍어야 합니다. 조리개를 높여보기도 하고, 셔터스피드를 높여보기도 하고, 감도를 높여보기도 하면서 빛과 사진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사진을 담는 기술은 분명 일취월장할 것입니다.

#6 당긴다고 접사가 아니다

접사 사진을 처음 찍을 때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신비함에 무조건 당기고 봅니다. 작은 꽃을 화면에 가득 채우고 흐뭇해하지요. 물론 이런 사진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들꽃 접사 사진의 미는 여백의 미를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진이 됩니다. 때론 주변 배경을 살리려고 심도(Av)를 높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배경을 흐리게 하려면 심도를 2.8까지 확 낮춰주면 됩니다.

#7 배경은 어떻게 검게 만드나요

한 겨울, 비썩 말라버린 산수국 헛꽃을 담았다.
▲ 산수국의 헛꽃 한 겨울, 비썩 말라버린 산수국 헛꽃을 담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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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들꽃사진을 보다 보면 뒷배경색이 검게 처리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배경지를 대고 촬영을 한 것도 있겠지만, 그늘을 잘 이용하면 배경지 없이도 뒷배경을 검게 할 수 있습니다. 흑백사진을 보면 그늘 부분이 검게 나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원리하고 똑같은 것인데 햇살 좋은 날 셔터스피드를 높여주고, 배경에는 그늘을 두고 찍으면 뒷배경이 검게 처리됩니다. 완전하지 않다구요? 그러면 사진을 포토숍이나 사진보정프로그램을 통해 보정할 때 명암을 이용하시면 금방 해결됩니다.

#8 센서클리닝, 관심없으면 후회할 걸

작은 이슬방울 속에 맺힌 코스모스의 잔상
▲ 오이풀과 이슬 작은 이슬방울 속에 맺힌 코스모스의 잔상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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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를 깊게 하면 평소에는 나타나지 않던 검은 점들이 사진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센서에 붙어 있는 먼지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심도가 깊은 사진을 담을 때나 셔터속도를 낮춘 사진을 담을 때 이런 현상들이 주로 나타납니다.

저의 경우는 이슬 사진을 담을 때, 이슬 안에 맺힌 잔상을 담으려면 심도가 깊어야 하는데 센서가 깨끗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하게 됩니다.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A/S 센터에서 청소를 해준답니다.

#9 밤에 피는 꽃은 어떻게 담을까?

셔터스피드를 늦춰준다. 삼각대는 필수다.
▲ 한강시민공원 셔터스피드를 늦춰준다. 삼각대는 필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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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부터 도심에서도 벚꽃 축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야경이 아주 아름다워 사진을 담았는데 야경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플래시를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밤에는 빛이 적기 때문에 플래시 사용을 하지 않으면 셔터속도가 느려 흔들리거나 대상이 제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야경모드 자동으로(플래시가 터지지 않습니다) 찍을 수도 있지만, 저의 경우라면 Tv모드에서 대략 10-15초 정도(주변의 빛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로 삼각대를 세우고 찍을 것입니다. 그러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떨어지는 모습도 담을 수 있겠지요. 아니면 바람에 흔들리는 벚꽃을 담을 수도 있을 것이구요. 인물사진을 담을 때는 모델들이 움직이지 않는 게 관건입니다.

폭포가 안개처럼 떨어지는 사진, 파도를 안개처럼 담은 사진, 야경 불빛이 퍼진 사진, 바람을 담으려 몸부림쳤던 고 김영갑님의 사진을 보면 저속셔터를 이용한 사진이 많습니다.

이상이 제가 들꽃사진을 담을 때 주로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사진은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신비스럽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을 어떻게 요리하느냐 혹은 빛과 어떻게 사귀느냐 입니다. 잘 어르고 달래서 전문가 뺨치는 사진으로 2009년의 봄을 추억하시길.

좋은 사진은 비싼 카메라가 결정한다?

주제와 관련된 사진을 제대로 담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늘 장비의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장비를 마련한다면 가계 지출이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작업하시는 분들이야 이런저런 장비가 다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취미삼아 들꽃을 담으실 것이라면 요즘 시중에 나와있는 똑딱이 카메라면 충분합니다. 그보다 조금 사치했을 때 렌즈를 교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DSLR카메라와 마이크로 렌즈면 충분합니다.

참고로 들꽃사진을 담는데 제가 사용하는 카메라 본체는 캐논40D, 마이크로렌즈 60mm, 65mm, 100mm입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렌즈는 마이크로 60mm 렌즈 정도입니다. 각 제품사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타사의 본체라면 캐논 60mm에 상응하는 렌즈면 됩니다. 그리고 필수품목으로 접사용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1-2만 원 정도면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똑딱이카메라는 접사 모드에 놓으면 자동으로 포커스가 맞춰집니다. 흔들리지 않게 셔터만 누르면 됩니다. 포커스를 수동으로 맞출 수도 있고, 각 카메라 기종에 따라 수동기능을 적절하게 이용합니. 필자도 처음 들꽃 접사 사진을 익힐 때, 300만화소 똑딱이카메라로 익혔습니다. 한계는 있지만 잘 사용하면 웬만한 DSLR카메라가 찍을 수 없는 것을 손쉽게 찍을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플래시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태그:#들꽃,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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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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