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렸을 적, 카디자인의 기초는 몰라도 즐겨 그렸다

때는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때, 나는 그 때 항상 자동차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개구쟁이 중 한 명이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자동차 이야기는 꼭 들어가야 했고, 친척들과 가족들이 있을 때는 자동차 이름이 뭔지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다. 심심할 때는 흰 백지에다가 알 수 없는 컨셉의 자동차를 그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자동차에 미친 시절이었다.

이렇게 자동차에 미쳐 어른들이 "재환이는 꼭 자동차에서 큰 인물이 될 거야!"라고 확신을 했다. 집안에서 외삼촌이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 어린 아이의 꿈은 20년을 거슬러 수만번의 꿈에 대한 변경 끝에 기자로 이어졌다.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는 꿈은 접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자동차라고 하면 꼭 관심 있는 분야 중 하나였다. 그 중 자동차 그리기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꼭 하고 싶은, 매력있는 미술이라고 여겼다. 기초는 몰라도 즐겨 그렸다.

결국 기회를 얻다

디자인 강좌 일일수강생의 자리 일일수강생이 된 나를 위한 자리, 우선 쉬운 자동차디자인의 이해를 위해 밑그림까지 구비됐고 순수미술용품이 모 미술회사의 후원을 통해 제공됐다
▲ 디자인 강좌 일일수강생의 자리 일일수강생이 된 나를 위한 자리, 우선 쉬운 자동차디자인의 이해를 위해 밑그림까지 구비됐고 순수미술용품이 모 미술회사의 후원을 통해 제공됐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언젠가 멋진 나만의 자동차를 그려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을 무렵, 드디어 기회가 왔다. 2009 서울모터쇼 부대행사 중, 카디자이너 한민수씨의 진행으로 열리는 '카 디자인 세미나'가 지난 6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열린다는 것이다. 무료는 아니지만 한 강좌 당 1만5000원, 다섯 강좌를 다 들으면 3만원이다.

무료가 아니라 약간 망설였다. 게다가 두 시간이 넘는 세미나 구성에 당황했다. 마치 전문적인 학생만 위한 세미나일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 예상은 틀렸다. 돈을 받은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시간을 넉넉히 잡은 이유도 있었다.

내가 선택한 강좌는 8일 소형차 부분이다. 이 강좌는 소형차, 대형차, 중형차 등 각각 종류별 주제로 강좌를 진행한다. 8일은 왠지 작아서 쉬워보일 듯한 소형차이기에 신청했다. 그나마 제일 쉬울 것 같았다.

벌써부터 킨텍스 205호실은 '연구중'

잘 보세요! 제가 시범을.. 정식 세미나 전, 전일강좌 신청자들을 위해 한민수 디자이너(가운데)가 사전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잘 보세요! 제가 시범을.. 정식 세미나 전, 전일강좌 신청자들을 위해 한민수 디자이너(가운데)가 사전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일산 킨텍스 205호실 오후 다섯 시 반부터 시작하는 디자인 세미나. 등록 확인 후 사은품인 미술용품을 받아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에는 벌써부터 수강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이들은 왜 벌써부터 사전 강의를 들었을까? 주최측인 카티비 편성제작국 김남형 PD는 "전일참가 수강생을 위한 한민수 디자이너님의 점검"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전일 참가자는 매번 디자이너로부터 숙제를 점검받는다고 한다. 한 순간에 그치는 이벤트 형식의 강좌가 아닌, 네트워크형 강좌임을 느끼게 한다. 분위기는 매우 조용해 마치 자동차 업계 디자인센터의 작업현장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대다수는 어린 학생, 주최측도 놀라

이번 강좌의 특징은 어린 학생들의 참여다. 특히 전일 참가자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 포함됐고 일일 수강생으로 13살 초등학교 6학년생과 14살 중학교 1학년생도 참석했다. 이렇게 나이대가 어린 학생들도 참석이 가능한지... 전문가들이 모일 법한 이런 강좌에 어린 학생들도 참석해 놀라웠다. 김남형 PD도 놀라긴 마찬가지.

