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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종 변호사는 2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변호사신분증을 꺼내 보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 변호사로만 살 생각이고, 내 무료 변론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21일 서울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변호사신분증을 꺼내 보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 변호사로만 살 생각이고, 내 무료 변론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 박상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변호사로서 당연한 활동일까.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무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기에 그의 변론을 맡은 박찬종 변호사에게도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박 변호사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길이 꼭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문의 눈길이 더욱 많다. 

도대체 왜? 그냥 변호사 박찬종이 미워서? 개인적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변호사 박찬종'을 바라볼 때 어쩔 수 없이 '정치인 박찬종'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73년 민주공화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70년대 말부터 인권 변호사 활동을 했고, 이후엔 신한민주당, 민주당, 국민당, 신한국당, 민주국민당 등에서 정치인의 삶을 살았다. 92년 대선에도 출마해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깨끗한 정치인' 이미지로 과거 우유광고도 찍었던 박찬종. 하지만 그가 거쳐온 정당 수를 고려하면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수가 없다. 또 공화당을 통한 정계입문과 신한국당 활동 등은 인권변호사 활동과 잘 연결이 안 되는 측면이 있다.

한때 대선 후보까지 지낸 그가 '변호사 박찬종'으로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굵직한 사건의 변론을 맡으면서부터다. 판사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교수, BBK 김경준, 미네르바 박대성, 그리고 박연차 회장까지.

그는 왜 이런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일까. 박 변호사를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변호사는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살아왔는데, 그 연속선상에서 변론을 맡았을 뿐이고 다시 정치를 할 생각이나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다만 보수와 진보라는 구분을 떠나 헌법적 가치를 지키며 살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말을 하며 그는 자신의 변호사 신분증을 꺼내보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세상의 오해는 섭섭하지 않지만, 진보나 보수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미네르바와 박연차 회장 등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 박 변호사는 "검찰은 브리핑을 통해 자신들 유리한 대로 모든 말을 하지만 피의자들은 제대로 말할 기회가 없다"며 "피의자도 자신이 말하고 싶을 때 언제든 언론을 접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법조계에 '유권무죄 유전무죄'의 풍토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변호사들도 여기에 일익을 담당했다"며 "변호사의 배금주의와 정도를 망각한 전관예우 등은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래는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징역 8개월 예상... 무죄 판결 못할 거라 생각했다"

 박찬종 변호사
박찬종 변호사 ⓒ 박상규
- 박대성씨가 무죄를 받을 것으로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나.

"87년 6.29 이후 우리나라는 민주화됐다고 하지만, 절차적 민주화만 이뤘을 뿐이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다가 우리 손으로 뽑는 등 선거가 자유로워지고, 언론자유도 많이 신장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인터넷 공간을 비롯한 언론자유가 많이 축소됐다. 특히 촛불집회 이후, 인터넷에서 글 쓰는 사람까지 구속하게 됐다. 이런 흐름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고 본다."


- 재판 과정에서 어떤 점에 주력했나.

"우선 공소장은 적용법조와 범죄사실로 구성된다. 둘 중 어느 한쪽만 문제 있어도 무죄다. 적용법조가 제대로 돼도 범죄사실이 구성요건에 안 맞으면 무죄고, 설사 범죄사실이 사실이라도 적용법조가 잘못 적용되거나 법률이 위헌이면 무죄가 된다.

그런데 사실 미네르바의 경우 적용법조인 전기통신기본법 47조는 누가 봐도 잘못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감정증인으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를 내세웠다. 그가 나와서 경제와 관련된 여러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낱낱이 증언했다.

그리고 전기통신기본법 적용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해서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를 내세웠다. 박 교수는 범죄사실이 객관적이라고 하더라도 이 법 적용은 할 수 없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맨 마지막 변론에서 재판장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지금 사법부에는 유권무죄, 유전무죄의 풍토가 있고, 특히 정권과 관련된 시국사건에는 법관이 소신껏 판결하기 어렵다고 말이다. 그리고 소신이 있어도 소신대로 판결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한데, 이건 우리 모두의 부끄러움이란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용기라는 것을 가질 필요도 없이, 소신껏 판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심정적으로야 무죄가 확실한데, 과연 무죄가 나올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몸은 풀어주되 죄는 인정하는 쪽으로 판결을 하지 않을까, 혹은 징역 8개월 정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까하는 짐작을 했다. 결과적으로 재판장을 불신하고, 무죄 판결 못할 사람으로 생각한 것에 대해서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재판장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면 사과하고 싶다."

