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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불고 새가 울고...
▲ 한송이 모란이 피기 까지는 비바람 불고 새가 울고...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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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은 귀한데 모란꽃은 결코 흔하지 않다. 옛날부터 흔치 않아서 우리 누이와 어머니들이 수틀에 끼워서 수를 많이 놓던 꽃. 혼수품에는 빠지지 않던 꽃이다. 액자 속의 꽃이라서 너무 흔하지 않아서 귀한 모란, 흐드러지게 핀 모란을 새벽 산책길에서 만났다.

아니 겨우 내내 지나다니며 나는 모란이 피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꽃망울이 맺기 시작했지만 꽃이 만개하는 데는 시간이 너무 긴 모란. 그 모란꽃이 만개했다. 내 마음도 꽃이 만개했다.

그 찬란한 봄을 기둘릴테에요.
▲ 모란이 필 그 찬란한 봄을 기둘릴테에요.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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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처럼
▲ 한송이 모란처럼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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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은 선덕여왕의 설화로 유명한 꽃. 당 태종이 선덕 여왕에게 모란의 그림과 그 씨앗을 보낸 일이다. 선덕 여왕은 그림에 나비가 없음을 보고, 모란에는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 태종이 그 그림을 보내 온 까닭은 자신이 배우자가 없음을 놀리기 위함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 그러나 꽃이 만개한 모란에게 향기가 없다면 꽃을 다음해 피우지 못할 터이다. 다만 그 향기조차 귀해서 모란꽃은 귀한 꽃이 된 것 같다.

봄을 기둘리고 있어요. 모란이 필 그 봄을
▲ 나는 봄을 기둘리고 있어요. 모란이 필 그 봄을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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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같은 모란
▲ 붉은 입술 같은 모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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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은 맨드라미와 함께 '길화'로  대접받는다. 조선 시대에 학문과 벼슬에 뜻을 둔 사람의 서재에는 닭과 함께 많이 그려졌다고 한다. 이는 '관상가관'이라 하여 입신 출세를 위한 길상적, 상징적 표현 방법에서 엿보이듯이, 모란은 부귀와 공명을 바라는 뜻에서 수탉이 길게 우는 모습과 함께 그려졌다.

또한 '주돈이'의 글(애련설)에서 엿보이듯이,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고, 수탉은 공명을 상징한다. 우리나라 시인 중에 이 모란을 노래한 이는 많지만,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만큼은 또 모란을 '찬란한 슬픔'으로 표현한 시인은 없는 것이다.

봄을 기다리기까지
▲ 모란이 피는 봄을 기다리기까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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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무녀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했던가....
▲ 필 듯 말 듯 모란이 피기까지는 얼마나 기다려야 했던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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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는 1934년 <문학> 4월호에 발표된 시. 이 시에서 모란의 상징은 봄에 대한 기다림과 봄을 잃어버릴 허탈감으로 읽는다. 여기에서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구절은 매우 역설적이다.

'죽고 싶다'라는 말이 '살고 싶다'는 말의 역설처럼... 이 봄은 서산대사가 큰 의문에 부닥쳐 울증에 빠져 있다가, 낮닭의 홰 치는 소리에 확연한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단단했던 모란의 꽃망울 터지는 소리에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는 표현하기 힘든 깨우침을 주는 계절 같다. 김 영랑 시인의 시구처럼 뚝뚝 모란이 떨어져 자취가 없을 때, 나도 비로소 이 봄을 여읜 슬픔에 잠겨들리라.

꽃이 피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모란
▲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모란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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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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