"접수를 받을 때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나이대가 어린 학생들도 참석신청을 많이 해 카티비에서도 놀랐습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부모님과 같이 강좌에 참석했다. 부모님들은 초등학생 자녀가 카디자인 세미나에 관심을 갖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 편안한 마음으로 자녀들과 같이 보냈다.

이제 시작,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는 필수!

그림도 중요하지만, 역사도 중요하다 디자인 실습 전 한민수 디자이너가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그림도 중요하지만, 역사도 중요하다 디자인 실습 전 한민수 디자이너가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이제 본격적인 강좌의 시작, 한민수 디자이너는 우선 프리젠테이션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했다. 생산방법의 시대, 기능 또는 스타일 중심의 시대, 상품성, 추상성 시대 등등 19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자동차 디자인의 변천사에 대해 설명했다.

"중간 중간 제 2차 세계대전이 날 때 위험부담으로 자동차 판매는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는 산업발달의 계기가 됐죠. 그 후의 오일쇼크도 자동차 디자인업계에 영향을 끼쳤답니다."

이렇게 프레젠테이션으로 간단한 역사를 듣자, 나도 모르던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린 학생들도 학교 안 수업을 듣는 듯 진지한 태도로 자동차 역사공부에 흠뻑 빠졌다.

소형차 디자인, 그냥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빛의 방향 등도 고려해야

그냥 그리는 것이 자동차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소형차는 다른 차에 비해 작은 규모이므로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큰 오산이다. 소형차라고 해서 쉬운 법은 없다. 빛의 밝기, 조도 등도 필수 고려 대상이다.

그렇다고 그냥 그리면 초보자인 나로서는 어렵다. 그래서 한민수 디자이너는 미쯔비시의 소형 하이브리드카의 디자인을 샘플로 제공했다. 이 샘플을 빈 종이에 스며들도록 씌우면 보다 쉬운 디자인이 나올 것임을 착안한 것.

"차를 표현하기 위한 요소는 빛의 방향에 대한 이해, 그리고 밝은 부분과 어두운 라인을 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을 할 때는 배경, 라이프스타일, 키워드, 영감 등을 고려하는 것 잊지 마세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걱정이 앞섰다. 예전 데생을 배우던 시절, 빛의 방향을 잘못 파악해 미술학원 선생님에게 혼이 당한 악몽도 떠올랐다. 겁이 난 것이다.

잘 보세요!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프로젝터로 디자인에 대한 예시를 보여주는 한민수 디자이너, 그는 20분만에 완벽한 소형차의 형태를 보여줬다
▲ 잘 보세요! 예시를 보여드릴게요 프로젝터로 디자인에 대한 예시를 보여주는 한민수 디자이너, 그는 20분만에 완벽한 소형차의 형태를 보여줬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한민수 디자이너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안 듯 즉석 시범을 보였다. 소형차는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가 원 3개 정도의 빈공간이 있는 것으로 시작, 'Daylight Opening'의 준말인 DLO의 영향에 따라 차의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핵심 정보도 전달했다.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도 돋보였다

"김시연씨, 차의 색깔을 어떻게 해볼까요?"
"빨간색이요!"

한 디자이너는 5분간의 휴식 후 나를 포함한 일일수강생을 위한 특별 지도도 해줬다. 이번 세미나는 전일 참가자와 하루 참가자 두 테이블로 나눠 진행됐다. 아무래도 처음 듣는 학생들을 위해 자세한 설명을 위한 배려로 여겨졌다. 그는 처음에 빈 종이로 이름을 물어봤다. 자리에 있는 각 수강생들의 얼굴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디자인을 할 때 수강생의 의견도 물어보는 방법도 잊지 않았다.

자세히 봐야겠어요! 한민수 디자이너가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해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자세히 봐야겠어요! 한민수 디자이너가 처음 수강하는 학생들을 위해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가까이서 본 그의 실력은 대단했다. 역시 디자이너다운 느낌이다. 막힘없이 선을 긋고 색연필로 틀을 잡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일일수강생들도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다.

