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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암산과 태청산이 감싸고 있는 전라남도 영광군 묘량면 운당리 들녘. 논둑길을 따라 옹벽을 쌓는 공사가 한창이다. 공장이 들어설 부지 2만㎡의 기반을 닦는 중이다.

 

'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이 곳에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는 기업은 합성목재 제조업체인 (주)이우드코리아(대표 이근식). 18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오는 7월부터 제품생산을 시작할 이 회사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유치노력에 힘입어 이곳에 새 둥지를 틀고 있다. 농사만 지어오던 마을에 큰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도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기업이 들어온다고 하면 환경파괴나 재산권 침해 등을 내세우며 주민들이 공장설립에 반대하거나 브레이크를 걸어 갈등을 빚은 것은 옛말. 이젠 주민들이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공장부지를 소개하고 또 토지 매입과 민원해결까지 해주는 등 기업유치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영광군 묘량면과 (주)이우드코리아가 첫 대면을 한 건 불과 6개월 전. (주)이우드코리아가 경기도 하남에 있는 공장을 옮길 계획을 갖고 적절한 부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의 귀가 솔깃했다. 곧바로 묘량면투자유치위원회(위원장 정현용)가 소집돼 공장 유치에 나서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지난해 2월 구성된 영광군 묘량면 투자유치위원회는 정현용 묘량면 번영회장과 임교택 묘량발전협의회장을 비롯 이운종 노인회장, 강성열 이장단장 등 12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유치위원들의 마음과 몸이 바빠진 것은 이 때부터. 기업의 대표와 친분관계가 있는 재경향우회원의 도움을 받아 이근식 대표를 직접 만났다. 그리고 적절한 공장 부지를 소개하고 시세대로 토지를 살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장설립 지원을 약속했다.

 

이 대표도 토지가 그리 비싸지 않은데다 주민들이 직접 토지를 시세대로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지난해 9월 25일의 일이다.

 

공장부지 예정지의 토지 매매계약을 위해 토지소유자와 그 자녀들을 광주로, 경기도로 직접 찾아 나선 것도 유치위원들의 몫이었다. 선뜻 땅을 내놓겠다는 사람보다 조상 대대로 물려온 땅을 팔지 않겠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위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토지소유자 설득에 나섰다. 그 결과 사흘 만에 예정부지 안에 있는 모든 토지의 매매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렇다고 토지 소유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니었다.

 

밭과 임야 1300여㎡를 공장부지로 내놓은 정봉수(78·영광군 묘량면 운당리) 할아버지는 "처음엔 팔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지역발전을 위해 마음을 고쳐먹었다"면서 "시세만큼은 받았다"고 했다. 주민들의 힘으로 18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뤄낸 순간이었다.

 

지난해 10월10일 전라남도와 영광군, (주)이우드코리아 사이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더니 이번엔 예정부지 안에 있는 묘지가 문제였다. 투자유치위원들은 묘지 관리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름동안 설득, 묘지 이장까지 약속받았다. 이후 공장설립 인·허가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업 측의 행보도 적극적이었다. 이근식 대표는 토지매입이 끝난 뒤 지난해 11월25일 열린 이장단 간담회에 직접 참석, 이우드코리아의 경영방침과 생산제품, 인력채용 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연말엔 재경 묘량면 향우인의 밤 행사에도 쫓아가 사업추진 일정 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의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교택 묘량면투자유치위원회 부위원장은 "토지 소유자가 한두 명도 아니어서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공장유치의 당위성을 모두가 공감한 덕에 결실을 본 것 같다"면서 "벌써부터 주민들은 기업이 들어오면 지역주민의 고용창출과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위원장은 "모든 면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선례를 남겼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주민들과 함께 투자유치에 발벗고 나설 것이며, 또 그 경험이 있는 만큼 잘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묘량면민들의 기업사랑은 투자유치를 이끌어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민들은 투자유치 공로로 전남도에서 받은 시상금(1000만원)으로 도로변에 기업의 이름은 딴 '이우드코리아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묘량면의 상징인 철쭉을 심어 기업에 대한 주민들의 고마움을 표현하고 늘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현춘 묘량면장은 "주민들은 공장이 들어선 이후에도 지역으로 온 기업을 적극 돕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시쳇말로 주민은 기업을, 또 기업은 지역주민의 코를 꿰어 서로 같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영광 묘량, #이우드코리아, #정현용, #임교택, #이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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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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