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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남소연
17일 오후 보수단체 라이트코리아와 탈북자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북한의 로켓 발사를 환영한다'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가수 신해철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한 가운데,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올렸다.

진중권 교수는 "신해철 국보법 위반?"이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락커를 고발하는 것은 웃지 못할 글로벌 코미디"라며 "부수우익의 낡은 이념에 쩔은 굳은 머리에서 비롯된 난독증 때문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진중권 교수가 17일 오후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신해철 국보법 위반?"

또 다시 유치찬란한 일이 벌어지고 있군요. 우익 단체에서 신해철을 국보법으로 고발했다고 하네요.

대한민국 보수우익이야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아이큐를 떨어뜨리는 분들로, 그들이 한반도 영토 내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경쟁력을 위해 별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겠지요. 이번에도 역시 딱 자기들 수준에 맞는 대로 조건반사적 반응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불그스름한 색을 보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라고 할까나.

신해철의 발언을 직설법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른바 '주사파'라 불리는 극소수나 환영할까, 사실 좌우 모두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밖에 내용입니다. 우익은 어떻게 이적 단체가 핵무장의 길을 걸어가는데, '민족의 축복'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고 비판을 할 테고, 좌익은 핵을 찬양하다니 반전반핵 평화주의의 이념에 위배되는 망발이라고 비난을 할 것입니다.

한편 좌우가 뒤섞인 묘한 입장도 있죠.<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에도 썼지만, 독일유학 시절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만난 안기부 직원한테서 비슷한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갖고, 언젠가 통일이 되면, 그 핵이 결국 우리 것이 되어 우리도 핵보유국 반열에 드는 게 아니냐.' 굳이 주사파는 아니어도, 국민들 중에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겁니다. 그때 저는 그의 발언에 그냥 '피식' 웃어주고 말았지요.

우익단체에 의해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는 기사 속에 신해철의 사진이 들어 있는데, 팔에 붉은 완장을 차고 있더군요. 기자가 신해철을 빨갱이로 몰기 위해 합성 사진을 사용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신해철씨 자신이 그렇게 연출해서 찍어 자기 블로그에 올린 것이더군요. 한 마디로, '너 좌빨이지?'라는 공격에 '아니다'라고 피하는 대신에 '그래, 좌빨이다. 어쩔래?' 라고 공격적으로 받아치는 맥락이죠.

이번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겠지요. 신해철이 무슨 주사파도 아니고, 정치조직의 멤버도 아니고, 그냥 광대일 뿐이지요. 이번 고발 건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저런 말 하면 국보법으로 잡혀갈 가능성이 남아 있지요. 그런 분위기가 짜증나면 뭐, 비딱하게 한 마디 할 수도 있지요. 말 자체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저런 발언도 할 수 있는 분위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한 것 같은데.

이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두 가지 평가가 가능합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것이지요. 가령 옛날 60년대에 윤복희가 공항에 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을 때, 온 사회가 발칵 뒤집혀졌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여자들이 거리에 미니 스커트를 입고 다닙니다. 원래 사회가 광대들의 방자한 언행을 참아주는 것은, 지금 당장은 파격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언행이 나중에는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그 자유가 확장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인식 때문일 겁니다.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것입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그의 발언을 놓고, 찬반양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게 그가 노린 효과였겠지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볼 때 지난 번 광고 건에 이어 이번 것도 예술적으로는 그리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설사 그가 사회를 향해 던지려는 메시지가 있었다 쳐도, 그것을 던지는 형식이 깔끔하지 못해 원래의 메시지보다는 노이즈가 더 크게 들리는 상황이니까요. 이 부분에서는 비판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광대에 대해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은 흔히 공인이라 불립니다. 그것은 그의 사생활의 특정 부분이 노출되는 것을 스스로 허용한다는 의미에서입니다. 하지만 연예인은, 일반인보다 더 많은 윤리와 도덕을 요구받는다는 그런 의미에서, 공인은 아닙니다. 따라서 그를 재는 잣대는 좀 달라야합니다. 많은 경우 광대들은 고의로 '정치적 올바름'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예컨대 소설가 김훈의 경우, 가끔 수구적이라고 할 만큼 황당한 보수우익적 견해를 드러내어 사람들을 당혹시키곤 했지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여성 관련 발언 때문에 그는 <시사저널> 편집장직을 물러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의 본심이라기보다는 '위악'의 코드라고 봅니다. 때로 그 위악의 코드는 '박정희 덕에 먹고 산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하게 했지요. 솔직히 짜증이 나긴 하더군요. 그래서 한 마디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보니, 신해철 자신도 '위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솔직히 이번 발언은 사람을 좀 짜증나게 만듭니다. 같은 말도 꼭 그런 식으로 해야 했느냐는 아쉬움이랄까. 아마 왜 그런 발언을 했느냐고 물으면, 여전히 실실 웃으면서 '난 진지하게 얘기한 거야'라고 말할지도 모르지요. 정치적 올바름을 고의로 깨는 것은 대개 사회에 팽배한 위선을 공격하기 위해서인데, 이번엔 깨야 할 그 '위선'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으니까요.

대개 연예인들의 경우, 자신의 언행이 문제가 될 경우 두 가지 행태를 보입니다. 하나는 '무조건 사과'를 하는 거죠.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니, 그러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리저리 변명'을 하는 거죠. 반면, 신해철은 사과도 변명도 없이, 공격적으로 받아치는 스타일입니다. 아니면, 변명을 해도 공격적으로 한다고 해야 할까? 그게 그의 약점이자 동시에 매력이지요.

그러잖아도 며칠 후에 신해철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직접 만나서 한번 시비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서,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락커를 국보법으로 고발하는 것은 웃지 못할 글로벌 코미디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보수우익의 굳은 머리에는 들어있는 유일한 해독의 코드는 친북/반북이지요. 낡은 이념에 쩔은 굳은 머리에서 비롯된 난독증 때문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해철#진중권#국가보안법#북한 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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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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