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지역 수능성적 전국 최고.
우리지역 수능등급 최하위.
우리지역은 중하위.

수능성적 공개 제대로 했나.
성적하락 원인 파악해 빨리 대책 세워야.
형편없는 충남·대전 수능성적, 수장들 답해보라.

또 도졌다. 수능에 울고 웃는 극성스런 '수능 저널리즘'이 연이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 편차 앞에서 지역 신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6일자 1면 머리기사도 모자라 17일 사설에서도 의제를 쏟아냈다. 

15일 교과부가 수능 판도라 상자를 열면서 언론은 진보와 보수, 각 지역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목소리로 장단을 맞추고 있다. 만성적인 '한국형 수능 저널리즘'의 전형이다. 수능철도 아닌데 교과부는 기대 이상의 언론 효과를 누린 셈이다.  

"수능성적 공개 미흡, 학교별 공개로 가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993년 실시된 지 17년 만에 처음으로 성적을 공개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능성적 공개는 한 번 열리면 다시는 닫을 수 없는 판도라 상자에 비유돼 왔다. 그래서다. 파장과 진폭이 크다.

높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과부가 끝내 지역별로 줄을 세운 내막은 뭘까. 뻔하다. 시장경쟁의 논리를 급기야 교육현장에 접목시키려는 의도다. 문제는 수능성적 자료공개 적법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입시를 둘러싼 교육 환경이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당연히  후유증이 쉬 아물 리 없다.

교과부가 자료를 내놓자마자 언론사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각축을 벌이는 지역 간 성적편차를 흥밋거리로 부각시켰다.  마치 선거과정에서 게임식 보도를 연상케 했다. 양이 덜 찼던지 아예 학교별로 줄을 세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조선일보> 16일자 '수능성적 공개, 궁극적으론 '학교별 공개'로 가야'란 사설과 <동아일보>의 '수능 성적 공개, 의미 있지만 미흡하다'는 사설은 제목만 봐도 그 의도가 묻어난다.

다음날인 17일자 <중앙일보>는 한 수 더 거들었다. '공개된 수능자료, 공교육 개선 밑거름 돼야'란 사설에서 "수능 성적 자료는 도·농 간 학력 격차는 물론이고 평준화 지역 내에서도 학교 간 학력차가 뚜렷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지역·학교 간 학력차가 확연한 평준화 체제라면 실효성 없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전 지역과 학교를 살벌한 경쟁체제로 더 나아가 입시전쟁터로 만들자는 얘긴가. 평준화 제도를 해제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역이 심각하다. 교과부가 자료 공개를 하면서 학생들의 수능성적이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밝혔지만 이 걸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뚜껑이 열린 이상 하위권 지역의 불안과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충남·대전: "충남 꼴찌·대전 중하위 '이대론 안된다'"

<대전일보> 16일자 수능관련 보도내용들.
▲ 충남 꼴찌... <대전일보> 16일자 수능관련 보도내용들.
ⓒ 대전일보

관련사진보기


교과부 발표 다음날인 16일 이후 대전·충남지역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지역 언론들은 연일 실망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전일보>는 16일에 이어 17일에도 1면과 6면, 이 마저 모자라 사설에서까지 "학력신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문했다.

'수능성적 충남 꼴찌·대전 중하위 '이대론 안된다', '지역민 "학력신장 특단대책 세워라"' 등의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형편없는 충남·대전 수능성적, 수장들 답해보라'란 17일 사설에선 일차적인 책임은 지역교육 당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교수법이 엉성했든지,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가르쳐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 탓에 앞서 학원 강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겸비해 수월성 교육에 매진했더라면 상황이 이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역 교육수장들의 맹성과 함께 '강한 대전·충남교육'을 실현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충청투데이>도 16일 3면 '과학도시 대전 수리 14위 '불명예'' 기사에서 "지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든 충남은 이번 수능성적 공개에서도 전 영역에 걸쳐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함에 따라 도교육청의 학력신장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해졌다"며 "특히 대전·충남 모두 학생들의 경쟁력이 기대 이하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라: "광주 수능 역시 전국 최고" vs "전북 최하위"

<전남일보> 16일자 1면.
▲ 광주가 역시 최고? <전남일보> 16일자 1면.
ⓒ 전남일보

관련사진보기


광주지역 언론들은 교과부의 성적 공개 이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성적을 부각시키며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지역 일간지들의 지면에서 묻어난다. 16일자 1면 머리기사 제목만 봐도 기쁨의 강도가 느껴진다.

'광주 5년간 수능성적 전국 1위' <광주일보>
'광주 수능 역시 전국 최고' <전남일보>
'실력 광주·전남 명성 입증' <무등일보>

<전남일보>는 17일 사설에서도 다시 부각시켰다. '조그만 군 단위 어느 시골 학교의 힘'의 사설에서 이 신문은 "15일 공개된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 자료에서 장성고의 실력이 최상위 수준으로 나타나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인구 5만 명도 채 안되는 조그만 시골인 장성군은 이 지역에 유일한 일반계 고교인 장성고 덕분에 언어ㆍ수리ㆍ외국어 등 평가된 4개 영역 1-4등급 비율에서 5년 연속 상위 20개 시ㆍ군ㆍ구에 포함되는 개가를 올렸다"고 자랑했다.

"장성고에 전국에서 우수 학생이 몰려들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이 학교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에 그 해답이 있다"는 사설은 "이 학교는 1학년 신입생이 들어오면 국어ㆍ영어ㆍ수학 등 3개 과목을 테스트, 이를 데이터로 해서 각 학생별 수준을 분석해 '맞춤식 수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수학 따라잡기반, 특별 심화반, 골프ㆍ포켓볼 등 특기 적성 교육도 학생들의 전반적인 실력을 높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비결도 소개했다.

