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감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는 다섯 명의 후보가 나와 겨루고 있습니다. 저도 경기도민으로 처음 교육감 선거에 투표를 하게 되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경기도보다 1년 전에 선거를 치른 서울시민들이 '1% 강남 부자를 위한 교육'과 'MB식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는 교육감을 선출한 뒤, 학교 교육현장이 점점 황폐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도에서는 교육감을 정말 잘 뽑아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선거 공약이라는 것이 비슷비슷해 보입니다. 선거공약만을 보면 누구를 뽑아야할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절대로 뽑지 말아야할 사람을 정했습니다.
먼저 교육에서 '경쟁'을 유난히 강조하는 사람, 다수의 보통 사람들보다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교육을 하려는 사람, 보통의 아이들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려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을 것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오고가는 길목마다 교육감 선거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날마다 오고가며 교육감 선거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보니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마음이 불편한 까닭은, 선거를 알리는 포스터와 현수막마다 들어있는 웃으면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여자 아이 사진 때문입니다.
이 사진은 도시 아파트 주변에서도, 가난한 판자촌에서도, 복잡한 시장 골목에서도, 섬마을과 농어촌 작은 학교 교문 앞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사진을 자꾸 불편해하는 까닭은 제가 살고 있는 곳이 농촌이고,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 전교생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현수막이 우리 학교 교문 앞에 걸려있어 날마다 보는데, 볼 때마다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영 어색하고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사진 속에 나오는 여자 아이는 우리나라 보통의 아이들 모습이 아니라, 딱 우리나라 1% 아이들 모습입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여자 아이는 영락없이 대도시에 사는 부잣집 아이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사진 속 여자 아이에게 보통의 아이들이 만져볼 수도 없는 바이올린을 왜 들려 줬을까요? 꼭 바이올린이어야 했나요?
바이올린은 공교육에서 배우는 악기가 아닙니다. 주로 사교육에서 배우거나 특별하게 방과후 교육에서 소수 아이들이 배우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위한 교육감을 뽑는 포스터에 들어가는 소품이라면 공교육이 진행되는 학교 교육에서 누구나 만나는 소품을 들려줬어야 했고, 아이 모습도 부잣집 아이 차림이 아닌 다수의 아이들 모습을 등장시켰어야 했습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에 이런 사진이 들어갔다는 것은 결국 경기도 교육감 선출은 이런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서 이런 아이들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고가며 늘 교육감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에 나오는 웃는 여자 아이 사진을 보면서, 이런 모습이 교육이 추구해야 할 모습으로 마음속에 자리하게 됩니다. 이 사진은 농어촌 아이들에게 도시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게 되면서, 반대로 농어촌에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낮춰보는 마음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갖게 할 수 있습니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교에 오고갈 때마다 날마다 이 사진을 늘 보고 있는 대다수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농어촌과 산골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혹시 함박 웃으면서 바이올린을 켜는 사진 속 여자 아이와 바이올린은커녕 그 흔한 피아노 학원도 못 다녀본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살림이 넉넉지 않은 집을 원망하고, 도시에 대한 환상을 어서 빨리 도시로 나가겠다는 환상으로 바꾸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저는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포스터와 현수막에 나오는 소수의 부잣집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하는 사람은 절대 찍지 않겠습니다. 그 대신 바이올린은 못 만져봤어도 늘 햇볕과 바람 속에서 뛰어놀아 가무잡잡한 얼굴에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우리 학교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힘쓰는 사람을 찍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교육감 선거 꼭 참여해서 알맞은 교육감을 뽑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