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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직 상승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노력의 차이는 곧 결과의 차이이며, 이 같은 인생의 진리는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그리고 공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흔히들 '노력파는 성공하고 노력하지 않는자는 실패한다'고 하는데, 제가 이번에 실패한 것을 통해서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3월에 한국방송 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3학년에 편입했습니다. 일반 대학교에 편입하기에는 1년에 천만 원 이상 되는 거금이 너무 부담스러워서(더욱이 저의 원래 전공이 공학계열이었습니다. 인문계열보다 등록금이 더 비싸죠) 하는 수 없이 방송대를 택했죠. 당시 여동생이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부모님에게 등록금 부담을 안겨주기에는 일반 대학교에 편입하는데 무리가 따랐습니다. 저 혼자 등록금을 알아서 해결하고 싶어서 방송대를 택했죠. 더구나 방송대를 발판으로 일반 대학원에 진출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그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방송대는 만만하고 쉬운 존재로 생각했습니다. 졸업이 힘든 곳이라는 얘기는 주위에서도 많이 들었지만, '설마 내가 제때 졸업 못하겠어? 그것도 나 자신이? 당연히 2년만에 졸업하겠지!'라는 생각에(결국 자만이 되었음) 방송대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것도 저의 마음 속 생각에서 말입니다. 그런 생각들을 지금까지 계속 품어오다 보니까 나중에는 패착은 물론이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2년만에 졸업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99학점을 받았는데(그 중 69학점은 3학년 편입생이어서 자연스럽게 따라 붙었습니다) 졸업하려면 최소 41학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올해 취득해야 할 학점이 최대 36학점이라, 결국 5학점이 부족해서 이듬해 2월에 졸업을 하지 못합니다. 작년에 2과목에서 F학점 받은 게 정말 안타깝더군요. 그 2과목만 아니었어도 이런 걱정은 안하는데 말입니다.

 

원래 F학점 2과목은 계절학기를 통해 메꾸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4월 18일) 2009년 여름 계절학기 과목들이 발표되니까, 제가 F맞았던 '마케팅 조사'라는 과목이 포함되지 않았더군요. 그 순간 '결국 졸업 못하는구나, 나는 이제 5학년 인생을 맞이하는구나'라는 마음속 한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목만 잘 봤어도 장학금은 받을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60점을 넘기에는 4점이 부족해서 F를 맞았지 뭡니까. 다른 5과목 중에 4과목은 A를 넘겼고 또 다른 한 과목도 만족할만한 점수를 받았는데 그 과목만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기출 문제 위주로 공부하다가 그동안 공부하지 못했던 내용이 시험에 대부분 출제되면서 저의 실력이 '뽀록난 것이죠'.

 

그런데 이제와서 한탄하면 뭐합니까. 2년내에 졸업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큰소리 쳤으면서도 그러지 못했는데, 그만한 실패 원인이 있었을 것입니다. 바로 노력이겠죠. 물론 시험 기간때는 공부 열심히 하기 위해 발버둥쳤지만 그때마다 아쉬워했던게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이었습니다. 출석수업과 대체시험, 중간고사 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기말고사 였습니다. 어찌나 범위가 방대하고 공부할 부분이 많던지, 중간고사 때처럼 공부하면 100% 망합니다. 작년 1학기 때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가 큰 코 다쳤죠.

 

그동안의 과정을 되돌이켜 보면, 제가 방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년 3월 출석 수업 받았던 3과목이 모두 만점을 받으면서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기말고사도 문제 없겠네. 이러다가 장학금도 보이는 거 아냐?'라는 아주 가볍고 경솔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기말고사 공부를 소홀히 하더니 낭패를 봤죠. 한 학년에 6과목을 몰아 넣어서 한꺼번에 시험을 봤던 것도 2~3과목을 포기한 상태에서 공부를 하는 악순환까지 있었으니, 좋은 점수를 올리기 위한 '전략'도 실패작 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공부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성향이다보니 작년에 많은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스리잡~포잡을 병행할 정도로 알바를 하면서 많은 돈을 모으는데 주력했으니까요. 일을 마치고 공부를 하려던 타이밍에는 어찌나 피곤하던지, 정말 힘들었지요. 그럼에도 아쉬움이 드는 것은 무난하게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는 자기 싸움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공학 전공한 사람이 사회학 전공을 공부하니까 이해가 안되더군요.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작년에는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기초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죠. 더욱이 군대 다녀온 이후로 다시 공부를 하니까 암기가 잘 되지 않는데다 수학 계산까지 잘 안되는 겁니다.

 

일반 4년제라면 하루종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데다 교수와 다른 친구들을 통해 모르는 것을 물어볼 수 있지만, 방송대에서는 스터디 모임에 가입하지 않으면 자기가 알아서 공부해야 합니다. 방송대 시스템 자체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요구하는 곳이어서 공부에 대한 열의와 의지가 없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이를 만만하게 받아들이면 오산이라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부에 대한 열정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가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미 2년내 졸업에 실패한 이상, 그냥 편하게 생각하렵니다. 아무래도 제가 도맡고 있는 일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일>공부'의 패턴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이제는 공부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스케줄이 빡빡한 상황속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의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대학 5학년이면 어떻습니까. 사람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정말 허전할 것 같더군요. 5학년이든 6학년이든 7학년이든(저로서는 5학년까지만 다녔으면 좋겠지만) 공부에 대한 재미를 키운다면 자기 자신으로서도 흥미로운 일이겠지요. 만약 대학원 진출에 실패하면 일본어과 1학년으로 들어가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대학원 들어갈 등록금이 부족하다보니(그보다는 성적이 문제지만) 무언가 하나라도 공부하고 싶더군요. 몇몇 사람들이 방송대를 졸업한뒤 다시 입학해서 학교를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의 묘미'가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더군요. 평일과 주말에 방송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나도 저런 열정을 발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도 못할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2년내 졸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분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화위복으로 삼고 싶습니다. 앞으로 6일 뒤에 있을 중간고사도 잘 보고 싶고 졸업논문도 무사하게 통과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가 해야 할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일은 앞으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가야 할 저에게 커다란 교훈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자만하지 않도록, 더 노력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저의 블로그(http://bluesoccer.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송대, #시험, #졸업, #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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