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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벚꽃이 도심 속 거리를 온통 하얀색 물감으로 물들여 놓은 듯 화사하게 피어있고, 간간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기라도 하면 마음이 왠지 들뜨고 설렌다.

 

잡아당기듯 유혹하는 벚꽃의 강한 유혹에 내 의지와는 달리 날짜, 시간, 장소가 이미 뇌에 저장되어 버렸고 결국엔…….

 

'그래, 한 번 가보자! 채영엄마, 아이들 데리고 벚꽃구경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집사람의 음성 '아가들, 아빠가 벚꽃구경 가신데~' 좋아라 요리저리 뛰는 아이들을 챙겨 인천대공원 벚꽃축제를 보기위해 출발했다.

 

가는 길이 험난해도 말이다……. '뉴스에 꽃놀이 인파 때문에 길이 막힌단다.'


인천대공원에 도착해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한껏 들떠있는 가족과 함께 만수동(인천대공원 근처)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차의 흐름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커브길이라 앞이 보이지 않아 신호 때문에 막힌 것이라 생각을 하고 있는데, 출발하면서 들은 라디오뉴스 내용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전국적으로 꽃놀이 차량 때문에 고속도로, 행사장주변이 혼잡하고, 차량이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즐거워하는 가족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막히는 거 아냐? 제발 막히지 말아야 하는데…….' 직선도로로 접어들면서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있어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는 이미 주차(불법주차)장이 되어있었고, 가는 것을 포기 했는지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U턴을 해 돌아가는 차량도 눈에 많이 띄었다.
 
'고생길 활짝 열렸구나! 언제가나?' 긴 한숨 내쉬면서 가족들 얼굴을 힐끗 쳐다보았다. 말은 안했지만 집사람도 걱정하는 눈빛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고픔에 아이들도 지쳐갔고, 아무 말 없는 집사람에게 미안해 마음만 조급해 졌다. 40여 분가량 차량에 묻혀 조금씩 밀려들어가다가 이 길을 포기, U턴을 해서 만수동에서 인천대공원 가는 또 하나의 길 '보세이길'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만수주공아파트를 경유해서 '보이세길'로 돌아섰지만 차 밀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차를 가지고 간다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아 주차를 하고 걷는 방법을 택했다. 그나마 '보이세길' 에서는 인천대공원이 눈앞에 있고,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걷는 사람들이 많아 그 대열에 끼어 꼬맹이들과 함께 30여 분을 걸어 어렵게 인천대공원에 도착했다.
 
정문을 통과해 바라본 인천대공원, 아름다운 벚꽃과 봄꽃이 아니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공원을 꽉 채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다니며 꽃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꽃구경을 다하면 뭘 하지? 하는 괜한 걱정이 또 앞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나, 고픈 배를 추스르고, 걷다가 힘들면 쉬려고 돗자리를 구입하기 위해 매점을 찾았다. '돗자리 하나 주세요, 돗자리 다 팔려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돗자리 준비 안 해오셨으면 돗자리 사기 힘들 거예요.' 그랬다. 장수공원을 벚꽃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나무그늘, 잔디,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는 공간에는 '틈'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돗자리가 있어도 앉을 자리가 없어 보이기까지 했다. 몇 곳을 더 들려 봤지만 역시 돗자리를 살 수 없었다. 돗자리구입 포기.
 
예상하고 찾아온 고생길, 재미있게 놀다가 가면되지……. 구경하다 힘들면 아무데나 잠깐 앉아서 쉬면되지 뭐……. 배도 부르겠다. "꼬맹이들, 엄마 아빠 놓치지 말고, 손 꼭 잡고 잘 따라와야 해……." 출발!



인천대공원 입구부터 벚꽃이 만개한 거리까지 가는 길은 즐겁고, 멀기만 했다
 
화려한 꽃이 활짝 핀 꽃동산에는 튤립 등 빨강, 노랑, 흰색의 원색 꽃과 진한 향기가 지나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시선을 빼앗아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넌 왜 그렇게 예쁜 거야'하고 꽃에게 속삭이는 듯하고, 꽃속에 묻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모습을 통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란 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또한 수목원 가는 길목 한편, 꽃밭에 둘러싸여있는 분수대에서는 봄볕답지 않게 따가운 날씨로 인해 지쳐있는 사람들을 위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물보라를 일으켰고, 물보라가 봄바람에 실려 얼굴에 부딪칠 때마다 느껴지는 촉감은 시원함을 전해주었다.



