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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지붕에 비닐을 혼자서 덮을 수 있을까?
그것도 40평 가까이 되는 넓은 지붕을..
사람들은 최소한 세 명이 붙들어야 한다고 했다.

혼자서 비닐 덮기 가능할까? 비닐을 덮는데 바람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날려버리기도 한다
혼자서 비닐 덮기 가능할까?비닐을 덮는데 바람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날려버리기도 한다 ⓒ 박건

며칠전부터 야외창고 지붕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닐과 차광막이 찢어져 비가 새고 흉한 꼴이 되고 말았다. 같은 농원에서 지은 건너쪽 작업장은 멀쩡한데, 3년도 안되어 이 렇게 되었으니 한심했다. 설비한 농원에 A/S를 요청했지만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폐업중이라며 오리발을 내민다. 일감을 구할 때는 쓸개까지 빼줄 듯 친절하다가도 뒷마무리가 안되는 업체들이 있다. 다른 곳에 알아봤더니 세 사람이 하루일 해야 한단다. 인건비만 36만 원이고 일손도 5월초가 되어야 난단다.

'비라도 오면 어쩌라구?'

내가 직접 해 볼 요량으로 지붕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하니만 못하다. 방범창에 로프를 묶어 지붕 위로 던졌다. 반대쪽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지붕에 얹힌 로프를 잡으려는데 순간 사다리가 접질리며 미끄러졌다. 어처구니 없게 지붕에 오르기도 전에 정갱이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아리는 정갱이를 예방주사 삼아 조심히 올라갔다. 긴장되어 다리가 덜덜 떨렸다. 차광막은 햇볕에 삭아서 갈갈이 찢어져 있었다. 처진 부분을 끌어 올리면 맥없이 찢어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것을 다 걷어내는 것도 막막했다. 그 속에 있는 비닐은 두 군데가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다. 먼저  찢어진 비닐을 테이프로 이어붙이고, 터지고 처진 차광막도 조심스럽게 끌어올려 테이프로 대충 고정시키고 내려왔다.

테이프로 땜질 해놓으니 전체적인 모양은 제 모습을 찾은 듯 보였다. 문제는 이 위에 새로운 비닐을 덮고 차광막을 다시 씌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첫 날 테이핑하면서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운동도 되고 감각도 살아나는 듯해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만했다.

이튿날 준비물을 챙기고 순서도를 적어보았다. 먼저 창고 바닥에 설치된 각목에 일정한 간격으로 못을 박았다. 나중에 여기에 비닐도 꽂고 차광막 끝자락을 걸어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제법 불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바람 잘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지붕에 새로 덮을 비닐뭉치를 가슴에 안은 채 지붕에 올랐다. 비닐 넓이가 150㎡나 된다. 지붕 가운데 걸쳐놓고 조심스럽게 들춰보았다. 글 써진 부분이 밖에서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설치하란다. 코팅면이 밖으로 나와야 방수가 되기 때문이다.

비닐 한쪽 끝을 잡고 바람부는 쪽으로 비닐을 펴갔다. 지붕은 공용 빗살처럼 쇠파이프로 설치되어 있다. 이 부분을 골라 밟지 않으면 자칫 직포를 뚫고 지붕속으로 빠질 수 있다. 낭창대며 곡예하듯 지붕끝으로 걸어갔다. 모서리에 자리잡고 있으니 세상이 탁트이고 시원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길 너머 밭에 사람들이 퇴비를 넣고, 흙을 엎고, 씨를 뿌리느라 바빴다. 비닐이 바람을 타고 지붕 전체로 퍼져 갔다.

'바람아 그만 자거라….'

접혀 있던 비닐이 펴지면서 거대하고 장엄하기까지 했다. 금세 비닐이 지붕 전체를 덮고 혼자서도 금세 끝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재빨리 뛰어내려 비닐 네 귀퉁이를 미리 쳐둔 바닥못에 걸었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서 귀퉁이가 찢어지고 날아가 버렸다. 이어서 다른 한쪽도 끊어지고 대책없이 펄럭거렸다. 다시 잡아 당겨 묶어도 그 때마다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 버렸다. 바람이 잘 때를 기다려 비닐을 지붕에 올려 덮어 씌우면 금세 열기구처럼 부풀어 오르며 날아가 버렸다.

