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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고 살기 힘든 데 선거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인는교?"

 

21일 오후 2시 30분 울산 북구 명촌동 리비에르 아파트단지 입구. 점심 손님맞이를 끝낸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가게 앞에 서 있던 중식당 사장은 "국회의원 재선거 분위기가 어떠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여 미터를 더 걸어가다 만난 한 30대 주부는 "이곳에 이사온 지 얼마 안됐다"면서 "주민들과 안 어울려서 후보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고, 아파트 단지에 막 주차를 시킨 40대 주부 역시 "차량 스피커 소리는 들었지만,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리비에르 아파트는 국내 최대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건너편에 위치해 있으며, 4000여 세대에 2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식당은 100여 곳이나 있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노동자와 주민들이 합심해 '광우병 청정지대' 3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상가 주인이나 주부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같은 시간 학원차에서 내릴 자녀를 마중나온 한 주부는 남편이 현대차 관련 회사에 다닌다면서 "아무래도 노동자를 위해서는 야당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현대차노조의 한 간부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불협화음으로 노동자들의 마음이 뒤숭숭하다"며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일화가 노동자의 표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후보를 둘러싼 지역토박이들의 설전

 

20일 오후 7시 울산 북구 화봉동에 있는 한 고깃집에서는 60~70대 원로들이 이번 선거를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친한나라당 단체 회원들로 이날 회식을 하고 있었다.

 

60대 후반의 한 남성이 "대동이(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북구에서 한 기 뭐 있노, 수헌이(무소속 김수헌 후보)만 불상하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나라당을 위해 헌신하던 김수헌 전 울산시당 부위원장이 여론지지도가 높은 데도 공천에서 탈락되고 박대동 후보를 공천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60대 초반 남성이 "수헌이에게는 미안하지만 힘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게 맞다"고 반론을 폈다.

 

김수헌 후보는 전략공천에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 현재 무소속 후보로 선거전을 치르고 있고, 탈당 당시 한나라당과 서로 성명서를 주고 받으며 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울산 북구 토박이들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한나라당 윤두환 전 의원이 현재 당에 대해 심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당이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거 조직을 박대동 후보에게 적극 후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토박이들의 전언이다.

 

이 지역 토박이인 50대 남성은 "사실 윤두환이 당선 된 것은 당을 떠나 지역의 끈끈한 정 때문이었다"면서 "김수헌 후보도 그런 점에서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울산에 얼굴을 내민 지 보름밖에 안 된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한나라당은 노동계 조직을 능가하는 조직력이 있다"면서 "울산 북구 시의원 구의원 등이 자신의 조직을 활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표심 잡기에 나선 후보들... 후보 경력과 경제 살리기 화두   

 

21일 각 후보들은 울산 북구의 최대 번화가인 호계에서 일제히 표심잡기에 나섰다. 도농복합 지역인 호계는 최근 몇 년간 급속한 도심화가 진행된 지역. 마침 이날은 장날이라 주민들이 많이 모였다.

 

오후 1시가 넘자 북구 매곡사거리에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자리를 틀었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정몽준 최고위원, 안효대 울산시당위원장, 정갑윤 의원 등이 지원에 나섰다.

 

지원 유세에서 박희태 대표는 "경제, 경제 하는데 이 경제를 살리려면 박대동 후보 뿐"이라면서 "박대동 후보를 국회로 보내면 경제가 살고 울산 북구도 살아난다. 박대동 후보는 경제전문가"라고 치켜세웠다.

 

박대동 후보는 "향후 10년간 7조원을 유치해 11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북구 오토밸리 등을 내걸었고,  조윤선 대변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경제인이 바로 박대동 후보며 박대동 후보는 경제를 살리지,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인근 호계장에서 지지호소에 나선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는 박희태 대표가 지원 유세에서 한 이런 주장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지난 1년 MB정권 하에서 한나라당을 최고의 정치 집단으로 꼽는다"고 한나라당을 공격했다.

 

김 후보는 이어 "한나라당은 서민경제와 지역발전은 뒷전이고 오로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정권연장을 위해 지난 1년을 힘써왔고, 박대동 후보는 경제 살리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정리해고 옹호자, 외국투기 자본 옹호자"라면서 박대동 후보를 비난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는 21일 낮 12시 북구 신천동 외환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박대동 후보가 지난 2005~6년 금융감독위원회 담당 국장으로서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수한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주려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는 박대동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서한문을 낭독하면서 "박대동 후보를 경제전문가로 치켜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이 론스타 사태 때 박대동 후보와 반대편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한나라당의 박대동 경제전문가 만들기는 명백한 허위과장 광고"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태선 후보와 무소속 김수헌 이광우 후보도 호계시장과 화봉동 등지에서 자신의 지지자들과 함께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투표율· 진보진영 단일화가 중요한 변수 

 

울산 북구는 지난 2004년 총선 때 전체 유권자 8만7860명 중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이46.5%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4년 뒤인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전체 선거인 수 11만77명 중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가 46.23%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할 만큼 판세가 유동적이다.

 

특히 이번 선거 유권자는 11만6000여명으로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되던 때보다 유권자가 3만여명 늘었다. 대단위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외부 유입 인구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울산 북구의 유권자층을 지역토박이, 노동자, 외부유입인구 등 3개의 층으로 분류한다. 유입인구층의 선거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에 비해 지역토박이들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진보진영의 단일화 여부와 노동자층의 투표율이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 여론조사 방식을 놓고 실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주말 안에는 어떻게든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주가 울산 북구 재보궐 선거 판세에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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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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