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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봄이 활짝 피었지만, 불황으로 계절을 느낄 새도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팍팍한 생활이라고 찌푸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유독 국경일이나 공휴일이 휴일과 겹친 올해, 모처럼 황금연휴가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 노동절인 5월 1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샌드위치로 끼인 4일만 확실히 제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5일간의 황금연휴가 펼쳐질 테다.

확 떠나볼까. 저렴한 금액으로 지친 심신을 편히 누일 공간을 찾을 수만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현실을 뒤로 하고 떠나봄직하다. 여기 그 후보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말]
우이령을 중심으로 남쪽은 북한산, 북쪽은 도봉산으로 불리는 북한산국립공원은 그 넓이가 약 7만9916㎡(약 2373만평)로 어마어마하게 넓기에 산행 코스 또한 무궁무진하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산성주능선, 비봉능선, 의상능선, 형제능선, 진달래능선, 숨은벽능선, 원효봉능선, 포대능선, 우이능선 등의 수많은 능선과 그 능선 아래로 치닫고 있는 수많은 골과 계곡이 있어, 1년 열두 달을 다녀도 늘 새로운 코스를 다니는 기분이 든다.

북한산은 쥐라기 중기(1억 8천만~1억 6천만 년 전)에 화산 분출이 있은 뒤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라, 곳곳에 바윗길이 많아 산행하기에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초심자도 초심자이지만 아이를 동반했을 경우, 산행 코스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른들은 산에 간다고 등산화를 신는 데 비해 아이들은 미끄러지기 쉬운 일반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뭐 그래도 우리 몸을 튼튼하게 해주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고, 가족의 정을 두둑하게 하기에 안성맞춤인 등산, 그 멋진 등산을 이번 황금연휴에는 북한산에서 해보도록 하자. 특색에 맞춰 몇가지 산행길을 소개한다.

[산길인 듯 산책길인 듯]
산성탐방지원센터-산성계곡길-대남문-구기분소 : 7.8km, 5시간

백운대 가는 길 백운대 오르는 길이다. 정면 V자 하단에 위문이 있고, 왼쪽으로 백운대, 염초봉, 원효봉이고, 오른쪽으로 만경대, 노적봉이다. 노적봉 아래 봉우리가 북장대지이고 그 아래 오른쪽 계곡길이 대남문으로 가는 산성계곡길이다.
▲ 백운대 가는 길 백운대 오르는 길이다. 정면 V자 하단에 위문이 있고, 왼쪽으로 백운대, 염초봉, 원효봉이고, 오른쪽으로 만경대, 노적봉이다. 노적봉 아래 봉우리가 북장대지이고 그 아래 오른쪽 계곡길이 대남문으로 가는 산성계곡길이다.
ⓒ 김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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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이라는 게 한 마디로 뭔가? 오랜 시간 오르막길을 올라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오랜 시간 내리막길을 걷는 것 아닌가? 때로는 푹신푹신한 흙길을, 때로는 울퉁불퉁한 바윗길을, 때로는 나무계단이나 돌계단을.

평지만 걷던 우리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평소에 안 쓰던 새로운 근육을 쓰기에 첫 등산은 엄청 힘들기 마련이다. 특히 아이들한테는 더욱더 고통이 따를 터. 이렇게 힘든 산행을 기꺼이 따라나서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산행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특히 충분한 식수와 열량이 많은 초콜릿이나 사탕 등은 초심자에게는 필수품!