'아! 그래서 세 사람이 필요하구나! '

적어도 세명이 비닐끝을 잡아야 한다는 게... 바람이 없다가도 비닐을 씌우기만 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기구처럼 날아가버리기 일쑤다.
적어도 세명이 비닐끝을 잡아야 한다는 게...바람이 없다가도 비닐을 씌우기만 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기구처럼 날아가버리기 일쑤다. ⓒ 박건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무엇인가 수가 있을 거다. 몇 차례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지만 사방에서 부는 바람을 이길 수 없었다. 혼자 비닐과 씨름하는 모습이 한심하고 딱했는 지 지붕위에서 앉아 있을 때 밭일하던 마을사람이 소리쳤다. 그러나 바람소리 탓에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반문을 했지만 와서 도와 줄 수도 없으면서 해보는 훈수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반나절을 비닐과 실갱이를 벌이다 보니 얼굴이 햇볕에 데이고 땀이 삐질거리며 솟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배도 고팠다. 

'쉬었다 하자'

아침겸 점심을 먹고, 선크림도 바르고,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주머니에 투명 테이프를 넣고 밖으로 나왔다. 매달아 둔 비닐은 한쪽 귀퉁이만 방범창에 매달려 물밖에 나온 생선처럼 펄떡였다. 저러다면 비닐이 찢어져 못쓰게 되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망가지면 공부한 셈 치자 위로했다. 다시 바람을 이용하여 비닐을 지붕에 덮고, 사방 귀퉁이를 방범창에 둘러 묶었다. 그리고 바람으로 부풀어 오르는 비닐 가장자리를 당겨 테이프로 붙여 나갔다. 그늘쪽에서 먼저 시작하니 일하기도 쉽고 순발력도 생겼다. 비닐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이 점점 줄면서 춤추던 비닐이 어느순간 얌전해지기 시작했다.

테이핑으로 하면 혼자 할 수 있다 해가 구름에 가리고 바람 자는 틈을 이용하여 테이프로 재빨리 숨통을 막듯 바람구멍을 붙여나가야 한다.
테이핑으로 하면 혼자 할 수 있다해가 구름에 가리고 바람 자는 틈을 이용하여 테이프로 재빨리 숨통을 막듯 바람구멍을 붙여나가야 한다. ⓒ 박건

해가 저물기 시작하자 바람도 죽고 비닐은 지붕으로 붙으면서 갑자기 평화로워졌다. 테이핑 작업은 가속이 붙고 드디어 비닐 가장자리를 창고 벽에 붙이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제서야 안심이되고 여유가 생겼다.

'혼자서도 되잖아!'

물론, 여러 사람이 있으면 더 간편하고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 구하기가 쉽지않고 돈을 쓰더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성가신 일이다. 이럴 때는 홀로 할 수밖에 없고. 못할 까닭도 없다. 차광막을 씌우는 일은 비닐 씌우기에 비하면 쉽다. 귀퉁이에 로프를 묶어 지붕너머로 던져 반대편에서 당겨 펴나가면 간단히 해결되었다. 그물로 된 가장자리는 고리처럼 되어 바닥에 쳐진 각목 못에 걸고 플라스틱 끈을 지붕 너머로 던져 가면서 단단하게 동여매면 된다.

차광막 씌우기 끈을 팽팽이 당기며 못에 걸어 마무리한다
차광막 씌우기끈을 팽팽이 당기며 못에 걸어 마무리한다 ⓒ 박건

들어간 비용
장수비닐 5m(펴면10m) * 15m 1개 = 30,000원
차광막 9 * 30 = 72,000원
끈 5000원 *2개 = 10,000원
투명테이프* 6개 = 6000원
못 2000원
합계 약120,000원
처음엔 얕보고 방심한 게 문제였다. 나중엔 포기할까 했지만, 되풀이하는 시련으로 요령이 생기고 바람의 성질을 알게 되었다. 테이프를 사람 입에 붙이거나 손목을 감으면 흉기가 되지만, 혼자서 비닐하우스를 보수하는 데 바람을 잡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혼자서 비닐하우스 보수하기#테이프#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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