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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답초등학교 용답초등학교 정문
▲ 용답초등학교 용답초등학교 정문
ⓒ 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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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은 예쁘고, 2학년은 봐줄 만하고, 3학년은 참을 만하고, 4학년은 가르칠 만합니다. 수업태도에 있어 학년마다 변화가 있거든요. 매일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직업교사가 아니니, 만일 소란스러운 수업분위기를 잡지 못하면 그 날 수업도 힘들지만, 하루 수업이 끝나면 한 이틀 앓아눕기도 합니다.  어제와 오늘은 4학년을 가르쳤습니다. 고학년이라 저학년보다는 더 많은 내용을 배우지요.

용답초등학교 학생들은 해가 갈수록 수업분위기가 더 진지하군요. 질문과 잡담을 구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행하는 수업은 계속 교육자가 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전체 약 640명을 7일 동안 교육했는데도 제 목소리가 괜찮습니다. 수업을 진행할 때 학생들이 크게 소란스러운 분위기는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죠. 4학년은 4년째 저와 만나고 있습니다.

어제 수업을 끝낸 후 집에 왔는데, 오후 6시쯤 4학년 밤톨이 친구 엄마 전화를 받았습니다.
"언니. 오늘 00이가 구강보건교육 받았다고 저에게 이야기를 해 주네요. 이를 닦다가 잇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은 평소에 그 부분을 잘 닦지 못했기 때문에 염증이 생겨서 그러니까 그 부분을 다른 곳보다 열 번 더 닦아야 한다고 하네요. 오늘 수고하셨어요."

치아의 뿌리가 들어있는 잇몸부분을 칫솔로 쓸고 내려오다가 치아와 잇몸경계부위에서 살짝 칫솔에 힘을 주고 손목을 돌려주면, 치아와 치아사이, 잇몸과 치아사이까지 닦을 수가 있습니다. 잘 닦으면 평소 그 부분에 염증이 있는 사람은 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치주병(잇몸병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기도 하죠.) 2단계라고 합니다. 밤톨이 친구 00이는 그 이야기를 엄마에게 들려주었군요. 혹시나 하고 밤톨이 알림장을 검사하니, 그 날 선생님이 내 주신 알림장에는 구강보건교육 내용 부모님께 설명하기와, 그 내용으로 일기쓰기가 있군요.

4학년 구강보건교육시간 치주병(잇몸병) 1단계, 2단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닦을 때 나오는 피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요?
▲ 4학년 구강보건교육시간 치주병(잇몸병) 1단계, 2단계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닦을 때 나오는 피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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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 동네 학부모님들, 아이들을 통해서 구강보건교육을 덩달아 받으셨군요. 초등학생들도 잇솔질 실습을 할 때 보면 침 속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잘 닦고, 단 것을 많이 안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4학년 아이들은 이제 제가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실습시간에는 칫솔이 자신의 잇몸과 치아의 어느 부분을 쓸고 지나가는지 느끼는 것을 얼굴 표정으로 읽곤 합니다.

학부모님들은 초등학생들은 제발 어린이용 칫솔을 준비해서 이를 닦으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입은 작은데, 어른용 큰 칫솔이 입 속에 잘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송곳니 부분과 앞니 부분은, 큰 칫솔로는 치아사이사이를 닦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이제 11세인 아이에게 20세가 입는 옷을 입혀 놓고, 왜 옷을 제대로 못 입느냐고 하는 것과 같지요. 아이 턱과 어울리는 칫솔을 골라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일 어른이 턱과 치아가 너무 작다면 어린이용 칫솔로 닦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거든요.)

학교 다녀 온 밤톨이가 한마디 합니다.
"엄마 오늘 급식 시간 후에 화장실에 이 닦으러 온 아이들이 바글바글 했어. 그런데 맨 날 교육 받은 그 주에만 그래. 점 점 줄어들어서 나중에는 나랑 몇 몇 아이들만 남아. 선생님들은 만날 닦으시는데."

충치(치아우식증)와 치주병(잇몸병)으로부터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 관리하는 방법과 이 닦는 방법. 두 달 지나면 잊어버려도 모든 아이들이 다 잊어버리지는 않겠지요. <2880> 28개의 치아를 80세 이상까지. 치약이름보다 목표를 더 높게 가지라고 이야기 했는데, 아이들이 언제까지 그 목표를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을까요?  저는 현재 30개의 치아를 보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도 영구치가 나올 때까지 유치보존을 잘 하고 있고요. 새로 나온 영구치는 여러 가지 예방법을 통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치과 가는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똘망이: "나는 치과 가는 것이 좋아. 무서운 것은 엄마야. 너 이렇게 관리해서 치과위생사 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니? 치료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니?  등등 엄마가 하는 말이 더 무서워."
밤톨이(현재 충치(치아우식증)가 하나도 없습니다.): "치과 가는 것 재미있어. 선생님들도 친절하고."
똘망이와 밤톨이는 앞으로도 치과 가는 것이 두렵거나 괴롭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을 저런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집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다니고 있습니다. 불소도포도 하고, 치아 홈 메우기도 해 줍니다. 간혹 똘망이에게서 충치(치아우식증)가 생기기도 하지만 정도가 약해서 하루에 치료가 끝나며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구강건강을 지키려면 역시 부모님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저소득층 일수록,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치과에 아프지 않아도 정기검진을 가야 비용이 덜 들면서 구강건강도 유지할 텐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되었지요?

4학년 아이들의 의젓한 수업태도는 제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외부강사 시간에 이 정도면 선생님들 수업 시간은 더 의젓하겠지요.) 체력이 달리다보니 수업 진행하는 것이 가끔 힘겨울 때가 있거든요. 4학년 아이들은 학급에서 수업 참여가 힘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감싸주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고 그 친구에게 지적을 하면 이구동성으로 소리칩니다. "그 친구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요." 소음을 내어 다른 친구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살짝 야단을 치면, 담임선생님은 수업이 끝난 후 그 친구를 엄마처럼 보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감싸줍니다. 상태를 잘 몰랐던 제가 마음이 뭉클해지는 거죠.

땀나고 목은 아파도, 그런 아이들 모습은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게 만듭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 내 년에도 교육을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요. 치과위생사에게 받는 구강보건교육. 그 교육으로, 모두 다 우리 집 아이들처럼 치과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했으면 합니다.


#용답초등학교#치과위생사#치주병#구강보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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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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