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양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청양군수의 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청양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청양군수의 폭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청양시민연대

지난해 기자는 <막가는 청양군수, 여성 군의원에게 욕설>(2008년 6월 24일) 기사를 썼다. 김시환 청양군수가 지난해 5월 군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청양군의회 한 여성의원에게 던진 막말을 기사화한 것이었다.

김 군수는 칠갑산 봄꽃축제와 충남도민체전 예산문제를 집요하게 캐묻는 여성의원을 향해 "다들 잘한다고 하는데 유독 김 의원만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저의가 뭐냐"며 "개××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정회가 선포된 뒤였지만 당시 본회의장에서는 동료의원과 공무원 및 취재기자 등 수십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김 군수는 한 달이 넘게 사과조차 하지 않는 배짱을 부렸다.

김 군수는 이 같은 발언을 하기 며칠 전에도 군정에 비판적인 군의회를 겨냥해 영국 메이저 총리의 말을 인용, "부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좀벌레와 같다"고 말했다가 사과했다.

그러던 김 군수가 지난 1일에는 공무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까지 휘둘렸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남본부 청양군지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 군수는 간부회의를 마치고 갑자기 예정에 없던 모 농협 조합장 취임식에 참석하겠다며 집무실을 나갔다. 수행비서가 황급히 전용 운전기사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군수는 기사가 달려 나오기 전 10~15초 정도를 혼자 기다렸다.

김 군수는 이를 참을 수 없었던 듯 행사장으로 가는 자신의 관용차 안에서 수행비서에게 기사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이유로 갖은 욕설을 퍼붓고 가방으로 뒷머리를 후려치기까지 했다. (관련기사 /4월 3일 청양군수, 차량대기 늦었다고 수행직원 폭행 '물의')

김 군수는 뒷일이 걱정됐던지 수행비서에게 '내년에 있는 선거가 끝나면 승진시켜 줄 테니 조용히 해달라'고 회유하고 이를 거부하자 '그동안 잘한 게 뭐냐"며 오히려 무능한 공무원으로 몰아 질책했다고 한다.

 6일 청양군청 앞 청양군수 규탄기자회견
6일 청양군청 앞 청양군수 규탄기자회견 ⓒ 청양시민연대

청양군 공무원노조는 김 군수가 평소 "난 이 사람 싫으니 결재도 올리지 마라"며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 왔다"며 "이번 일은 청양군 전체 공무원에 대한 모욕으로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남본부 청양군지부와 청양의 여러 사회단체(청양시민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청양지회, 청양군 농민회 등)가 김 군수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폭행혐의로 청양경찰서에 김 군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직 경찰서장(전 보령경찰서장) 출신인 김 군수를 청양경찰이 제대로 조사하는지도 지켜볼 일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김 군수는) 결재를 할 때에도 본인의 마음에 차지 않으면 대상에 상관없이 갖은 욕설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온 수행 비서를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승진을 미끼로 회유까지 하려 한 것은 분노를 갖게 하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양군수에게 언론을 통한 공개사과와 자진사퇴를, 청양경찰서에 대해서는 공정한 수사를 요구했다.

정부 여당은 여전히 '인터넷 실명제' 등이 포함된 '사이버모욕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청양군수가 민의의 전당인 군의회 본회의장과 군수 집무실 및 관용차 안에서 벌인 일련의 행보를 보면 '사이버 모욕죄'는 모욕 축에도 끼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문방위 국정감사 당시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이명박 졸개' 발언에 분개해 카메라 기자들에게 "××… 성질 뻗쳐"라며 욕설과 반발을 했다. 하긴 대한민국의 문화부 장관이 '××' 같은 말은 욕이 아니라고 했으니 청양군수 또한 '이게 무슨 욕이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청양군수의 거듭된 막말을 듣는 군민들은 성질 뻗칠 일이다.


#김시환#청양군수#욕설#폭행#청양경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