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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오전 12시, 고려대 LG-포스코 경영관 4층에는 범상치 않는 패션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든다. 일반인들이 소화하기 힘든 톡톡 튀는 옷차림으로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학생들. 이들은 바로 대학생 최초로 패션 잡지를 창간한 르데뷰(Ledebut) 기자들이다. (http://www.kuledebut.com)

르데뷰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장은하(22·고려대학교)씨는 그 당찬 도전의 중심에 서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장씨가 처음 '대학생 패션잡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생과 패션을 한데 묶어 표현할 그 무엇이 없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르데뷰를 창간한 편집장 장은하(22.고려대학교)씨
르데뷰를 창간한 편집장 장은하(22.고려대학교)씨 ⓒ 장은하

결국 고민 끝에 그는 스스로 패션 잡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르데뷰의 창간 목적에 대해 장은하씨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학생, 패션 하면 떠오르는 뭔가가 없어서 그걸 대표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결국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패션지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대학생 주체로 패션에 데뷔하다'는 뜻을 담은 르데뷰를 창간하게 되었어요. 대학생들과 패션에 대해서 자유롭고 소통하고 싶어서요."

당찬 꿈을 안은 르데뷰는 2008년 10월, 계간지로 창간되었다. 대학생이 최초로 창간한 패션 잡지에 대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울 소재 각 대학들에 <르데뷰>가 배포되는 날이면 잡지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금방 동이 났다. 대학생 독자들이 전한 '흥미롭다' '재밌다'는 반응은 르데뷰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고려대, 홍익대, 서경대, 서울대 등, 패션을 사랑하는 25명의 대학생들은 주말의 여유를 반납하고 기획 기사 회의에 열을 올린다. 처음에는 고려대 학생 5명으로 시작한 르데뷰, 하지만 2009년 4월 <르데뷰>는 서울 각 대학생 25명이 모인 명실상부한 '대학생 최초의 패션 잡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대학생들의 굵은 땀방울을 머금으며 르데뷰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세 번째 발행을 끝낸 <르데뷰>의 매 호 발행 부수는 1만 5천 부에 달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 카피에 빗대어, '대학생은 <르데뷰>를 읽는다'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의 인기다. 하지만 이 화제의 주인공들은 아직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2만부, 3만부가 목표라고 말하는 그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뛰고 있다.

<르데뷰>의 인기 요인? 실속 위주의 패션 정보 제공

 르데뷰에서 다룬 '불황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파격적인 소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르데뷰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르데뷰에서 다룬 '불황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파격적인 소재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르데뷰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 곽진성

그런데 문득 궁금하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르데뷰>가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종석(27·고려대)씨가 기존 패션잡지와는 다른 <르데뷰>만의 장점에 대해서 말해준다.

"유명 패션 잡지들이 주로 명품들만 다루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실속 위주로 값싸고 좋은 패션 의상에 대해 소개글을 써요. 좋은 인터넷 쇼핑몰을 알리는 것이 그 한 예죠. 대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인기를 끄는 이유인 것 같아요."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패션잡지 르데뷰가 갖는 특별함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패션잡지 르데뷰가 갖는 특별함이다. ⓒ 곽진성
젊은이들의 구미에 맞춘 패션 정보가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가격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무가지에다가, 대학생들의 시선을 끄는 소재를 끄집어낸 것이 <르데뷰>의 인기에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

'레깅스 입는 남자' '콧수염 기르는 남자의 매력' '불황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 <르데뷰>에서 다룬 소재들은 흥미롭다 못해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르데뷰>가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를 기사에 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결과였다. 패션 회사 어시스턴트를 경험한 김진용(26·연세대학교)씨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의사 개진을 할 수 있는 것이 <르데뷰>의 특별함이라고 말한다.

"제가 어시스턴트로 일했던 곳에서는 일방적으로 의견을 듣고 수동적으로만 움직였는데, 이곳은 대학생들끼리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내고 토론하며 이를 바탕으로 잡지를 내 특별해요. 덕분에 좋은 소재들도 많이 나오고요." 

아트, 패션, 피처, 홍보팀을 두고 있는 <르데뷰>, 회의 때가 되면 각 팀별로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된다. 선후배할 것 없이 열린 토론이 이어지기 때문에 원활한 의사소통과 누구 하나 빠짐 없는 참여가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자신들이 직접 제작하는 패션 잡지 <르데뷰>에 대한 그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김민진(21)씨는 그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아직 저희만의 스타일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서서히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더욱 노력해서 대학생인 우리들만의 독창적인 색을 갖는 패션 잡지 <르데뷰>를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르데뷰> 많이 사랑해주세요."

불가능, 열정으로 뚫다

 대학생이 창간한 최초 패션잡지 르데뷰를 만드는 사람들
대학생이 창간한 최초 패션잡지 르데뷰를 만드는 사람들 ⓒ 곽진성

물론 <르데뷰>가 이렇게 주목을 끌기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생이 만들어서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떨쳐버리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광고를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원활한 창간, 발행을 위해서는 기업들로부터 광고를 따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대학생들의 열정만을 믿고 광고를 건네줄 기업은 없었다. 편집장인 장은하씨가 당시 어려웠던 상황에 대해 말해준다.

