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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르치는 아이 중에 초등학교 2학년인데도 글자를 깨우치지 못한 아이가 있었다.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으니 문제를 읽고 이해한 뒤  질문에서 요구하는 답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내가 수업에 가서 한 일은 백석의  <개구리 한솥밥>처럼 반복어가 많은 동화책과  권정생님의 <강아지 똥>같은 책을 읽어준 것이다. '똥'이라는 말이 나오는 책에서는 특히 '똥'을 강조해가며 읽어야 아이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달팽이 과학 동화처럼 곤충이 많이 등장하는 동화도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어떤 아이는  늘 같은 동화책을 지치지도 않고 반복해 읽어달라고 하기도 한다. 반복해서 책을 읽는 사이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 전체 내용을 통째로 외워 버린다.  그렇게 아이가 글자를 깨우쳤고 이제는 응용력이 필요한 문제까지 풀어낼 수 있게  된다.

 

사실 글자를 깨우치는데 반복만큼 좋은 학습은 없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처음부터 아이에게 꼭 붙어 앉아 들으라거나 같이 읽자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딴 짓하는데 혼자 꿋꿋하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딴 짓을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움켜 쥔 것이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만 한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임할지니...

 

유아용 그림동화 <냠냠 한글 가나다>에는 다양한 표정의 개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다리를 메고 열심히 길을 가던 개미들은 커다란 항아리를 발견한다. 항아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진 개미들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항아리 속을 탐험한다. 커다란 항아리 속에는 한글을 이루는 자음과 모음이 가득 들어있다. 개미들은 서로 사이좋게 글자들을 가지고 잔치 마당에 도착해 탑을 쌓은 뒤 신바람나게 논다.  

 

대표 정낙묵은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었다. 그런 그가 우리말과 글에 애정을 가지고 알리려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이문학"  봄호에 발표한  촛불에서  그의 생각을 들여다 보자.

 

도서출판 고인돌의  <생각>

 

촛불

우리나라에 농민 신문이 있다는 것 아는 분 많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농협에서 발행하는 농민 신문이 있습니다. 정부 기관지지요.

고인돌 출판사는 몇 년째 구독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농업이다, 돈 버는 축산업이다. 돈 버는 과일 농사다. 하우스 농사다

하는 농업 기사지만 행간을 읽어 보면, 그래도 지금의 조중동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래도 땀과 흙이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광화문과 시청에 촛불 싸움이 한참입니다.

우리가 그 촛불을 귀히 여기는 것은 그 가련함 때문입니다.

꺼질락말락하면서 심지를 태우는 그 여린 힘 때문입니다.

심지에 불꽃이 타는 이치는 사람살이나, 생명이 숨 쉬는 이치나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이 숨 쉬는 것이나 광우병 소나, 한우나, 사람이나

모든 생명체나 들 숨 날숨이 멈추면 숨집니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 바람결에 촛불이 꺼질락말락 종이컵 감싸고

청와대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외칩니다.

목숨들을 잔인하게 학대하지 말라고

광우병에 걸린 소를 수입하지 말라는 것은 드러난 현상입니다.

더 근본으로 돌아가면 광우병 소를 사육하는 미국의 반생명적인 경제구조에

반기를 든 것입니다.

광우병 소를 수입하면 우리는 씻을 수 없는 죄악을 미국 백악관과 같이 나누는 것입니다.

왜 우리가 뿌리지 않은 악업을 태평양 건너 먼 나라 미국과 함께 나눠야 합니까.

심지를 태우는 촛불은 업보를 태웁니다.

아름다운 인연을 맺기를 두 손 모아 비나리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남냠 한글 가나다/  정낙묵 글. 이제호 그림/ 도서출판 고인돌


냠냠 한글 가나다 - 한 번만 보면 술술 익히는, 초등 1학년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정낙묵 글, 이제호 그림, 이주영 감수, 고인돌(2009)


태그:#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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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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