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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서울 강남·서초 제쳤다... 수능 성적 앞선 이유", "'전북 교육계, 수능성적 하위권에 '당황'", "충남지역은 또 한번 큰 충격", "서울 예견된 몰락... 전주 준비된 약진", "수능성적 첫 공개...광주 1위", "지역간 성적 격차, 평준화 지역에서도 큰 차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 안병만)가 최초로 수능성적을 공개 후 언론의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그런데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임실의 기적", "강원교육의 힘", "강원도 산골 영월, 강남을 이겼다.", "서울 전국 최하위권 충격" 등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었을 때의 언론반응과 거의 유사하다.

그러면서 지역별 학력 수준의 차이가 확인되었고, 평준화 지역에서도 성적 차이가 나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평준화 체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똑같다. 그들은 순위를 매겨 줄 세우는 것 외에는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고, 원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제대로 된 분석을 내놓지 못한다.

그러다 얼마 안가 '임실의 기적'은 조작임이 드러났고 전국적으로 두달 동안 1만 7천여명이 재채점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교육청에서 오류가 발생하였으며, 건수로는 전체의 32%인 1만 7천건의 오류가 드러났고, 900만장의 답안지 가운데 7.2%인 65만장의 답안지가 유실되었음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개망신을 당한 것이다.

교과부의 엉터리 해석, 수능 상위 비율은 광역시가 군의 2.8배

교과부는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 재채점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에도 그 때와 똑같은 실수를 의도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서 임실의 기적을 칭송하던 것과 똑같이 이번에는 장성과 거창을 예로 들며 농어촌 학교도 공부 잘하는 곳이 있다고 떠들었다. 강원도의 시단위 지역들과 전남의 군단위 지역들이 전국 20위 안에 들었다고 거든다.

언뜻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할 때, 각 과목별로 1~4등급 비율이 높은 순으로 전국 20위 안에 드는 지역을 보면 서울 서초, 강남, 부산 연제, 해운대, 대구 수성구 등 대도시 지역뿐 아니라 전남 장성, 경남 거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수능성적이 상위 20위에 속하는 지역 분포에 있어, 도단위의 군 지역에 비해 광역시 단위의 구 지역이 3배 가까이 비율이 높다. 이런 현실을 교과부와 보수언론은 장성과 거창으로 덮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수능성적이 상위 20위에 속하는 지역 분포에 있어, 도단위의 군 지역에 비해 광역시 단위의 구 지역이 3배 가까이 비율이 높다. 이런 현실을 교과부와 보수언론은 장성과 거창으로 덮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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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전국에 234개의 시군구가 있는데, 광역시에 69개 구, 도단위에 77개 시와 88개 군이 있다. 비율로 따지면 구가 29.5%, 시가 32.9%, 군이 37.6%이다. 그런데 언어, 수리가, 수리나, 영어의 상위 20위에 속하는 시군구의 분포를 보면, 광역시 구가 33개로 41.3%이고, 시단위가 32개로 40.8%인데, 군단위가 15개로 전체의 18.8%밖에 안 된다.

이를 상대적인 비율로 환산하면, 29.5%인 광역시의 구가 수능우수지역의 41.%를 차지하여 상대 비율이 139.9%이고, 시는 32.9%가 40.8%를 차지하여 상대비율이 121.6%인데 반하여, 37.6%로 가장 많은 군 지역은 수능 20위 지역의 18.8%를 차지하여 상대비율이 49.9%이다.

즉, 1~4등급 성적 우수자 비율을 군단위의 수능우수지역 비율을 '1'로 하여 계산해 보면, 시단위는 우수자 비율이 2.4배, 광역시 구 단위는 2.8배가 나온다. 교과부는 이런 결과를 감추고 군단위 농어촌 지역 학생들도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결과를 알게 된 학부모들이 서울로 이사를 하겠다고 하면 교과부는 이를 무슨 근거로 설득할 수 있을까?

