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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앞 도로 변에 학생들을 기다리는 버스,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원활한 차량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학교 앞 도로 변에 학생들을 기다리는 버스,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어 원활한 차량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 오승준

"당신 아들 덕분에 일찍 일어나 아침 밥도 먹고 다니고, 저녁에 학교에 가서 운동도 하니, 예전보다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 "요즈음은 코도 거의 골지 않는 것 같다" 아내의 말이다.

그렇다. 고3 아들 덕분에 건강이 좋아졌다. 그 아들이 있어 아침마다 자동차로 달음박질 치고, 저녁마다 운동장을 돌고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생활습관도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었다. 자주 오는 감기도 덜하고, 소화도 잘 되고, 식욕도 더욱 왕성해 진 것 같다. 전에는 늦게 출근하고 늦게 귀가했으나, 지금은 빨리 출근하고, 전보다 빨리 퇴근한다.

직장이나 일터에 따라 출근시간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보통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은 9시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출근시간 20∼30분 전에 출근을 한다. 나도 출근시간은 9시까지이지만, 보통 8시까지 출근한다.

그런데 아이가 고3이 되면서부터 나의 출근시간도 달라졌다. 고3 아들의 등교 시간 마감이 아침 7시 10분이다 보니, 일찍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고, 바로 직장으로 직행하게 되니, 출근시간이 7시 30분으로 앞당겨졌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면, 좋은 점. 교통체증의 짜증도 피할 수 있고,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설계할 수도 있고, 여유있는 가슴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맑은 눈빛으로 자연의 물상들을 바라볼 수도 있다.

나의 아침 기상시간은 6시. 아이는 6시 20분. 그러나 아내는 5시에 일어난다. 아침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밤 10시에 하교하는 아이의 도시락 2개를 싸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을 먹으면 좋지만,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음식을 가린 탓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내의 수고가 더해졌다.

6시에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일을 보면서, 시간의 여백을 빌어 신문이든 책이든지 가까이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식사하면, 아이는 그때 화장실로 가서 세수 등 일을 보고, 가볍게 밥 먹고, 책가방 들고 학교로 달려간다.

밥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여서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와 밥 맛이 없다고 잠이 덜 깬 얼굴로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그냥 학교에 가려는 아이와의 신경전도 아침마다 생활처럼 목격해야 하는 또 다른 집안 풍경이다.

고3 아이가 있는 집은 대체로 불이 늦게 꺼진다, 보통 새벽 1∼2시. 우리 집 아이는 보통 2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잠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학교에 가서 졸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비슷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것을 알면서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처지가 짠해 눈감아 준다.

기실 이런 악순환은 빠르면 유치원 시절부터 늦으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다. 공교육 외에도 아이들은 사교육에 더 많은 수고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 번 뜯어고치고 수십 번 아우성 쳐도 우리네 교육은 여전히 양지를 찾지 못하고서 음지를 방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도 종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값비싼 대가를 숙명처럼 지불하고 있다.

 밤늦게까지 면학열에 불타고 있는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창.
밤늦게까지 면학열에 불타고 있는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창. ⓒ 오승준

날마다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숨가쁜 시간의 질주를 해야 하는 고3 아이를 둔 가정들의 조급한 일상. 단 1분 1초라도 더 빨리 가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많은 자동차들이 양보라는 이름을 잊고 산 지 오래이고, 학교 앞은 언제나 자동차 물결로 아수라장이다.

야간에 학교 안과 밖은 더욱 교통과 보행 체증의 현장이요, 온상이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의 고생과 피곤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려는 부모들의 남다른 사랑(?) 때문에 학교와 주변은 온통 주차장이다. 좋은 길목을 차지하기 위한 차량들의 보이지 않는 쟁탈전도 치열하다. 나도 그 대열에 소리없이 자리하고 있다. 씁쓸하다.

요즈음은 요령이 생겼다. 직장에서 퇴근하여 집으로 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간편한 복장으로 40분 전에 학교로 달려간다. 그러면, 차도 막히지 않고,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도 길어진다.

아이를 기다리는 30분 동안 잘 조성된 잔디 축구장 트랙을 10바퀴 정도 돌며, 학교 운동장을 심신수행의 장으로 삼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이 비오듯 흐르고,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학교는 잘 가꾸어진 자연학습장이요, 마음이 쉬는 의자다. 이곳에서 맑은 공기 호흡하며, 걷고, 뛰고, 달리면, 건강이 절로 가슴에 꽉 들어찬다.

사람들은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날마다 운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을 생활속에서 실천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운동에 취미를 붙여 습관처럼 운동을 생활처럼 즐기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규칙적인 운동에는 자신도 모르게 인색하고 소홀하다. 게으름일 수도 있고, 의지박약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꼭 무슨 계기가 있어야 마지못해 그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막상 그 길을 가다보면, 늦게 시작하는 것을 후회하기도 하지만.

 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을 싣고 나오고 있다.
부모들이 학교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들을 싣고 나오고 있다. ⓒ 오승준


#고3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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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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