이날 사용된 미술품은 순수미술용품. 순수미술용품을 사용한 이유는 이렇다. 실제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미술품은 알코올과 석유가 포함된 위험한 미술품이다. 한 디자이너는 "실제로 디자이너 한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석유 미술품을 쓰다 보니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순수미술품을 사용한 것이다.

이렇게 잠시 그의 '연기'를 살펴본 후, 직접 도전에 나섰다.

초등학생들도 잘하는데... 내 작품은 너무 '엉망'

그리기는 너무 어려워.. 내가 그리고 있는 디자인, 다른 사람보다 너무 못그린 흔적이 많다
▲ 그리기는 너무 어려워.. 내가 그리고 있는 디자인, 다른 사람보다 너무 못그린 흔적이 많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정말 디자인 초짜에게는 디자인의 세계가 너무 난해했다. 정말 어려웠다.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면 너무 잘했는데 내 작품은 너무 졸작인 티가 났다.

그래서 금방 내 작품을 마무리한 후,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구경했다. 그야말로 모두 전문가 수준이었다. 일일참가자, 전일 참가자 구분 없이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다 실력자들이었다.

ⓒ 조재환


내 그림을 지켜보던 한 디자이너는 "기자님 잘 그리시네요!"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칭찬은 거기에 그쳤다. 후에 받은 평가는 "기자님이 되시길 잘했네요!"라는 혹평 수준이었다. 역시 디자인의 세계는 난해한 법. 이번 참가자들은 수준급 이상의 실력으로, 나에게 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디자인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이렇게 수준급 이상의 실력자들만 모인 카디자인 세미나, 과연 어떤 사람들이 왔을까? 12세 초등학생과 공업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을 갓 졸업한 일반인, 가장 이쁜 디자인으로 현장에서 상을 받은 20대 숙녀를 소개한다.

초등학교 5학년 이정현군 "디자인 학원 다닌 적 없는 학생이에요!"

내 그림 어때요? 초등학교 5학년 생 이정현 군
▲ 내 그림 어때요? 초등학교 5학년 생 이정현 군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일산에 사는 초등학생 이정현 군은 디자인 학원을 전혀 다닌 적이 없다고 한다.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이번 전일 참가자 중 막내. 자동차가 너무 좋아 이번 세미나 전일 참가자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에요!"

그가 그린 그림의 컨셉은 '안전성이 최고, 스포티함을 높여주는 차'다. 그가 그린 그림은 한민수 디자이너에게 아기자기한 장식이 특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디자인학도 박원관씨, "그림이 버릇인 거 같아요!"

최고의 디자인인거 같나요? 대학을 갓 졸업한 박원관씨
▲ 최고의 디자인인거 같나요? 대학을 갓 졸업한 박원관씨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대학을 갓 졸업한 박원관씨, 그는 대학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한 지 얼마 안된 예비 사회인이다. 자동차 디자인이 취미인 그는 수준급 이상의 실력을 보여줘 한민수 디자이너에게서 큰 칭찬을 받았고, 이 칭찬이 그와 짧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리는 것이 버릇인 거 같아요."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자신있게 내보이며 그리는 것에 대한 애정을 쏟아부은 박원관씨, 향후 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일일참가자 중 디자인 일등 김시연씨

제가 뽑은 일등 작품입니다! 한민수 디자이너(왼쪽)과 김시연씨가 포즈를 잡고 있다. 김시연씨는 한민수 디자이너가 뽑은 1등 디자인으로 뽑혔다
▲ 제가 뽑은 일등 작품입니다! 한민수 디자이너(왼쪽)과 김시연씨가 포즈를 잡고 있다. 김시연씨는 한민수 디자이너가 뽑은 1등 디자인으로 뽑혔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보라색 느낌을 충분히 살린 김시연씨는 자신의 작품이 1등으로 선정되자, 수줍은 듯 "고맙습니다"는 짧은 대답을 남겼다. 그녀는 사진촬영 때도 수줍어 했지만,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자 얼굴에 기쁘다는 표시가 역력했다. 꿈이 디자이너라는 그녀, 오늘의 수상 영광이 내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U포터, 네이버 블로그, 캠퍼스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울모터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