자, 준비를 끝냈으니 북한산으로 휙 떠나볼까? 우선 큰 힘 들이지 않고 산책하듯이 가는 길로 가보면 좋을 듯싶다(하지만 가다보면 무지 힘이 든다. '등산'이기 때문이다). 오르막이 심하지 않고 길도 넓고 계곡도 있고 그래서 아이들이 쉬엄쉬엄 뛰어놀 수도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이곳으로 가려면 3호선 구파발역에서 내린 다음 1번 출구로 나와 704번이나 34번 버스로 갈아탄 뒤 북한산성 입구에서 하차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어서 산성탐방지원센터로 간다. 그곳을 통과하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오른쪽 포장도로는 대서문을 거쳐 오르는 길이고, 왼쪽 갈림길은 계곡을 거쳐 오르는 길이다. 아이가 초반부터 힘들어 하면 포장도로도 괜찮다. 아무튼 두 길은 다시 만나기에 몸의 상태 봐서 적당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원효봉 아래를 흐르는 계곡길로 쉬엄쉬엄 30여 분 오르면 금강산장 등의 음식점이 나온다. 금강산장 앞에 있는 새마을다리를 건넌 뒤 오른쪽으로 가면 산성계곡길이고 왼쪽으로 가면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를 오르는 길이다.

백운대 길은 아이가 고학년이면 도전해볼 만하다. 가파른 돌계단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위문 거쳐 하산 후 백운산장 가서 국수 한 그릇 먹으면 아이가 좋아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도선사로 하산하는 길도 짧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이가 어리면 너무 힘드니까 이럴 경우, 계속 포장도로를 따라 산성계곡길로 간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리를 건넌 뒤 오르막길을 쉬엄쉬엄 오르면 중성문이 나온다. 그곳을 통과해 10여 분 오르면 철다리가 나오고 다리를 건넌 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정자가 나온다. 아이가 힘들어 하면 그 정자에서 한참 동안 쉬어가도 된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으니까.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면 또 올라야지. 등산은 오르는 것이니까. 계곡을 따라 계속 오르면 용학사, 중흥사지가 나온다. 중흥사지를 지나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려 나무다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천천히 1시간 30여분 오르면 대남문이 나온다. 계곡길이라 그리 덥지도 않고, 중간 중간 계곡을 건너는 재미도 있다.

아이가 힘들면 손도 충분히 잡아줄 수 있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가파르지 않으니 가족끼리 산행하기에는 아주 알맞은 코스다. 그렇게 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대남문까지 3시간여 오르고 나서는 2시간에 걸쳐 구기계곡길을 따라 구기분소로 하산하면 된다. 이 길 또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그리 힘들지 않다. 그리고 산행으로 지친 아이에게 구기동 가서 맛난 두부를 사주면 아이가 기뻐할 것이다.

[우애도 다지고, 역사도 배우고]
형제봉공원지킴터-대성문-대동문-진달래능선 : 6km, 4시간 30분

산성주능선 북한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산성주능선이다. 북한산 종주는 이 능선을 지나야 인정이 된다.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다는 성곽과 대동문 등이 복원되어 있어 산성의 유래를 알고 산행하면 그 순간 북한산이 역사로 다가온다.
▲ 산성주능선 북한산의 등뼈를 이루고 있는 산성주능선이다. 북한산 종주는 이 능선을 지나야 인정이 된다. 조선 숙종 때 만들어졌다는 성곽과 대동문 등이 복원되어 있어 산성의 유래를 알고 산행하면 그 순간 북한산이 역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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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 이상이면 가볼 만한 곳이 있다. 바로 형제봉 코스다. 형제라는 이름이 있어서 꼭 그런 것은 아니고, 형제봉만 잘 타고 넘으면 그 다음부터는 편안한 산책길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형제봉 유래는 간단하다. 망한 고려를 등지고 이성계를 찾아 나선 두 형제가 북한산 호랑이와 맞서 싸우다 죽었는데, 형이 높은 봉우리, 아우가 작은 봉우리가 되었단다. 서로 마주보고 있다. 형 봉우리를 넘을 때는 형이 아우를 도와주고, 아우 봉우리를 넘을 때는 아우가 형을 도와주고, 뭐 그러면 산행길이 우애의 길이 되지 않을까?