- 여전히 왜 박찬종 변호사가 미네르바 변론을 맡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작년 11월 초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이 계기가 됐다. 당시 김경한 장관은 '필요하다면 미네르바 조사하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판이 이상하게 돌아가겠구나' 싶어 다음 아고라의 미네르바 글을 찾아 읽어봤다.

그리고 그 이후 내가 1월 7일 미네르바가 체포될 때까지 총 6차례 걸쳐 아고라에 글을 올렸다. 대표적인 게 '혹세무민의 죄인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글인데, 죄는 정부에게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내가 변호사인데, 누구든 변론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심정적으로 등 떠밀리듯이 변론을 맡게 됐다."

"난 억울한 사람들 위해 변론... 독불장군 아니다"

- 판사에게 석궁을 쏜 김명호 교수, BBK 김경준, 미네르바 박대성, 그리고 박연차 회장까지. 이렇게 큰 이슈가 되는 인물들의 변호를 하겠다고 나섰다. 이유가 도대체 뭔가.
"(물 한 잔 마시고) 내가 전두환 정권 때인 85년 9월에 변호사 업무를 정지당했다. 그 당시 변호사법은 어떤 형사사건이든 기소만 되면 법무부 장관이 변호사업을 정지할 수 있었다. 이것이 87년 6.29 이후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유죄가 확정되기 이전엔 변호사업을 할 수 있게 바뀌었다.

어쨌든 그 사건의 빌미는 고려대 앞 시위였다. 고려대학교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개헌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려 했는데, 경찰이 교문에서 막았다. 약 4시간 가량 교문 앞에서 농성을 했는데, 그 문제로 기소가 됐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70년대 말부터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당시 인권변호사는 이돈명 변호사와 나를 포함해 5~6명밖에 없었다. 우리가 서로 할당해서 사건을 맡았는데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민정당사 점거농성 사건, 김민석 전 의원이 참여했던 미 문화원 점거 농성 사건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건들을 변론했다.

그리고 밖에 안 알려져서 그렇지 지금도 어렵고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서 무료 변론을 하고 있다. 한번 따져보자. 석궁 김명호 교수, BBK 김경준, 미네르바 박대성, 박연차 회장···. 이게 돈 되는 사건들인가. 게다가 난 다 무료로 했다.

미네르바 사건을 그 유명한 로펌 김앤장에서 맡겠나, 아니면 다른 굵직한 법무법인이 맡겠나. 그들은 엄청난 돈을 받고 일을 한다. 미네르바 사건, 김경준 등은 다 정권을 겨냥했다. 그리고 김명호 교수는 판사를 향해 석궁을 쐈다. 이들을 대형 로펌이 변론할 수 있겠나.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안 하다가 갑자가 벌떡 일어나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 연장선에 있다. 마치 내가 독불장군이고 언론에 이름을 내기 위해서 나섰다고 보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종 변호사.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한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20일 오후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오른쪽은 박찬종 변호사. ⓒ 권우성

- 정치를 다시 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변호사 면허 갖고 있으니, 계속 미네르바 같은 사람들 변론하면서 살 생각이다. 하던 일을 계속 해야지, 세상의 오해 때문에 중단하면 되겠나. 그런 일이라도 하며 움직이는 게 건강에도 좋고 보람도 있다.

나는 정치계에서 왕따 당한 사람이다. 내가 (철새처럼) 왔다 갔다 했다고 하는데, 누구 말마따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패자는 야사밖에 안 된다. 내가 정치 시작은 여당에서 했지만, 그건 잠시이고 야당의 길을 계속 걸었다. 내가 정권 바뀔 때 무슨 자리를 차지했나, 아니면 돈을 해먹었나."

