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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사이트 평소 10배 방문글 기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의 <참여마당>에는 4월 8일 현재 1100명이 글을 남겼다. 이는 평소의 10배나 되는 수다. 평소 참여마당에 글을 남기는 사람은 100명 남짓이다. 노 전 대통령이 금품수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글을 남긴 4월 7일과 8일 양일에만 1800명이 글을 남겼다("사과합니다"라는 글에는 댓글이 1천개도 넘게 달렸다).

이들이 남긴 글에서는 변함 없는 지지와 비난에서부터 알 수 없는 감정과 좌절감, 혼란 등이 뒤섞여 있었다.

이 때문에 4월 8일인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서 "'그게 무슨 잘못이냐?' 또는 '정치적 탄압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리신 분들이 있고, '잘못은 잘못이다.' 또는 '좀 지켜보자.' 이런 글도 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논쟁이 있고, 싸움도 있습니다."라고 밝혀 홈페이지의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냉정한 평가를 한 글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일 것입니다.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한편 참여정부 당시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은 강력한 어휘를 사용하여 이번 사태를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은 덫에 걸린 참여정부, 도덕성 파탄났다"는 헤드라인을 뽑았고, 한겨레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형님 이어 부인까지, 노무현 '패가망신'>이라고 썼다가 다시 <형님 이어 부인도…노 전 대통령 도덕성 '와르르'>로 제목을 고쳤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격변기와 '도덕성'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고,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의 혐의를 파고들었다.

국가 예산으로 모든 활동이 뒷받침되는 청와대 안주인으로서 기업인한테 수억원의 돈을 받은 것은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도덕성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게 됐다. 그동안 나온 측근들의 비리 혐의는 노 전 대통령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부인 권씨의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남편의 이러저러한 정치활동으로 진 빚을 갚기 위해 빌렸다'는 주장은 국민에게 설득력이 없다.
-한겨레, 기사 일부

열혈 노사모였던 시민들의 반응

 노무현 공식 사이트 <사람 사는 세상>의 참여마당에는 4월 8일 현재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겨 "노무현 돈 받았다"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보여줬다.
 노무현 공식 사이트 <사람 사는 세상>의 참여마당에는 4월 8일 현재 평소보다 10배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겨 "노무현 돈 받았다"에 대한 사회적 충격을 보여줬다.
ⓒ 사람사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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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알 수 있듯 노무현 지지자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도덕성이 있는 대통령으로 알고 있었는데 전 대통령과 다름 없는 사람이라는 배신감과 정치인들은 다 그저 그렇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악당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이 되기도 했다. '사람 노무현'에 대한 차분한 평가가 아쉬운 하루였다.

그러던 중 노사모 출신의 시민들과 이 문제에 대해서 대화를 하게 되었다. 30대 초반, 40대 중반, 50대 중반 연령층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30대, 40대, 50대로 통일함) 30대는 믿었던 한 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허탈해했다.

특히 시기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50대는 시기란 현 정부에서 정하는 것이지 우연히 찾아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유시민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3월 30일 오마이뉴스에서 진행된 작가와의 만남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며 정권교체 후 으레 있는 사정작업으로 평가했으며, 일정표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40대는 '부인'을 거론한 부분에 대해서 분개해 했다. 대통령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에게 권양숙 씨 부친의 사상 문제가 거론되자 "그 문제 때문에 부인과 헤어져야 한다면 나는 대통령 안 하겠다"고 말했던 노무현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부인이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왕 벌어진 일이라면 본인이 모두 안고 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0대는 "노무현에 대해서 인정할 것은 '사실'을 말한다는 사실이다. 부인이 관계돼 있기 때문에 부인을 거론한 것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노무현은 지는 싸움은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는다"며 전략가로서의 노무현을 회상했다.

"15억 원이 정치자금의 기준이 되었다"

1997년 대법원이 추징한 비자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533억원, 노태우 전 대통령이 2097억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돈은 15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연관된 금액이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 기준이 다음 정권에도 이어질 것이란 점을 예상할 수 있다. 노사모 회원들도 이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부패'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이 기준은 가혹한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적 되치기를 당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2004년 탄핵국면에서는 역풍으로 무수한 원내의석을 잃어야 했고, 행정수도 이전과 대연정, 개헌 국면에서 한나라당은 여러 번 씁쓸한 패배를 당했다.

이번 건의 경우도 한나라당과 정부는 바싹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의 칼날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하는 일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잘못 건드렸다가는 어떻게 역풍을 맞을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15억원을 받은 사실은 무혐의로 인정해 조사하지 않기로 했다.

50대는 "이 문제는 언젠가 털고 가야 했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정부가 이 문제를 털어낸 것이 그들에게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불리할 것 같다는 예측도 내놨다. 그리고 대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이 사태를 관망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언론이나 국민들이 '인간 노무현'이 아니라 생명 없는 상징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 지나친 결벽성을 가지고 있다. 도덕성이란 감정이 개입되는 것이고 지고지순한 도덕성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고지순한 도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권을 잡은 사람에 의해서 짓밟힐 수도 있고 더러운 물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그러면 지고지순함이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지나친 자조와 지나친 비난과 지나친 신뢰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한국 사회 전체를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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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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