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 300만 명이 넘었다.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대회만도 400여 개나 된다. 그야말로 '마라톤 열풍'이다. 강북구에서도 해마다 4․19를 기념해 '삼각산 우이령 마라톤'을 개최한다. 4․19 공원과 우이령을 달리면서, 4․19 혁명 의미를 되새기고 아름다운 자연도 만끽하는 좋은 기회다. 이 마라톤에 참여하는 사람은 3000여 명이다. 우리 마을에도 이 대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최해민(12), 최한백(9) 학생과 이들을 코치하는 서병이(29)씨를 만나보았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한백 : "병이 삼촌이 4.19km를 뛰어보자고 제안했어요. 마라톤은 힘들잖아요. 끈기도 필요하고. 저는 무언가를 하다가 쉽게 그만두는 성격인데, 끝까지 뛰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신청했어요."

해민 : "마라톤은 처음인데,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10km도 욕심을 냈는데, 삼촌이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자고 해서 4.19km를 뛰기로 했어요."

병이삼촌 : "해민이랑 한백이가 운동(태권도를 하고 있었다)을 쉬었어요. 마라톤을 준비하며 즐겁고 꾸준하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완주는 할 것 같나.

한백 : "한 주에 네 번 꼭! 연습을 해요. 저녁 6시 반부터 7시까지 우이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아요. 이틀은 누나랑 같이 하고요. 나머지 이틀은 삼촌이랑 같이해요."

해민 : "우이초등학교를 10바퀴 정도 돌아요. 아직은 한번에 다 못 돌고요. 8바퀴는 기본으로 뛰어요."

한백 : "(지지 않으려는 듯)저는 7바퀴는 단번에 뛰어요!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뛰고요. 조금씩 늘려갈 생각이에요. 헌데, 병이 삼촌이 불안한 표정이에요. 쉬다가 뛰고, 쉬다가 뛰면 완주할 꺼라 생각해요."

병이삼촌 : "처음부터 완주할 생각으로 뛰지 않아요. 많은 사람이 함께 하지만,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에요.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자기 호흡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 호흡에 맞춰 '자기속도'로 뛰는 것을 배웠으면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목표지점에 완주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지도하나.

병이삼촌 : "요즘은 마라톤 주법을 배우고 있어요. 머리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득득하는 거죠. 마라톤 뛸 때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고, 힘들 때 앞 사람 발을 보도록 합니다.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지면에 다 닿도록하고, 호흡법은 복식호흡으로 '칙칙폭폭' 하며 훈련해요. 뛰다 힘들면 가슴으로 깊게 호흡하는 법도 알려주고 있고, 시작할 땐 준비운동하고, 끝나고 나서 다음날 무리가 되지 않도록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해요."

 

-4․19혁명 기념 마라톤이라 4․19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4․19를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어리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해달라.

한백 :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해민 : "옛날에는 공원이 생각나서 좋은 것이라 생각했어요. 얼마 전에 방과후 배움터에서 배웠는데 이승만 대통령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묘지가 있는 곳이래요. 김주열이란 사람이 눈에 최루탄을 맞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처음 참여하는 마라톤인데, 어떤 마음을 가지고 뛰려하나.

해민 :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뛰려고요. 한국이 둘러 나뉘어져서 다른 나라가 얕보는 것 같고 기분도 안 좋아요."

한백 : "저도요. 지치더라도 끈기를 가지고 꼭 완주할 거예요!"

병이 :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뛰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려주고 싶어요. 완주하는 것도 좋지만 4․19정신처럼 불의에 대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야할 길을 우직히 가는 자세를 배웠으면 해요. 운동은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웰빙 바람'으로 마라톤 대회에 사람이 넘쳐나지만, 4․19기념 삼각산 우이령 마라톤대회는 '평화의 바람', '통일의 바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면 한다. 4·19혁명 때 민주화를 염원했던 학생들. 그들이 가졌던 희생정신, 의협심, 저항정신을 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숭고한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고 신나게 내달리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수동 마을신문(www.welife.org)에도 실렸습니다. 


태그:#4.19 , #마라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