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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동네 보덕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맑은 날,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오르기도 하고 산책 겸 짤막하게 산바람을 잠시 쐬고 올 수도 있다. 대전 유성구 보덕산을 오르는 길은 몇 갈래가 되지만, 나는 주로 전안원 농장이 나오는 가파른 길을 따라 보덕약수터에서 물 한잔을 마시고 산에 올라가곤 했다.



보덕약수터는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마른 목을 축이고 근처 아파트 주민들의 식수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금의 약수터는 1999년에 만들어졌고, 송강동의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전부터 살고 있던 주민들이 이곳에서 나는 물을 먹었다고 하니 보덕약수터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덕약수터에서 50여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남·여공용화장실이 생겼다. 전안원이 있는 언덕배기까지 올라왔다가 시원한 약수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화장실을 보는 순간 께름칙했다.


보덕산은 청소년이나 어른 걸음으로 산꼭대기까지 오르내리는 시간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아담한 산이다. 보덕산은 봉우리가 다섯 개라 해서 오봉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거의 동산에 가깝다. 물론 등산코스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오르내리는 시간이 다르기는 하다. 그 동안에 화장실이 급한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곳이 약수터 근처여야 했을까?


유성구청 환경보호과 이성훈씨는, 보덕약수터는 지하수가 아니고 산 위에 파이프를 연결해서 내려오는 계곡수이기 때문에 화장실과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화장실이 가까운 약수터, 물은 정말 괜찮을까? 일년에 네 번씩 분기별로 수질검사를 한다는 이 약수터의 올해 1월 검사 결과는 '식수에 적합'으로 나와 있다. 유성구청 녹지과 김윤식씨에게 수질검사에 대해 물었다. 검사는 대전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서 구청직원과 같이 약수터의 수질검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적합판정은 어떻게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더했다. 약수터를 이용하는 주민이 함께 참여해서 검사과정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함께 수질검사를 실시한다면 한층 신뢰를 얻을 것 같다.


2분기 수질검사는 4월에서 6월 중에 한번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청정유성'을 강조하는 유성구의 화장실이 보이는 약수터, 사람들이 물 마시러 왔다가 손만 씻고 가지 않을까싶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보덕산약수터,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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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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