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6일 밤늦게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상대로 한 국회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장자연 문건'에 나온 일간신문사 및 스포츠신문사 회사명과 이들 신문 대표 2명의 성씨를 폭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에, 관련 내용을 이종걸 의원 홈페이지와 언론보도에서 확인하고 "성(性)과 성(姓)도 구분 못하는 XX일보의 이종걸의원 협박질"이란 제목의 블로그 포스팅을 했다.

 

내용은 솔직히 별 게 없었다. 이종걸 의원의 장자연 리스트 실체 폭로에 대해 <조선일보>가 협박성 서한을 보냈고, 그 서한에 "한자 성(姓)을 성(性)으로 표기해 한자도 제대로 모르는,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족벌언론"이라 비꼬는 정도였다.

 

내용 중에는 과격한 언어나 욕설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조선일보>라 노골적으로 표기하지도 않았다. "XX일보"라 친절하게 표기했다. 장자연 리스트 실체확인과 수사보다 명예훼손을 걱정하는 친절한 포돌이가 두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암튼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것을 티스토리, 이글루스, 미디어몹 등 블로그에 퍼나르고 메타블로그와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보냈다. 올블로그와 블로그코리아에서 많은 이들이 추천을 해줬고 시답잖은 글을 봐주었다.

 

그런데 오늘(7일)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 촛불문화제'를 취재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은 후, 노트북을 켜고 신문의 날 관련 이야기를 두서없이 정리해 블로그에 퍼나르다가 그만 식겁하고 말았다.

 

이글루스의 블로그 자율규제... 신고자는 누구?

 

이글루스에서 아래와 같은 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종걸 의원의 폭로와 <조선일보>의 서한에 대한 게시글이 "명예훼손으로 인한 권리침해 신고로 접수되었다"며, 네이트에 전면적 댓글실명제를 도입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구한 포털자율규제를 전격 합의한 SK컴즈가 운영하는 블로그서비스 이글루스가 "정통망법에 의거, 제한조치(비공개)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종걸 의원과 조선일보의 협박성 서한 관련 게시글에 대한 임시제한조치

안녕하세요, 이글루스 운영자입니다.

 

2009년 4월 7일 이글루스는 회원님께서 작성하신

(http://savenature.egloos.com/2283498) 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권리침해 신고를 접수받았습니다.

이에 운영팀은 글 내용을 확인하였으며 회원님께서 작성하신

포스트는 임시로 비공개 전환되었습니다.

 

2007년 7월 2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

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 의하면 서비스 제공자는 권리침해로 인한

삭제요청을 받았을 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임시삭제는 신고자 요청에 의한 조치일 뿐 회원님의 게시물이

부당하거나 불법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회원님의

글이 권리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면 권리침해 소명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 임시조치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소명서를

보내주셔야 하며 소명서와 함께 권리침해가 아니라는 증명 서류를

첨부해주셔야 합니다.

 

보다 자세한 권리침해 처리 절차는 아래 도움말을 참고해주세요.

http://help.egloos.com/5870

 

감사합니다.

 

황당한 것은 "게시물이 부당하거나 불법임을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권리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권리침해 소명"을 당사자더러 하라고 한다. 명예훼손 신고자가 게시글이 왜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그 증거를 제출하고, 사법당국에 직접 고소를 하든지 하는 게 상식일 텐데 이건 거꾸로다. 진정한 블로그 자율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간 빅브라더에 의한 인터넷실명제와 제한적본인확인제 도입, 정보통신망법 개정 이후 '명예훼손'을 빙자한 권리침해신고가 인터넷상에서 무작위로 악용되면서 이런 일(자기검열)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왔다.

 

그런데 이젠 이런 무서운 일들이 더 노골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더 교활하게 블로그(거)의 숨통(표현의 자유와 비판의식, 블로거 저널리즘 등)을 조이며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실체 없는 무작위 블로그 검열-통제, 올 게 오는구나...

 

가장 황당한 것은 이글루스측에서 누가 "명예훼손으로 권리침해 신고"를 했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전에 서울시, 동원F&B 등으로부터 권리침해신고를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 다음-티스토리 블로그에 접수된 명예훼손 권리침해 공지에는 누가 신고를 했는지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반해 이글루스는 블로거의 기본적인 알 권리를 교묘히 숨기고, 신고자의 실체도 밝히지 않은 채 게시글을 임시 삭제처리 했다.

 

이글루스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 다음(daum)도 이종걸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조선일보> 관련 게시글들에 대한 임시접근금지 조치를 해 블로거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다음 블로그에 "장관님들은 어느 나라 말로 보고받을까"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작성했다가 친절하게(?) 임시접근금지 조치를 당한 블로거 '하늬'님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글의 주인공도 아닌데 조선일보가 신고당사자"라 한다.

 

정말 그가 공개한 다음 권리침해신고센터의 임시접근금지 조치 안내에 따르면 신고자가 "조선일보"로 나와 있다.

●문제 된 게시물 : 장관님들은 어느나라 말로 보고받을까?  | 시와 일상 2009.04.07 07:17

●신고접수일 : 2009년 4월 7일

●신고내용 : 명예훼손 게시물 삭제 요청

●신고자 : 조선일보

"평범한 블로거의 글까지 명예훼손이니 뭐니 하며 신고하냐"며 씁쓸해 하는 하늬님이나, 신고자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게시글 임시제한조치 및 협박을 당한 나 자신이나 참 그 신세가 서글프기 짝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블로거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방송과 신문도 기자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형국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선일보, #이종걸, #장자연, #블로그, #명예훼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