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 노동시장의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반면, 실업자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실물부문 위축으로 인한 고용조정은 현재 초기 단계로서 향후 고용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노동부는 전망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09년 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3천 명 감소한 반면, 실업률은 3.6%(실업자 84만8천 명)로 10만 3천 명 증가하였다. 이에 정부는 '빈 일자리 고용알선대책' 등의 노력으로, 국내 실업자 증가인원 중 5% 정도는 외국인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유도하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 인력의 추가도입은 노동시장의 총량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분야에 따라서는 외국인력 수요가 일정수준 계속 존재한다는 현실 판단 아래 지난 3월 20일, 금년 외국인력 도입규모를 08년 도입규모의 1/3 수준인 3만4천 명으로 정하였다. 아울러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이주 노동자들에겐 숙식비를 공제하여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줄 수 있도록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발표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기숙사·주택 등 숙박시설과 하루 두 끼를 제공하면 올해 최저임금의 20%(한 달 18만원)까지 월급에서 삭감할 수 있어, 이주노동자의 급여는 월 90만4천원(주 44시간 노동 기준)에서 72만3200원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내국인 실업률을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강화하는 이율배반적인 정부 정책을 살펴보자면, 과연 노동부는 실업대책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장기적 안목의 외국인력 정책을 실시하고자 하는지, 외국인력 도입에 따른 사회 경제적 영향에 대한 고려를 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된다.
노동부의 실업대책과 외국인력 정책이 이율배반적이라 하는 이유는 이렇다. 고용주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해 어떻게든 낮은 임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한다. 그런데 내국인을 고용할 경우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해야 하는 반면,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최저임금 이하를 지급해도 된다고 하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저임금 노동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노동부가 의지를 갖고 실업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외국 인력 도입규모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최저임금 보장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에는 수혜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고용부담금'을 물리게 하는 것이 맞다. 그래야 인력 대체 현상이 완화되어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쟁력 없는 기업들에 대한 고용 조정이 원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내용을 노동부가 모르고 있을까? 그간의 외국인력 도입이 국내 인력부족 해소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외국인력 국내 체류에 따른 사회, 경제적 영향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고 한다면 궁색한 변명이다.
오히려 현 정부에는 '실업자를 위한 실업대책과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은 전혀 없고, 기업지원책만 있다 보니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정직한 답변일 것이다.
외국인력 도입 정책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마저 '보수적'으로 접근하기를 권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외국 인력을 쉽게 고용할 수 있는 관행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만 도입 논의는 신중하게 하되, 정부가 개입하여 들여 온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타당하다고 주장할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명목으로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까지 위반해 가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숙식비 공제 조항'을 넣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한다. 입으로는 서민대중을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자본에만 달라붙는 이율배반의 극치라고 지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