장성고 외에 다른 학교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인근 전북은 분위기가 다르다. 매우 어둡고 무겁다. 수능성적 1∼4등급(상위 40%) 비율이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놓고 이 지역 언론들은 불안과 실망 흥분이 뒤범벅이었다.

<전북도민일보> 16일자 1면.
▲ 전북은 '수리 가' 꼴찌... <전북도민일보> 16일자 1면.
ⓒ 전북도민일보

관련사진보기


<전북일보>는 16일 스트레이트 기사에 이어 17일 사설에서도 짚었다. '충격적인 도내 학생들 수능성적'이란 사설은 "자연계 학생들이 치르는'수리 가'영역의 1∼4등급 비율은 5년 내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였다"며 "이번 수능 분석결과는 전북교육이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산·경남: "수능성적 공개 무슨 의미가 있나?"

부산·경남지역 신문사들은 비교적 차분한 보도로 눈길을 끈다. <부산일보>는 16일 사설  '수능성적 공개 무슨 의미가 있나'에서 "수능 성적 공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했을 정도의 가치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또한 "학교설립 유형 등에 대한 분석을 뺀 순위 산정으로 착시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가령 성적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부산 연제구의 경우 4개 고교 가운데 2개교가 특목고이며, 농촌지역 가운데 성적이 높은 경남 거창군의 경우 7개교 가운데 3개교가 내신 성적으로 정원 절반을 전국에서 모집하는 농어촌자율학교이다. 이런 지역에 대한 의미 부여는 잘못된 것이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민일보>도 17일 사설 '수능성적 공개 제대로 했나'에서 "그동안 꼭꼭 닫혀 있던 수능성적이 공개되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착시 현상만 조장하는 것 아니냐' '공개 의도와 달리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의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로는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는 사설은 "질적인 분석 없이 단순한 줄 세우기 순위 공개로는 사교육과 특목고 지역의 교육 강세를 재확인할 뿐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구·경북: "성적저조, 특목고 부족 지역인재들 역외유출 때문"

<영남일보> 16일자 수능관련 보도내용.
▲ 대구 수능 하락 <영남일보> 16일자 수능관련 보도내용.
ⓒ 영남일보

관련사진보기


대구·경북지역은 성적이 소폭 향상된 경북과는 달리 대구지역 학생들의 대입수능시험 점수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영남일보>는 17일 사설 '성적하락 원인 파악해 빨리 대책 세워야'에서 "성적하락의 원인은 현행 학교교육과 사교육에 문제점이 많고, 특목고가 부족해 지역우수인재들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대안으로 "교육당국과 정치권은 지역 인재유출을 막고 지역의 교육수준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특목고와 자사고를 유치하고 만드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일신문>은 이에 앞선 16일  사설 '수능성적 공개, 공교육 내실화 계기 만들자'에서 "뭉뚱그린 등급보다는 구체적인 등급 비율도 발표해야한다"며 "문제점이 뚜렷해야 그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또 지역·학교별 격차를 줄이는 쪽으로 교육정책의 방향을 잡아 드러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서울의 보수신문들과 궤를 함께 했다.

사설 말미 "더 이상 성적공개를 두고 학교 서열화나 사교육 부추김과 같은 경쟁력 없는 헛구호로 반대할 일이 아니다"는 주장에서 더욱 강하게 읽혀진다.

강원: "부끄러울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강원도민일보> 17일자 사설.
▲ 수능 공개 방어대책을... <강원도민일보> 17일자 사설.
ⓒ 강원도민일보

관련사진보기


시군별로 들쭉날쭉한 강원지역 언론사들은 성적결과를 놓고 해석하느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강원도민일보>는 17일 '수능 공개 이후, 서열화 방어 대책을'이란 사설에서 "이번 발표로 드러난 점은 강원도 교육의 성적표가 남에게 보여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사실이다"며  "예컨대 춘천 강릉 지역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동해시와 횡성군도 2006년부터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5년간 상·하위권은 줄었지만 중위권의 비율은 늘었다. 교육 환경의 상대적 열악함을 고려하건대 이만하면 비교적 잘 방어한 것이라 할 것이지만, 문제는 사실 지금부터다"고 애써 진단했다.

그러면서 사설은 "현 정부 아래 우리 교육은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그대로 '자율과 경쟁'으로 가고 있다"며 "이번 수능 성적 발표가 서열화로 인한 과열 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 운영 저해 등을 우려해 공개 자체를 금기로 여겨온 그동안의 방침을 바꾼 것이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우려했다.

향후 수능 성적 정보 공개의 수준 및 범위가 교육 경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더욱 상향 확대될 듯한 분위기에서 지역 교육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도 빠뜨리지 않았다.

<강원일보>도 이날 사설 '주목되는 수능 성적, 경쟁력 더 높이자'에서 "강원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성적이 뒤떨어지는 지역에 우수교사를 배치하고 재정 지원을 대폭 늘려 성적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능성적 공개가 학교간, 지역간 서열화를 불러 과열경쟁을 가져오고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한다고 주장해 온 교과부 태도가 돌변하면서 각 지역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그러나 시장만능주의를 교육에 적용하려는 의도와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짚은 지역 언론은 드물다. 학교를 서열화하여 줄을 세우게 되면 성적이 낮은 농어촌 학교는 어떻게 될까. 슬럼화하거나 공동화할 게 뻔하지 않은가.


태그:#수능성적, #수능공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