인천대공원 야외음악당 특설무대 주변 부스에서는 '체험참여프로그램'을 열어 벚꽃축제 및 인천대공원을 찾은 모든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부스는 '체험. 참여 존(Zone)' "벚꽃페이스페인팅, 벚꽃네일아트, 메이크업 시연, 커리컬처, 삐애로와 아트풍선" 과 '포토 존(Zone)' "포스터주인공이되어, 사진 찍기" 으로 나누어져있었고, 각 부스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남녀노소 구분 없이 길게 줄을 서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고려수지침 무료봉사팀"이 인천대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건강상담 및 수지침 시술을 해주고 있었다. 시술을 받는 어르신이나, 봉사를 하는 분들 상호간에 만족해하는 격려와 감사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꽃을 보는 기쁨에 하나 더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돌고 돌아 벚꽃이 만개한 도로에 도착을 했다
 
그곳엔 사람이 더 많아 벚꽃의 아름다움보다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벚꽃 길을 가득메운 사람들의 시선은 키 높이 위에 있는 벚꽃에 머물러 있고, 입가엔 벚꽃의 화려함에 취해 행복한 웃음이 흐르고 있었다.
 
또한 활짝 핀 벚꽃이 하늘을 덮고 봄볕을 가려줘 발걸음 멈추는 곳이 안락한 휴식처가 되었고, 그곳에서 벚꽃과 벗을 삼아 삶의 시름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와 활력을 재충전 하는 듯 했다. 탄력을 받은 때문일까? 벚꽃 길 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소중한 순간을 담기위해 저마다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해가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그렇게 맑은 공기, 산속 풍경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만개한 벚꽃을 보면서 걷는 즐거움과 봄냄새 가득한 숲속, 꽃향기 가득한 공원에 머무는 동안 어느새 피곤함도 잊고,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듯 해 한결 기분이 좋아졌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흰 눈 내리듯 떨어지는 벚꽃 잎은 우리 곁을 지나는 봄이 작별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했다.
 
아름다운 즐거움이 머무르는 거리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면서 걷고 있는데, 이들 사이를 위험하게 달리고 있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가 눈에 거슬렸다. 이들 또한 벚꽃을 보면서 달리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해 보였다.
 
축제 등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좀 불편하더라도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 등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과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꼬맹이들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곯아 떨어졌다. 나와 아내 역시 피곤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여행길이어서 만족한 하루였다.
 
발걸음도 가벼워지고,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 기분 좋은 이 느낌은 가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혜가 아니가 싶다. 4월의 봄이 가기 전에 벚꽃 세상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인천대공원의 벚꽃축제는 4월 18일, 19일까지 이어지고, 참여하고 체험해보는 부대행사도 알차게 준비될 것으로 안다. 그밖에 인천에는 벚꽃이 유명한 공원들이 있다.
 
인천월미공원, 자유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두 공원의 특징은 바다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탁 트인 바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산이 연출하는 벚꽃들의 매력에 한 번 빠져 보기를 권한다.
 
찾아오는 길: 월미공원, 자유공원
경인전철이용 - 인천역하차(종점) *인천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 자유공원(차량, 도보)* - 시내버스이용(2.23.45.720번) - 인천항8부두를 지나 - 월미공원에 도착.
 
제1.2 경인고속도로 이용 - 고속도로종점 - 인천항 정문(지하차도이용) - 수인사거리 - 중부경찰서(인천역)*인천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 자유공원(차량, 도보)* - 인천항 8부두 - 월미공원도착
 
공원안내참조 :인천시 서부공원 사업소 (http://wolmi.incheon.go.kr)
수봉공원안내 :인천시 동부공원 사업소 (http://incheon.go.kr/grandpark/servlet/main)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뉴스와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대공원, #벚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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