착시현상! 의왕, 김포, 동두천, 가평군의 허상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거의 꼴찌로 나타나 체면을 구겼던 경기도가 이번 수능 결과 발표에는 신이 났다. 수능성적 향상도를 기준으로 하여 2005년보다 월등하게 성적이 많이 향상된 지역에 경기도의 의왕시, 김포시, 동두천시, 가평군 등이 포함되었고 전체적으로도 성적이 올랐다는 것이다. 경기교육청은 이를 경기 교육의 힘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9월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학입학 수능과 학업 성취도 평가 원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9월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서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학입학 수능과 학업 성취도 평가 원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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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 지역이 수능성적이 향상된 것은 경기도 교육청이나 지역 교육청이 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특목고가 생겨서 다른 시군의 우수학생들이 진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의왕에는 명지외고가, 김포에는 김포외고가, 동두천에는 동두천외고가, 가평군에는 국제고가 생긴 것 때문에 일어난 '착시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서울의 서초 강남, 부산의 해운대구, 대구 수성구 등이 수능 성적이 높은 것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장성군과 거창군, 횡성군 등의 시골 지역의 높은 성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장성군은 일반고가 하나밖에 없으며, 그나마 비평준화로 인근의 목포, 순천, 멀리는 광주에서까지 이 학교에 입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를 장성군의 효과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장성고의 효과라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거창군 역시 이전부터 비평준화 지역으로 경남, 멀리는 대구,경북에서까지 입학을 하던 지역이었으며 최근에는 자율학교로 지정되어 전국에서 우수학생들을 입학시키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은 민족사관고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부산 연제구와 해운대구는 국제고나 부산외고, 자립형사립고인 해운대고가 있는 곳이니 여기 역시 특목고나 자사고의 영향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즉, 이들 지역의 수능 성적이 높은 것은 지역효과나 학교효과가 아니라 학생효과, 즉 원래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입학해서 수능시험 잘 본 결과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선발효과'이다.

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수능 성적은 일치하지 않을까?

교과부는 이번 수능성적 공개와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의 목적을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학력 차이의 원인을 파악하여 공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확한 지역간 격차를 확인해야 그 결과를 지원 대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만약 이런 지역적인 성적 차이가 지역효과, 즉 그 지역의 교육청이 잘하고, 그 지역의 학교가 잘해서 나타난 것이라면 수능성적 분포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일치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과연 그럴까?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전남 장성과 경남 거창, 강원 횡성을 찾아보자. 전남 장성군의 중학생들이 장성군의 고등학교에 입학했다는 것을 가정하여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중학교 3학년 보통이상학력(우수학생) 비율을 비교해 보자.

 우수사례로 이야기되는 장성, 거창, 횡성군의 수능성적과 학업성취도 결과는 완전히 불일치하고 있다. 결국 지역효과나 학교 효과가 아니라 학생효과-선발효과라는 의미이다.
 우수사례로 이야기되는 장성, 거창, 횡성군의 수능성적과 학업성취도 결과는 완전히 불일치하고 있다. 결국 지역효과나 학교 효과가 아니라 학생효과-선발효과라는 의미이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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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의 중3 보통학력이상 학생의 비율은 국어가 60.9%로 전국 180개 지역교육청 중에서 62위로 그저 그런 성적이다. 수리가의 경우 수능에서는 전국 1위를 했는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180개 중에서 118위를 했다. 외국어도 87위로 중위권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전국 234개 시군구 중에서 수학은 1위이고, 언어는 16위란다.

경남 거창도 장성과 비슷하다. 거창군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국어의 보통학력이상 학생 비율은 56%로 전국 106위인데 수능에서는 언어가 전국 8위이다. 수학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44.6%로 전국 106위인데 수능에서는 수리나가 전국4위이다. 영어 역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49.8%로 전국 180개중 147위로 최하위권인데 수능에서는 전국 9위에 최상위권에 들어갔다. 도저히 3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라고는 믿을 수 없는 변화이다.

같은 학생이라면 일반적으로 중3학생들의 성적과 고3학생의 성적은 통계학적으로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위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 중3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고3학생들의 수능 성적 사이에는 거의 상관 관계가 없다. 특히, 우수 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지역일수록 상관관계가 떨어진다.