"(창간할 때) 200군데 정도의 기업에 광고 문의를 했는데 단 한 곳도 연락이 오지 않았어요. 우리 잡지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다른 패션잡지 광고의 반값이라는 제안을 해도 별 소용이 없었죠. 기업측 사람의 답변은 한결같이 '완성된 잡지를 가지고 오라'였어요." 

 기획 회의에 임하는 르데뷰 기자. 매우 진지하다.
기획 회의에 임하는 르데뷰 기자. 매우 진지하다. ⓒ 곽진성
하지만 그 어려웠던 순간, 남들은 불가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그 시련을, <르데뷰>는 열정으로 뚫었다. 포기하지 않고 기업측 사람들에게 <르데뷰>가 가지는 장점에 대해 설명했고, 전화, 이메일을 가리지 않고 연락을 이어 나갔다.

그 결과 2건의 의미 있는 광고를 따낼 수 있었다. 그 중, 첫 광고 수주는 장은하(편집장)씨의 역할이 컸다. 대학 초년 시절 장씨는 역도부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첫 광고를 승인해 준 사람이 바로 역도부 선배 출신이었던 것이다. 

"대학 초년 시절,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여러 일을 했어요(웃음). 역도부에 들었던 것도 그 중 하나였죠. 하지만 당시 친구들은 여자가 웬 역도부냐고 의아해 했죠. 성공에 별 필요도 없고, 도움도 안될텐데라는 말도 많았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무엇을 하든 쓸모 없는 일은 없어요. 모든 경험은 다 자신한테 도움이 되니까요. 제가 광고 수주로 어려워할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준 것은, 남들이 의아해 하던 역도부, 바로 그 역도부의 선배님이셨거든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르데뷰>의 첫 창간호가 만들어졌다. 열정으로 첫 광고를 뚫은 <르데뷰>는 창간호가 나오면서부터 기업들에 대학생들의 특성에 잘 맞는 패션 잡지로 알려지게 됐고 이후 광고 수주는 한결 쉬워졌다. 이제는 먼저 <르데뷰>를 알아보고 큰 기업 쪽에서 광고 제의가 온다고 말하는 장씨. 아름드리 모은 광고비는 더 나은 잡지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르데뷰>가 특별한 이유

 모델도 사진가도 모두 대학생들이다.
모델도 사진가도 모두 대학생들이다. ⓒ 르데뷰

 대학생 모델. 르데뷰는 사진가는 물론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도 모두 대학생이다.
대학생 모델. 르데뷰는 사진가는 물론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도 모두 대학생이다. ⓒ 르데뷰

기성 패션 잡지에 비해 <르데뷰>가 특별한 이유, 바로 패션 잡지 화보 촬영에 참여하는 모델이나 사진가가 모두 대학생이라는 점이다.

물론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로 대학생이다. 모델은 주로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사진은 사진학과 학생들이 맡는다. 스타일, 메이크업, 헤어도 관련 학과 학생들이 도맡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에게 주는 보수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대학생이기에 '무보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하는 대학생들의 자세는 여느 기성 잡지의 모델, 사진가 못지않게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르데뷰> 네 번째 호 제작에는 '청춘을 찍는 뉴요커'의 주인공 김수린(22·파슨스 대학교)씨가 패션화보 사진가로 참여해 힘을 실을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꿈 있는 대학생 사진가와 대학생 모델이 만들어내는 <르데뷰> 잡지는 '참신하고 도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치 그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젊음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 <르데뷰> 패션스타일에디터인 허주미(24·고려대)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보수지만 화보 촬영에 임하는 대학생들의 자세는 진지하답니다. 우리 대학생들 손으로  만들어내는 패션 잡지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앞으로도 기성 패션 잡지에 버금가는 멋진 잡지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이렇듯 대학생 최초의 패션잡지 <르데뷰>에는 돈보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현우(23·고려대학교)씨가 그것에 대해 말해준다. 바로 젊음의 도전이다.

 르데뷰가 특별한 이유는 패션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 모두가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는 없다. 활짝 웃는 그들처럼, 르데뷰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르데뷰가 특별한 이유는 패션 잡지를 만드는 구성원 모두가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는 없다. 활짝 웃는 그들처럼, 르데뷰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 곽진성

"내 이름을 걸고 패션 기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기회잖아요. 아직 대학생이라 어려운 점도 있지만 직접 발로 뛰며 패션 기사를 완성하다 보면 그보다 더한 즐거움은 없죠. 대학생인 <르데뷰> 기자들은 대부분 미래의 꿈이 패션과 관련된 사람들이에요. 그렇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요. 패션이란 꿈을 향해 뛰어야죠. 미래보다는 현재를 열심히 살고 싶은 젊은이들이니까요."

대학생이 최초로 창간한 <르데뷰>, '대학생들을 위한 패션잡지'를 목표로 잡은 <르데뷰> 기자들의 도전이 빛나고 있었다.


#르데뷰#장은하#패션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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