이 코스를 가려면 평창동에 있는 삼성아파트(구 올림피아호텔) 버스 정류장에 내린다. 횡단보도를 건너 북악터널 쪽으로 3분 정도 걷다가 왼쪽 동네로 들어가 100미터, 그러고는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오르면 형제봉공원지킴터가 나온다. 이곳부터 대성문까지는 형제능선에 바윗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 험난하지 않고 가파르지도 않다. 가족끼리 천천히 산행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형제봉공원지킴터를 지나 10여 분 오른 뒤 왼쪽으로 가면 형제능선이 시작된다. 산행 내내 조망이 좋아 산성계곡길을 오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길은 전란시에 임금님이 경복궁을 빠져나와 북한산 안에 있는 행궁으로 가는 길이다. 그렇게 눈이 다 시원해지는 형제능선을 지나 대성능선을 거쳐 2시간여 오르면 대성문이 나온다. 북한산에는 13개의 문이 있는데 이 대성문이 가장 크다. 이 문은 임금님만 지나다니도록 만든 문이기 때문이다.

대성문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가면 대남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보국문, 대동문, 용암문, 위문을 거쳐 백운대로 가는 길이다. 이 길에는 인조가 겪은 '삼전도의 굴욕'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조선 숙종 때 급하게 만들어진 북한산성이 둘러쳐져 있다. 물론 복원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길을 걷고 있으면, 북한산이 단순히 산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하나의 거대한 군사 마을이었음을 상상할 수 있다.

성곽을 축조하기 위해 백성들이 동원되고, 백성들이 살 집이 만들어지고, 먹기 위해 밭을 일구고, 성곽을 지키기 위한 군대가 들어오고, 성곽 축조에 많은 기여를 한 승려를 위해 절이 지어지고 등등. 아무튼 성곽길을 걸으며 역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아이가 싫어할까? 힘들어 죽겠는데 공부까지 시키려고 하니까 말이다.

뭐 그래도 조선시대 아이들이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뛰어 놀았을 이 북한산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게 그리 귀찮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대성문에서 1시간여 걸으면 대동문이 나온다. 대동문까지 가기가 힘들면 보국문에서 정릉으로 하산해도 된다. 정릉으로 가는 역시 산책길이고 정릉 입구에는 아이들이 볼 만한 것이 많다. 자연학습 관찰로도 있고, 북한산의 생태와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장도 있다.

동쪽에 있는 문이라 해서 대동문이라고 하는 문까지 갔다면 이제 편안하게 진달래능선을 타보자. 본래 진달래능선은 4월 중순에 가야 분홍빛 물결에 잠길 수 있지만, 그 느낌을 상상하며 걷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진달래능선 느낌이 나지 않으면 산행하는 동안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달리하는 인수봉과 만경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것이다.

그렇게 하산까지 1시간 30여 분 걸리는 진달래능선을 타고 가다가 수유리로 하산해도 되고 계속 직진해 우이동으로 하산해도 된다. 힘닿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하는 게 산행의 참맛이기 때문이다. 하산 뒤 무얼 해야 할까? 형제의 우애도 다지고 역사 공부도 했으니 또 맛난 것 먹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가 좋아하는 것 위주로 말이다.

도봉산 풍경 북한산에서 본 도봉산이다. 북한산은 이름 가지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북한산이냐? 삼각산이냐? 그런데 도봉산은 그렇지 않다. 도봉(道峰). 봉우리가 길인 산. 그래서 그런가? 암튼 멀리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주봉이 있고, 앞쪽으로 우이능선과 우이암이 보인다.
▲ 도봉산 풍경 북한산에서 본 도봉산이다. 북한산은 이름 가지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간다. 북한산이냐? 삼각산이냐? 그런데 도봉산은 그렇지 않다. 도봉(道峰). 봉우리가 길인 산. 그래서 그런가? 암튼 멀리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주봉이 있고, 앞쪽으로 우이능선과 우이암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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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서정 기자는 <백수산행기: 평일에 산에 가는 나, 나도 정상에 서고 싶다>의 저자입니다.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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