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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이 청명이었습니다. '청명'이라는 말만 들어도 맑고 따뜻하고 푸른 빛이 감도는 것 같습니다. 엊그제가 청명이었는데 오늘 날씨는 여름입니다. 봄의 들머리가 아니라 이틀사이에 봄의 끝자락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상청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오늘 최고 기온은 24.9도입니다.

 

지난 30년간의 평년값은 16.1도였는데 무려 8.8도나 올랐습니다. 평년값 자료에서 찾아보니 최고기온이 24도 이상 올라간 것은 5월 20일이나 지나서였습니다. 예전에 비한다면 한달 이상이나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반팔을 입고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지난주까지 만해도 몇 겹씩 겹쳐 입어야 했는데 갑자기 여름입니다. 그 덕에 목련은 서둘려 꽃을 피우고, 서둘러 꽃잎을 떨구고 있었습니다.

 

 

 

청명은 본격적인 농사일이 시작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농사 관련 속담, 그 중에서도 봄비에 관련된 속담이 아주 많았어요. 그리고 청명 무렵 새 순이 돋고 꽃이 만발하는 생명력을 비유한 속담도 많았지요.

 

청명 무렵에는 비가 잦다.

봄비가 잦으면 풍년이 들어 인심이 좋아진다.

봄비는 쌀비다.

봄비는 올수록 따뜻해지고 가을비는 올수록 추워진다.

봄비는 일비고, 여름비는 잠비고, 가을비는 떡비고, 겨울비는 술비다.

봄비는 기름이다.

봄비는 벼농사 밑천이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

청명 한식에는 아무데나 아무 나무를 심어도 산다.

 

이렇게 속담을 풀어보고 우리 속담을 만들어 봅니다.

 

청명 즈음 황사에 마스크가 동이 난다.

청명에 백인이 한국 왔다가 황사 때문에 황인 됐다.

청명에 반팔 옷 꺼내 입는다.

청명에 아이스크림이 잘 팔린다.

청명에 옷장 정리 다시 한다.

청명에 잠바를 벗는다.

청명에 개나리 진달래 만발한다.

청명에 비빔밥 먹으니 졸음이 몰려온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지 한달쯤 되는 청명 즈음이면,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긴장하며 보내다가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면서 그것이 '몸살'이나 '감기'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친구들 여럿도 그런 몸살을 알았지요. 그런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이런 속담도 만들었습니다.

 

청명에 즈음에 아이들이 몸살 난다.

 

 

 

함께 산책을 나섭니다. 학교 앞마당 능수벚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꽃은 벚나무 꽃이지만 가지는 능수버들처럼 아래로 축축 늘어져서 참 아름답습니다. 지나다니시는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저 나무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시곤 하지요.

 

 

능수벚나무 아래는 이렇게 겨우 내 꽃눈을 감싸고 있던 겨울눈 비늘잎이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찬 겨울을 이겨내도록 도와운 겨울 외투를 벗듯이 벗어내고 화려한 봄을 맞고 있는 이런 생명력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런 풍광을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도 벗어야 할 때 벗어버리고 떠나는 그런 아름다움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눈 밑 콧등에 거울을 대고 하늘을 보며 걸어봅니다. 하늘의 꽃잎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길바닥에 누워 봅니다. 그대로 잠들었으면 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런 감수성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청명 지나자 반팔 옷 입고 아이스크림을 찾아대는 기후 변화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이런 생태적 감수성이 아닐까, 이것이 나중에 이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 춤추는방과후배움터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에 대한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아름다운마을학교, #절기활동, #청명,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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