- 세상의 다른 시선에 섭섭함도 느꼈을 것 같다. 
"젊었으면 섭섭했을 텐데, 지금은 괜찮다.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게 마련이다."

- 미네르바의 경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변론을 하려다가 박 변호사가 나서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미네르바 체포 당일 검찰에 가보니, 민변 변호사 둘이 먼저 와 있었다. 내가 '변호사 많을수록 좋으니까 같이 하자'고 했다. 총 7명의 변호사가 선임계를 냈다. 나는 30회 이상 미네르바를 접견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씩 가서 미네르바를 만났던 것 같다."

-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검찰 수사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건을 맡으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검찰의 권한은 크지만 피의자의 권리는 정말 약하다.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경험한 일인데, 지금 검찰과 경찰의 브리핑 제도를 보자. 경찰은 '장자연 리스트'를,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를 거의 매일 브리핑한다. 아실 이거 다 피의사실공표죄로 전부 징역 3년 이하 감이다.

이게 공인되고, 해당 법률이 사문화된 것은 언론, 즉 국민의 알 권리 때문이다. 지금 브리핑이 관행화 돼서 그걸 당연한 절차로 보고 있는데, 사실 당연한 게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경찰, 검찰과 피의자는 대등하게 공격 방어하는 당사자 대등주의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피의자 조사를 하고 브리핑을 하면서 '그가 이렇게 진술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다. 그런데 피의자가 그렇게 진술 안했을 수도 있다."

"박연차 회장, 언론에서 얻어맞으니 억울해 한다"

- 그럼 제도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피의자 쪽 브리핑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미국을 봐라. 우리 언론도 미국 감옥에 있는 BBK 김경준을 만나 인터뷰를 하지 않았나? 수사단계에서 피의자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언론에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검찰을 봐라. 자신들은 반듯한 브리핑 룸에서 다 이야기한다. 그런데 피의자들은 검찰청 출입구, 혹은 감옥으로 가는 버스 타기 직전에 아주 잠깐 언론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유죄 확정까지는 무죄 추정되는데, 검찰의 일방적 브리핑에 피의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 박 변호사 본인도 박연차 회장을 접견한 뒤 언론 접촉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박연차 회장은 지금 감옥에서 '매일 언론을 통해 얻어맞으니 억울해 죽겠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지은 죄만큼 얻어맞아야 하는데,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 기자한테 할 말이 있다며 전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조선> 기자 만나서 박 회장이 한 말을 전했다. 그랬더니, 검찰에서 변호사 윤리를 위반했다고 변호사협회에 제소한다는 말이 나왔다. 만약 변협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면 나도 검찰을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제기하겠다."

-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형 로펌 등 변호사 사회에 대한 불만 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변호사는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다. 변호사는 자존심을 갖고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하고, 사건을 위임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력은 하되, 결국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공익적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일부 변호사들은 그런 의무를 다 버리고 돈만 추구한다. 

변호사 도리라는 게 있다. 대형 로펌 소속 후배 변호사에게 충고하고 싶은 것은, 돈을(수임료) 적게 받거나 안 받거나 하는 등의 법률 구조 사업에 평소 노력의 3~5%정도만 기울여 달라는 것이다. 그게 양심 있는 일이다. 삼성특검이니, 현대차 사건이니, 한화 김승연 회장 사건이니 하는 돈 되는 일에만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사법부의 큰 문제는 여전히 유권무죄, 유전무죄의 풍토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관의 독립과 소신 판결, 그리고 검찰의 정치 중립만 있으면 될까? 아니다. 변호사의 배금주의와 정도를 망각한 전관예우 등도 바뀌어야 한다. '부자들의 법조계' '권력의 시녀 법조계' 이런 말들이 생긴 바탕에는 변호사도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

- 보수주의자로 분류되는데, 미네르바 변론 등을 맡는 부담은 없었나. 
"날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 가슴에서 심한 반발이 인다.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다 아니다. 그렇게 사람을 이분법적 잣대로 가르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헌법적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


#박찬종#미네르바#박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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