이는 전남 장성이나 경남 거창, 강원 횡성 등 우수 사례라고 이야기되는 지역의 성적이 학교 효과 때문이 아니라 학생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들 지역에서도 중3이 같은 지역의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그 학교의 시스템이 훌륭해서, 또는 그 지역 교육청이 열성을 다해서 성적이 향상된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원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대거 입학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결코 우수 사례라고, 시골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학생들과 교사들, 학교에 책임을 떠넘 길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이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될 때도, 서울대학교 입학생 숫자가 공개될 때도 교육당국과 보수언론이 빠뜨리지 않고 내놓는 메뉴가 있다. 바로 전교조 조합원 수와의 상관관계이다. 교육당국이나 보수언론은 거의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몇 개의 사례를 일반화하여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 전교조가 상관관계가 없다는 자료를 내놓아도 그들은 정정보도를 하거나 해명을 실어주지 않는다. 전형적인 아님 말고 식의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런데 이번 수능 성적이 공개되면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교육당국이나 보수 언론 어디에서도 전교조 조합원 수와 수능 성적의 관계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들여다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수능성적 공개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낸 것으로 알려진 광주와 제주도, 그리고 장성을 비롯하여 해남, 순천, 곡성 등 모범사례로 이야기되는 지역들이 많은 전남 지역의 전교조 조합원 수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다. 교육당국과 보수언론의 바람대로라면 전교조 조합원 비율이 가장 낮은 경기도가 1등을 해야 하겠지만 전국 7위로 겨우 체면 유지를 하는 정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교과부와 보수언론이 가장 싫어하는 전교조에 대한 공격의 명분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평준화에 대한 무지가 만든 비극

교과부의 흘러간 레퍼토리로 또 반복하는 메뉴가 평준화에 대한 공격이다. 이번에도 비평준화 지역뿐 아니라 평준화 지역 학교간에도 성적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반복 주장하고 있다.

평준화란 그 지역에 속하는 모든 학교에 성적이 똑같도록 학생들을 배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평준화 지역이지만 강남구에 입학하는 학생과 강북구에 입학하는 학생의 성적이 애초부터 똑같고 결과도 똑같을 것이라고 한다면 교육 할 필요가 없고, 학교의 필요성도 없다는 의미이다. 평준화란 학교마다 성적이 똑같은 아이들이 입학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입학시험을 치지 않고, 성적에 따라서 가려 뽑지 않고 입학한다는 의미이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9월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대학입학 수능과 학업 성취도 평가 원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9월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전체회의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대학입학 수능과 학업 성취도 평가 원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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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능성적 공개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수능 성적이 우수하다고 이야기되는 지역의 대부분이 평준화 지역이다. 가장 성적이 높다는 광주와 제주를 비롯하여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가 모두 평준화 지역이고, 도 단위의 군 지역은 몇 몇을 제외하고는 원래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폭이 많지 않아 실질적으로 평준화 비평준화가 의미 없는 지역이 많다.

따라서 이번 수능성적 결과를 근거로 학교간 성적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평준화를 해체해야 한다거나 고교등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다.

수능 성적이 공개되자 지역교육청만 난리가 났다.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시도교육청은 만면에 희색을 띄면서 자신들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성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교육청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교과부의 수능 성적 결과에 대한 언론 보도에는 교육청만 있지 학생도, 교사도 없다. 아전인수식 해석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번 수능 성적으로 얻어진 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교과부가 공개도 제멋대로 하더니 해석도 제멋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지역적 서열만 확인되었고, 그로 인해 교과부와 보수언론의 평준화 해체와 고교 서열화 확대를 위한 그들끼리의 명분만 확인하고, 앞으로 학교별, 학생별 서열 공개로 나아갈 전초기지를 마련했다는 비교육적 의미만 있을 뿐이다. 여전히 교과부와 교육청, 언론의 교육관련 보도에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 없다.


#수능성적 공개#학업성취도 평가#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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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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