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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워본 사람은 안다. 갓 돌을 지나 걸음마를 하고 옹알이를 하게 되면 날마다 내 아이는 천재로 보인다. 때문에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유아기에 있어 이 즈음이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는 시기다. 신혼부부의 경우 첫 아이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크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기대치를 갖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미운 예닐곱 살이 되면 천재 같았던 내 아이가 여느 아이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 그래서 부모는 조급해진다. 급기야 유명 유아원 유치원을 찾게 되고, 좋다는 학습지에 매달리게 된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내 아이만 뒤쳐지는 것 같아 견뎌낼 자신이 없다. 정작 아이는 부모의 화급한 기대를 담아낼 그릇을 부시지도 않았는데 막무가내다.

 

  "피아노와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영재교육은 유아기 때부터 시작해야 해요."

 

신체발육이 여의치 못한 데도 고사리 손가락으로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고, 모국어조차 어눌한데도 꼬부랑말부터 먼저 흥얼거려야한다고 닦달한다. 부모의 기대만큼 돈을 들이면 일정 정도는 아이의 가소성이 무한정 드러난다. 하지만 대개의 부모는 만족의 한계법칙이 인정되지 않기에 아이는 싫건 좋건 자기 생각을 드러낼 겨를도 없이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얼이 다 빠진다.

 

 

그런 까닭에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의도적으로 습득된 기능은 어느 정도 발현하고 있으나, 정작 음표 하나 박자 하나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게 십상이다. 영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능은 뛰어나나 실제로 제 것으로 이해하고 응용하여 실제 학습에 접목할 수 있는 창의력은 소소한 실정이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학원과외로 내몰렸던 아이들일수록 마땅히 자기가 해야 할 학습 수행능력이 미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의 지나친 과욕이 아이의 창의성을 발목 잡아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려면 무엇부터 먼저해야할까. 부모가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는 든든하게 지지자로 만족하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무엇을 하든지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한다. 단지 내 아이가 늑장을 부린다고 해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해서, 남보다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해서 얼굴 붉힐 일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다방면에 걸친 수월성이 아니었다.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슈퍼맨이 될 가능성을 갖고 태어난다. 천재 아인슈타인은 모든 세무 정리를 회사에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그저 계산만 하면 되는 세무 정리를 왜 돈을 줘가며 회사에 맡겼을까?

 

그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너무 대단합니다. 어떻게 이 많은 서류 정리와 계산을 정확하게 해내죠?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에게는 각자 역할이 있고 재능이 다 다르다. 때문에 '저 사람은 저런 능력이 있는데 나는 왜 그 능력이 없지?'라고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원망할 까닭이 없다. 그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능력을 찾아서 발현시키는 것이 훨씬 더 긍정적이다. 누구나 그런 가능성을 찾는 데 충실해야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 학원과외로 내모는 학부모들의 경우를 보면 아이들에게 욕심이 과하다. 학교 공부로는 안심을 못한다. 그러니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옆집 아이들보다 뒤쳐질 것 같아 불안하다.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경험만큼 충분한 지지가 없는데도 자꾸만 길들이려하고 틀에 가둬두려고 하다보니 불협화음이 생긴다. 학원가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까. 아이들의 마음이 그러한데도 연일 학원이 미어터지는 것은 그만큼 점수화된 성적에만 함몰되어 있는 생각이 많은 탓이다.

 

학원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천재성이 그냥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듯이 아이들이 잠재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는 것도 결코 우연의 소산이 아니다. 아무리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지만, 그것은 지네를 잡는 데 닭고기가 제격이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일 뿐이다.

 

생태연구가들의 실험에 따르면 지네를 잡기 위해 삶은 닭을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어 둔다지만, 실상은 한 항아리에 한두 마리 이상은 잡히지 않았다. 결국 지네는 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엄마는 매일 학원과외만큼은 꼭꼭 챙겨요. 단 하루라도 학원을 빼먹는 날이면 야단을 쳐요. 그 뿐인 줄 아세요? 학원 선생님한테서 곧바로 연락이 와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학원에서는 매일 시험을 쳐서 점수가 낮게 나오면 그만큼 손바닥을 맞아요. 그래도 엄마는 상관 안 해요."

 

  "학원 가기가 싫어요. 재미가 없어요. 학원가서 공부를 하고 있으면 마치 내가 앵무새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무엇이든 달달 외워야하고 정답을 맞혀야 해요. 특히 수학은 더해요. 전 컴퓨터나 전자계산기가 아니잖아요. 놀고 싶은 데 시간이 없어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원과외로 내몰면 성적이 오르고,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그건 하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에 싫증을 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정신적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학원 다니는 자체가 아이의 정서를 나쁘게 하고, 해악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학원에 다녀야 공부가 된다는 그릇된 믿음이 문제다. 적어도 자발성을 갖고 자기 일을 꾸려낼 수 있는 아이만큼은 그저 '길들이고' '판박이'로 만드는 데 내보내지 않아야 한다.

 

흔히 아이들이 내뱉는 말투, 그 푸념 섞인 불만 중의 하나가 '학원가기 싫다'는 얘기다. 중등학생은 논외로 치더라도 최소한 초등학생만큼은 그렇게 억눌려하는 학원에 애써 내몰 까닭이 있겠는가.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천재성을 맘껏 발휘한 사람들이 누누이 말했듯이 사람의 능력을 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잠재능력을 계발해 내고 발현시키는 것이야말로 아이를 보다 아이답게 키우는 비결이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먼저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학원과외로 힘겨워하고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창의성, #가소성, #인정, #학원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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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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