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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과 장수면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 계곡물들과 합쳐 남해로 흐르는 영원히 오염되지 않을 것 같은 섬진강
▲ 섬진강청류 전북 진안군과 장수면의 경계인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지리산 계곡물들과 합쳐 남해로 흐르는 영원히 오염되지 않을 것 같은 섬진강
ⓒ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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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지금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자본주의 상징인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붕괴에 따라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초입 단계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그 타격도 클 수밖에 없다. 도시 근로자들의 실직자 수가 날로 증가하는 상황은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는 장기침체에 따른 실직자 구제수단으로 전격적인 귀농자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직자들을 농촌으로 흡수함으로써 농촌도 살리고 실직자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하는. 한 개의 돌로 두 마리 새를 잡으려는 의도다. 그러나 두 마리 새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못 잡는 결과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깊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의 귀농자 주요지원정책을 보면 이렇다.
- 금리 연 1~2%대 창업 영농자금 1000억원 지원
- 주거 수리비 무상지원(1가구 1000만원 한도)
- 농지은행 농지임대 우선순위 부여
- 창업지원센터 개설, 1:1 맞춤형 서비스제공

정부의 야심찬 의욕을 읽을 것 같다. 귀농을 준비하고 기다린 젊은 농군들에겐 더 없이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농촌의 현실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부의 형태를 들라면 대부분 사람들은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을 갖춘 민주주의 정부 형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뒷면에는 소수집단과 가난한 약자들에게 엄청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민주주의 이념은 만인의 평등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폐단이라고 볼 수 있는 다수의 횡포를 피해가기 힘들다.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당선자는 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도시 근로자들과 농민의 비율은 82:18 이다. 도시 근로자들을 위한 정책은 항상 소수인 농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조건에서 제정되고 시행된다. 도시근로자 생필품 물가안정을 위한 무분별한 수입은 농촌에서는 배추를 갈아엎고 배의 수학을 포기하는 상황으로 몰아간다. 이러한 현상은 되풀이된다.

자본주의는 계속 성장해야 하고 더 많은 생산과 더 많은 소비를 강요하는 악순환 고리에 의해서만 유지 가능한 체계이다. 즉,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써야 하는 시스템은 경기의 과열과 침체를 반복하겠지만, 최후의 종착역은 공멸일 수밖에 없다. 자연의 순환고리를 끊고 생태계를 파괴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계는 극히 비정상적인 사회형태인 농촌의 공동화와 도시의 과도한 밀집화로 양 극단의 사회를 만들고 말았다.

1910년대 초 22만 명에 불과했던 서울은 100년이 지난 지금 2300만 명 인구가 모여 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매가시티가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 총 인구수는(남북한 합친 수)1400만 명이었고, 87%가 농업에 종사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은 경상북도로 211만 명이었다. 다음이 전라남도로 195만 명이 살고 있었고, 서울은 경기도와 합쳐 경남에 이어 4위에 불과했다. 서울의 인구는 지난 100년 동안 100배 증가하는 반면, 지방의 인구수는 제자리이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농촌이 공동화되고 황폐해지는 원인

우리나라 국민이 농촌을 기피하는 이유는 자식들의 교육문제와 교통의 불편이 주된 이유라고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가난으로부터 탈출이다.

예로부터 농부들은 생존경쟁의 먹이사슬 가장 하부에 위치한 수난과 약탈의 대상이었다. 자식들을 교육시켜 농부신분으로부터 탈출하여, 당하고 살아온 뿌리깊은 한을 당대로 끝내겠다는 우리의 부모님들의 결심은 강한 교육열로 이어졌다. '자식은 나서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라' 라는 구호는 어쩌면 우리 대까지 아니 우리들 자식 대에는 더욱 더 강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자식들이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나 중앙부처의 관료가 되는 것이 부모의 삶의 성패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나는 아들의 대학 3~4학년 때 융자받은 학자금을 5년에 걸쳐 한 달에 25만원씩 상환하고 있다. 자녀가 둘이고 대학 4년 동안 학자금을 융자받았다면, 학자금만 상환하려 해도 월 25만원 씩 20년 간 갚아야 된다. 여기에 자녀들의 생활비와 용돈이 추가되고 엄청난 과외비를 감안하면 30000평 농사를 경작한다고 해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반면,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단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도 자녀들의 학비 조달이 가능하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현금 융통이 가능하고 거주공간 만 확보되면 자녀들의 생활비와 용돈을 없애거나 절약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식들을 교육시켜 가난과 농사로부터 탈출 시킬 수 있다는 꿈을 키울 수 있다.

농촌을 살기기 위한 방법

농촌을 살리는 문제가 간단하고 쉬운 문제였다면, 농촌의 현실이 이렇게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 국민들의 정서가 바뀌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농촌을 다시 살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귀농지원정책으로 도시인구를 유입시키는 방법. 둘째, 관광사업을 활성화 하는 방법. 마지막 셋째는 여유 있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은퇴자들을 유치시킬 수 있는 휴양도시로 육성시키는 방법이다.

IMF 이후 실물 경기가 살아나면서 귀농인구가 급감했으나 다시 경기가 나빠지면서 귀농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도표
▲ 귀농자추이 IMF 이후 실물 경기가 살아나면서 귀농인구가 급감했으나 다시 경기가 나빠지면서 귀농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도표
ⓒ 농림수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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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방법인 젊은 사람들의 귀농성공사례는 특수작물 또는 대량 기계화 농업경영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모든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귀농성공사례가 될 수 없다. 농촌의 적은 수입으로는 자녀들의 교육비와 자신들의 생활비 조달이 불가하다. 일시적으로 귀농을 한다고 하지만 경기가 활성화되어 도시의 일자리가 확보되면 다시 도시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연령층이다. 너무 크게 기대했다간 실패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법인 관광사업은 그 수혜자들이 극히 제한적이다. 또 실재적으로 놀고 간 사람들의 뒤치다꺼리 대가로 몇 푼 받은 것에 불과하다. 이것으로 농촌이 부유해질 수 없다. 갈수록 관광상품개발이나 축제유치도 경쟁이 너무 심해지는 경향이다. 각 지자체마다 무슨 축제가 그렇게도 많은지 일년 내내 놀자 판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요즈음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대부분의 축제는 축제를 위한 축제일 뿐이다.

세 번째 청정환경을 상품화하는 휴양도시로 육성하는 방법은 미래 지향적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를 포함한 IT(Information Technology)산업의 발달은 멀지 않은 장래에 컴퓨터 화면으로 도시의 자식들과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고, 마우스 한번 클릭으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고 배달되는 일, 의사 진찰과 처방까지도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공업단지가 많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은 최고의 상품가치를 갖게 될 것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파괴되면 단기간에 복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친환경은 줄어들 뿐 쉽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은퇴 후 돌아가 노후를 즐길 수 있는 휴양도시의 큰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위해 착실히 준비해가는 자자체가 크게 성공할 것이다.

반야의 의미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지혜라는 뜻과 모든 부처의 어머니란 뜻이있다. 지리산 반야봉의 반야는 어떤뜻인지 반야봉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금방 알 수있다.
▲ 반야봉낙조 반야의 의미는 사물을 꿰뚫어보는 지혜라는 뜻과 모든 부처의 어머니란 뜻이있다. 지리산 반야봉의 반야는 어떤뜻인지 반야봉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금방 알 수있다.
ⓒ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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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에는 미국 하버드 대학의 교과과정을 산골의 아름답고 편한 별장에서 자가가 원하는 시간에 수강할 수 있을 거라고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서울에 볼일도 대부분 인터넷으로 처리하겠지만 음악회나 미술전람회 같은 일들은 아침식사를 하고 산뜻한 여행 기분으로 출발하여 저녁식사는 다시 아름답고 공기 맑은 별장으로 돌아와 손수 가꾼 무공해 음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귀농 권유 및 주장

요즈음 은퇴시기를 맞은 50대 후반이나 60대 초 사람들은 대부분 6.25동란 후 농촌생활의 아프기도 하고 그립기도 한 추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이 세대들은 가난한 농촌에서 털고 나와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하는 경제를 급성장시켜 가난으로부터 탈출한 일터의 선봉장들이다. 이제  꿈속에서도 그리운 우리들의 고향인 농촌이 병들어 아파한다면 그 동안 벌었던 돈, 싸 들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IT강국답게 청정환경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접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음식물을 먹을 수 있는 살기좋은 전원생활 환경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준다면, 이 또한 보람된 일이 아닐까 싶다. 농촌에는 나이든 사람들의 건전한 소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서둘러 소수집단인 농민의 목소리도 높여야 할 것 같다. 요즈음은 귀농자들의 혜택이 많다. 작년에는 시랑헌 임야 전체를 간벌해 줬고, 이번 주 중에 시랑헌임도 포장여부 실사를 위한 심사단이 온다.

지금이 은퇴자들에겐 농촌으로 돌아가기에 최고로 좋은 때다!


태그:#농촌, #귀농, #은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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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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